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자격에 이어 교회의 집사를 세우는 것에 대한 권면이 이어진다. 집사의 자격에 대한 핵심은 복음의 진리에 합당한 경건함이다. 감독과 집사는 성도들에게 경건에 대한 모범이 되어야 하고 교회를 경건하게 이끌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집사의 자격에서 강조하는 경건의 비밀에 대한 설명은 기독교 복음의 특징으로 제시된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경건한 복음의 진리에 근거한 교회의 조직을 당부한다.
감독과 집사의 자격은 모두 거짓 교사들의 특징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그들은 탐욕적이고 불의하며 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지만, 감독과 집사는 그와 반대되는 경건한 성품을 가진 자들이라야 한다. “집사(디아코노스)”라는 단어는 바울이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충성스러운 일꾼”을 가리킨다. 바울은 모든 믿는 자들이 “새 언약의 일꾼(디아코노스_고후 3:6)”이라고 선언했고,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정의할 때 쓰였다(막 9:35; 10:43). 하지만 본문에서는 교회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의 직분을 가리킨다. 이 개념은 오늘날에는 “섬기는 리더십”과 같은 개념으로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일꾼”이 지도자로 임명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정신이 바로 주님의 가르침이었고, 바울은 이를 잘 따르고 있다.
1. 집사의 직분(8-13절)
8~9절은 집사 직분에 관해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감독의 자격과 비슷하고, 언급된 단어들이 반복된다. 먼저 “정중하고(셈노스)”라는 말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성품을 말한다. 말과 관련하여서는 감독은 잘 가르치는 자라야 한다고 했지만 “일구이언”하지 않는 자를 세워야 한다. 일구이언하지 않는 것은 모든 사람 앞에서 정직하고 진실하게 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덕목은 집사 직분이 성도들을 방문하면서 봉사하는 일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집사는 항상 모든 사람 앞에서 같은 말을 하는 진실한 자라야 한다. “술에 인 박히지 않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감독의 자격과 비슷하다.
감독이 돈을 사랑하지 않는 자라야 하듯이 집사도 더러운 이익을 탐하지 않는 자라야 한다. 돈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집사에게 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한다. 추측하기로 집사들이 재정을 맡아 사용하면서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집사들은 이렇게 도덕적이고 실천적인 부분에서 정직하고 신중하여 믿을 만한 자라야 하지만, 동시에 영적인 측면에서 복음의 진리를 잘 깨달아 아는 자라야 한다. “깨끗한 양심 가운데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9절)”로 세우라고 권면한다. “믿음의 비밀”이란 복음의 깊은 진리를 깨달은 자를 가리킨다. 복음을 비밀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그것이 원래 감추어진 것인데, 믿는 자들에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원의 비밀은 오직 믿는 자만이 알 수 있다. 믿지 않는 자들은 복음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기에 그것은 비밀이다. 믿음의 비밀을 간직한 집사는 항상 깨끗한 양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10절은 자격을 시험한 후에 직분을 맡기라고 권면한다. 집사를 세울 때에는 이러한 자격에 맞는 자인지 먼저 시험한 후에 세워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과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사도행전 6장은 초대교회에서 집사를 세운 과정을 설명하는데, 먼저 사도들은 성도들의 대표자들에게 칭찬받는 사람들을 추천할 것을 부탁한다. 이러한 추천 과정을 통해 자격을 시험한 후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세워야 한다. 책망받을 일이 없다는 것은 다른 표현으로 칭찬받는 자 혹은 인정받는 자란 의미이다. 교회의 직분자를 세우는 기준은 다른 어떤 세속적인 기준을 따라서도 안 된다.
