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의 여정 가운데 주시는 은혜
행군기
행군기
[다시 깨달은 하나님 의지의 힘]
예전부터 밀림행군은 스스로 태국 단기선교에 대해 생각할 때 큰 걸림돌이었다. 왜 가야 하는가? 굳이 고생을 사서 한다는 생각이 컸다. 예전부터 주위에서 가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조금도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군대라는 환경 속에서 많은 사색과 어려움의 시간을 보내고 여러 가지 생각의 변화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원래도 사랑했던 공동체를 더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사역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 사랑과 생각의 결과이자 시작이 바로 태국 단기선교였다. 신청공고가 떴을 때 수년간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태국 단기선교였는데, 왜 갑자기 태국을 향한 마음이 생겼는지 나 자신도 다 알지 못했기에, 결단하는 마음과 궁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단기선교를 신청했다.
처음에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민망하고 무모한 얘기지만 군대를 다녀왔다는 사실에 난 의기양양했다. 행군 첫날, 나는 내 힘만을 의지했고 괜찮다고 자신을 속이고 뒤처진 동생들을 도우며 멀쩡한 척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을 의지한 결과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결국, 막판에 퍼져서 누구를 챙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됐다. 군대에서 18개월 동안 배운 게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자신에게 심취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다. 첫날 행군을 가까스로 마치고 메샤데야이 교회 앞에 쓰러지다시피 누워서 스스로 크게 실망했고 반성했다. 사역을 마치고 현지예배를 드리며 회개하고 다짐했다. 힘들 때 나의 힘과 능력을 의지하고 쥐어짜 내는 것이 아닌 찬양과 기도로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붙들며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다음 일정들은 모두 즐겁고 힘차게 해낼 수 있었다. 환경 따위는 나를 무너뜨릴 수 없음을, 하나님보다 강한 것은 이 세상에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가 생기니 주변을 더 바라볼 수 있었다.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진심으로 기뻐 뛰며 찬양하는 카렌족과 순수한 마음으로 선교에 임하는 아름다운 선교팀의 마음들이 보이고 느껴졌다. 모든 사역의 순간들이 그러했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이들의 모습은 뜨거운 태양 빛처럼 정말 눈부셨다. 한국까지 무사히 도착했을 때, 마치 멋진 꿈을 꾼 것 같았고 왜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다시 가려고 하는지, 이 선교가 20년이나 이어져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같은 마음이었고 내년에는 더 많은 손길과 발길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