행군의 여정 가운데 주시는 은혜
행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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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태국 행군의 여정]
나의 처음 태국 선교였다. 행군팀이 늘 가고 싶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재밌다는 이야기와,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늘 신청해서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다. 처음에 가게 된 이유는 시간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1년 동안의 취업 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쳤었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나, 나는 왜 취업문을 열어주시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던 차에 정말 나의 모든 자극들이 없는 태국이라면 쉴 틈 없이 하나님께 여쭤 보며 하나님의 뜻을 물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출발 3주 전에 신청했다. 신청하고 보니, 더원 청년들이 딱 3명이었다. 노선민, 박예진 그리고 나였다. 나머지는 다 청소년들이었다. 그 생각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선교의 차원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스펙트럼과 여유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준비를 하면서 보니, 예전의 내가 10년 전 교회에서 주로 진행했던 어린이 사역과는 달랐다. 좀 더 현지분들에게 봉사와 축제의 개념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 좋았다. 태국 출발 2주 전쯤 태국 행군 팀 아이들과 ‘너는 꽃이야’를 연습했다. 연습하면서 아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출발했다. 출발은 정말 신기하게도 수월했다. 어차피 우리는 행군 배낭을 기내에 들고 타야 하는데 아시아나 비행기 측에서 다 짐으로 붙여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편안하게 타고 올 수 있었다. 오고 나서 월드 처치에서 새벽 3시쯤 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새벽 6시부터 말씀 묵상을 했다. 태국에 오고 나서부터 Wifi가 없었기 때문에 미디어로부터의 자극이 없다는 것이 정말 제일 편안하고 평안했다. 아침부터 말씀을 계속 들으며, 묵상으로 하루를 정말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옴꼬이에 출발하다가 중간에 쌀국수도 먹고 행복했다. 그저 일상으로부터 떠나있어서 평안했던 걸까, 아니면 태국의 멋진 자연과 풍요로운 자연이 멋있어서 행복했던 걸까, 정말 행복했다.
[옴꼬이]
옴꼬이에서 어린이 사역을 하기 위해 준비하다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정말 처음 보는 아이들인데 나에게 안겨왔다. 이전의 선교 팀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사랑을 전해줬으면 처음 본 사람에게도 이렇게 안길까 싶어 감격스러웠다. 그런 마음으로 더 열심히 어린이 사역을 진행했다. 이후 옴꼬이 – 파풍으로 픽업트럭을 타고 갔다.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재밌었다.
[파풍]
파풍 교회에 도착해보니 정말 멋진 나무로 지어진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웅장한 모습에 감탄했다. 어린이 사역을 진행하고, 예배를 드릴 때 내가 태국 선교에 와서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이 있었다. 파풍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정말 경건하게 예배드리는 모습이었다. 파풍 교회 특성상 제한된 빛 때문에 더 경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파풍 교회 목사님이 나무 교회에서 무릎 꿇고 예배 전에 기도드리는 모습이 내 눈에 선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예배의 자리에 나아갈 때 나의 태도는 어떠한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나는 경건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내 하루하루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된다.
[메샤데야이]
파풍에서 메샤데야이로 행군을 했다. 정말 배낭의 무게가 무거웠다. 첫날이라 모든 아이들의 간식과 사역 물품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행군인 만큼 정말 신이 났다. 자연을 보면서 걷는 것과, 다른 어떤 선교 일정보다도 태국 땅을 직접 밟는 시간이 길어 태국 땅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레 생겼다. 행군 중에 보는 자연은 정말 경이로웠다. 절벽에 있는 동굴과, 재해나 침략으로 피해를 본 적 없어 보이는 원시 자연… 너무나도 멋있었다. 첫 오르막이 가장 고비였다. 뒤를 돌아보면 이미 많이 올라왔는데 또 올라야 한다는 그 높이에 놀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평지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1차 휴식을 가졌는데 정말 행복했다. 사실 첫째 날엔 물의 소중함을 몰라 커피만 마셨더니 정말 목이 탔다. 다음부터는 커피는 교회에 도착하면 마셔야겠다고 결심했다. 메샤데야이는 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라 자연경관도 좋고, 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가장 좋았던 곳으로 기억한다.
[후에이남풍]
메샤데야이에서 후에이남풍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몸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고, 재영이 신발과 내 신발 밑창이 분리되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오시던 김찬영 강도사님 덕분에 테이핑을 하고 걸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었지만 아침도 거른 상태라 힘들었다. 길도 오르막이 나왔다가 평지가 이어지고,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였다. 그럼에도 후에이남풍의 자매들이 지름길로 안내해 주었다고 했다. 메샤데야이도 힘들었지만 내게는 후에이남풍 가는 길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을 때는 ‘드디어 도착했구나’ 싶어 안도했다. 개미가 많아서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여느 때처럼 어린이 사역을 하고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후에이남풍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예배가 끝났을 때 마을 곳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후에이남풍 사람들의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파뎅마이]
드디어 셋째 날, 파뎅마이에 왔다. 마지막 행군을 해냈다는 사실에 정말 안도했다. 신발도 컨디션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뎅마이로 오는 길조차도 너무 아름다웠다. 행군을 하면서 찬양을 부를 때 힘이 났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의 아름다움과 전능하심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중간중간 힘이 들 때마다 ‘왜 태국에 나를 보내셨을까, 왜 내 취업의 문이 열리지 않았나’ 하고 하나님께 물을 수 있었다. 행군 중에 건강하고 평온한 내 모습을 보며 미디어를 끊어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파뎅마이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온 마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어 너무나 감사했다. 파뎅마이에 와서는 먼저 우리끼리 예배를 드리고, 남은 시간에는 여호수아 통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통독할 권을 정해놓고 읽어본 터라 너무 흥미롭고 궁금했다. 또 파뎅마이에서는 마을 슈퍼를 이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마시는 아이스커피와 아이스티, 과자들이 너무나 맛있게 느껴졌다. 이런 색다른 경험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여행과는 또 다른 기쁨을 느꼈다. 파뎅마이에서는 태국 출국 전전날까지 있었다. 파뎅마이의 예밀제를 보면서 카렌족이 얼마나 하나님 앞에 진실한 마음으로 예배하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새벽 6시부터 밴드가 나와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예밀제를 통해 마을이 생기가 넘치고, 하나님 앞에 예배하는 순간들을 위해 모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벅찼다.
[ 최종 느낀점 ]
새벽부터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달았다. 하루하루 감사한 것을 세 가지씩 적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태국 행군과 사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십자가 앞에서 기도했던 일이다. 하나님께서 기도의 방법을 알려주신 건지, 이전에는 십자가를 볼 때 이성적으로만 받아들여져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태국 일정 중 십자가를 두고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을 가지고 기도했더니, 십자가가 마음에 강하게 와닿았다. ‘지현아, 다 괜찮다. 내가 그만큼 너를 사랑한다’라는 마음을 주셔서 너무 감격스러웠다. 이러한 기도의 응답을 다시 받고 싶어 더욱 기도를 사모하게 되는 것 같다. 13일 동안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하나님께 이토록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신 것에 감사하고, 내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음에 또 한 번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