11~12절은 정숙한 아내의 남편에 대하여 기록한다. 11절의 여자들이 여자 집사인지, 집사들의 아내를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간에, 직분에 관계된 자들은 이런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강한 요청이다. 감독의 아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집사의 아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조금 의외다. 집사의 아내가 정숙해야 한다는 것은 8절에서 집사가 정중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뜻이다. 절제하고 모든 일에 충성하는 것은 다른 것에 마음이 빼앗기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일에 헌신된 것을 말한다. 집사의 자격에서도 감독의 자격과 동일하게 한 아내의 남편이며 자녀를 잘 가르치고 가정을 잘 다스리는 자라야 한다(12절).
13절은 집사의 직분을 잘 감당한 자들이 얻게 될 유익을 설명한다. 그들이 얻게 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아름다운 지위이고 둘째, 믿음에 큰 담력을 얻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지위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위치를 말하는 것이고 믿음에 큰 담력을 얻는다는 것도 하나님 앞에서 담대함을 가리킨다.
2. 경건한 복음의 비밀(14~16절)
집사의 자격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복음의 비밀에 관해 설명한다. 이 내용은 4장의 거짓 교사들의 못된 가르침을 염두하고 이해해야 한다. 바울은 거짓된 가르침에 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복음의 비밀에 관해 설명한다.
바울이 복음을 경건의 비밀로 표현한 것은 변증의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 거짓 교사들은 영지주의적 사상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들의 구원관은 비밀스러운 계시의 지식을 받음으로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울은 기독교의 복음을 비밀이라고 한다. 참된 진리의 비밀은 거짓 교사들의 가르침이 아니라 바울이 전한 복음이다. 바울이 복음을 경건의 비밀이라고 한 것은 기독교의 복음이 경건한 삶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바울이 교회를 하나님의 집으로 표현한 것도 경건의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원래 하나님의 집은 성전을 가리키는 데 교회를 성전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것은 복음의 거룩함과 경건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성전인 하나님의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로 묘사하며 교회의 기초와 성장은 복음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결국 거짓 교사들의 잘못된 가르침을 배척하면서 교회를 세우고 떠받치는 것이 기독교 복음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16절은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부활, 그리고 영광으로 들어가심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스도의 육신으로 오심에 대한 것은 영지주의에서 구원자가 육신으로 올 수 없다고 가르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육신으로 오신 분이고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부활하심에 대한 설명은 영으로 의롭다고 함을 받으신 것으로 묘사하는데, 이것은 복음의 핵심으로 육신으로 오셨던 예수는 영적인 존재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영지주의의 구원관은 육신에서 해방되어 영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구원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복음은 영과 육신을 분리하지 않는다.
바울은 복음의 핵심적인 진리를 간략하게 묘사한다. 이것은 거짓 교사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비밀스러운 것이다. 참된 복음의 비밀을 가진 자들은 거짓 교사들이 아니라 바울이 선포한 복음을 받아들인 자들이다.
나는?
*교회의 일꾼인 집사를 가리켜 집사(디아코노스), 즉 1세기 당시에는 음식 시중을 드는 자를 가리킬 때 사용하던 표현을 쓴 것은 이 직분이 섬김의 직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집사의 자격으로 바울이 강조한 것은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됨됨이와 열매로 나타난 삶이었다. 외적인 인상과 사회적인 지위만 보고 세우지 말고 반드시 시험해 보라고 당부했다. 교회의 직분자를 세우는 행태가 자연스러운 오늘날 교회의 상황을 비춰볼 때 참으로 비교될 만한 바울의 권면이다.
-집사를 세울 때에도 장로에게 요구하듯 삶과 성품과 진리에 대한 태도를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또 교회 안팎의 평판을 모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집사는 단정하게 행동하고 이중적인 말을 하지 않고 술과 더러운 돈을 멀리해야 한다. 먼저 가정에 충실하고 여자 집사는 특히 “말과 절제”의 성품을 갖추어야 한다. 교회에 대한 충성도나 물질적인 성공 여부보다는 말과 행실의 일관성 및 가정과 세상에서의 거룩한 삶이 더 중요하다.
*당시 집사들은 감독(장로)을 도와 구제와 재정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8~12절). 이를 위해 그들에게는 이웃의 필요를 살피고 헤아리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언어 사용에 신중하여 사려 깊지 못한 말로 공동체를 어렵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부정한 이익(재물)을 탐하지 않고 맡겨진 모든 일에 성실해야 한다. 그래서 양심을 버리고 믿음에서 파선한(1:19) 거짓 교사들과 달리 깨끗한 양심에 믿음의 비밀을 가진 자여야 한다. 유능한 사람이기보다 언제 어디서든 말과 행실의 신실함으로 복음의 진리를 나타내는 경건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집사는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비밀을 잘 간직해야 한다. 그들은 양심을 버리고 양심에 화인 맞은 거짓 교사(4:2)와 달리 하나님의 계시를 진실하고 강한 확신으로 꼭 붙잡으며 깨끗한 양심(1:6)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감독을 도와 진리를 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사를 세우기 전에 먼저 시험 기간을 거쳐야 한다. 수습 혹은 청원 기간을 둔 후에 검증된 사람만 세울 만큼 신중해야 한다.
*집사의 직분을 맡기기 전에 먼저 시험 기간을 거쳐 검증해 보라고 한다(10절). 감독에게 요구하듯 집사를 세울 때에도 성품과 언행, 물질과 진리에 대한 태도, 교회 안팎의 평판 등을 두루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뜻이다. 우리 공동체는 집사의 직분을 이러한 원리와 절차 속에 담긴 의미를 구현하며 직분을 맡기고 있을까? 성경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요건을 낮추지는 않는가? 바울의 권고에 고민이 깊어진다.
-충성스러운 집사는 영적으로 아름다운 지위를 얻는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에 큰 담력을 얻는다. 왜 교회는 그러한 충성스러운 일꾼이 필요한가? 교회는 하나님의 생생한 임재가 있고, 주의 영이 거하며, 진리를 세우고 알리는 경건한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경건은 육에 속한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시고 영으로 부활하여 의로움을 증명받으신 예수님의 구속 사역의 결과이다.
*집사의 직분을 잘 감당한 사람은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아름다운 지위와 선한 영예를 얻고, 믿음에 큰 담력을 갖게 된다(13절). 이처럼 충성스러운 섬김과 신실한 봉사는 공동체는 물론 자신에게도 믿음의 유익을 준다. 이 확신과 영예는 이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보상이요 축복이다.
*교회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가 있는 집이며 진리의 기둥과 터이다(14~16절).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지키고 살아내고 전해야 할 진리는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비밀(신비)”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나타난 경건의 비밀을 알고 믿고 따를 때 교회는 순종과 헌신을 위한 더 확고한 근거를 갖게 되고, 더 민감한 분별력으로 거짓과 유혹에 맞서 신앙과 양심을 지킬 수 있다. 죄악 가득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온전히 나타낼 수 있다.
*바울은 교회를 가족(하나님의 집)과 성전(살아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으로 비유한다. 성도들은 서로 형제자매이며 교회는 하나님께서 영으로 거하시는 곳이다. 그 성전은 진리를 기둥과 터로 삼고 있다. 교회는 복음 진리에 있어 결코 타협이 없어야 한다.
*성도의 경건의 비밀은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리스도의 구속이 성도들을 거룩한 백성으로 살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나만 사랑하던 자들을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며, 하나님의 공동체를 위해서 살고, 이웃을 사랑하며 사는 삶으로 변화시켰다.
*주님, 거룩한 성도와 교회의 정체성과 소명을 잊지 않고, 더욱 든든하고 아름답게 세워가겠습니다.
*주님, 직분자를 세우는 기준과 절차가 거룩한 교회의 정체성에 맞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진리에 바로 서고, 경건과 믿음의 비밀 되신 예수님을 깊이 사랑하고 그의 다스리심을 기쁘게 받는 이들을 교회의 일꾼으로 세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