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2:8-17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
두 남녀의 만남 속에 싹튼 사랑이 결혼으로 발전하는 데는 그들의 지속적인 소통과 사랑뿐 아니라 적절한 시기가 요구된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 그리워하며, 서로에게 만남을 청한다. 멀리서 여자를 찾아온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의 열매를 맺을 시기가 왔음을 설명하며 여자에게 청혼한다. 여자는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신하며 결혼을 승낙한다.
1. 남자가 청혼하다(8~13절)
여자를 만나려고 남자가 멀리서 오고 있다. 여자는 사랑하는 자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가 여려 산과 언덕을 거쳐 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므로 기뻐서 “보라!”고 소리친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남자의 뛰는 모습은 노루와 어린 사슴의 뛰는 모습과도 같이 사랑스럽다. 가볍고 날렵하게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노루와 어린 사슴처럼 여자를 찾아 달려오는 남자의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어느 틈에 남자가 여자의 집에 도착했다. 그는 문지방을 지나 바로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벽 뒤에 서서 창과 창살 틈으로 여자가 어디에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여자가 목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남자를 만나고 싶어 했던 것처럼(1:7), 남자도 다른 이의 주목을 받지 않고 여자를 은밀하게 만나기를 원한다(2:9).
10~13절은 그렇게 달려온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하는 것을 묘사한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10, 13절)”로 시작하여 동일하게 끝난다. 11~13절 상반절은 청혼의 내용으로 둘의 사랑이 맺어질 시기가 왔다고 설명한다. 겨울, 즉 우기가 끝나고, 그들이 사는 땅에 개화의 시기가 왔노라고 남자는 말한다. 땅에 꽃이 피고 비둘기 노래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며, 무화과나무는 벌써 풋열매를 맺었고 포도나무에 열매를 맺을 꽃봉오리가 향기를 풍기고 있다.
이런 표현은 마치 남녀 간의 사랑이 열매를 맺을 결혼의 적정 시기가 왔음을 알린다. 과연 남자의 청혼에 여자는 응수할까?
2. 여인의 반응(14~17절)
14절에서 남자는 여자가 보고 싶어, 만나자고 청한다. 이 장면은 8절부터 이어서 본다면 집에 있는 여자에게 말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고 따로 떼어서 본다면 다른 시간에 일어난 일로도 볼 수 있다. 남자는 여자를 높고 위험한 바위틈들 사이, 낭떠러지의 은신처 같은 곳에 있는 비둘기로 묘사한다. 그런 곳의 비둘기는 스스로 날아 남자에게 오기 전까지는 남자가 비둘기에게 쉽사리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 남자가 여자를 부르며 달려오는 모습을 여자로 보게 했듯이(8~9절), 이제 여자도 어서 남자에게 그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14절). 또 남자의 목소리와 모습에 여자가 흥분하며 설렜듯(8~9절), 남자의 귀에 여자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남자의 눈에 여자의 용모가 아름다워 남자도 설렌다(14절).
15절은 결혼할 예정인 남녀 관계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경고다. 남녀 관계를 상징하는 포도원에는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들이 피었으므로, 그들은 곧 결혼으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러나 이 포도원을 망가뜨리는 여우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이들은 결혼으로 연합하려는 남녀의 관계를 위협하는 존재들이다. 이런 방해물은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사소한 것이라도 빨리 발견해내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16~17절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여자는 결혼 약속을 확증한다. 여자는 아가서의 처음부터 줄곧 남자를 사랑하고 있어 그의 사랑을 갈망했으며(1:2, 4), 그와 함께 있고 싶어 만남을 청하며(1:7), 독백으로나 남자에게 직접 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고(1:2~3, 16; 2:3), 예루살렘의 딸들에게는 자신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고 고백했다(2:5). 남자도 여자의 만나자는 제안에 호감으로 응수하고(1:8),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선물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으며(1:9~10, 15; 2:2), 그녀와 몇 차례 전원에서나 집에서나 포도주 집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1:8, 12~14; 2:4), 또 만나러 왔다(2:8~9). 이제 남자의 청혼(2:10~13)으로 여자는 자신을 향한 남자의 사랑이 확고함을 재차 확인한다. 그러므로 여자는 “그는 나의 것이고 나는 그의 것이라”라고 결혼으로 맺어질 두 사람의 관계를 선언하며 결혼 약속을 확증한다.
결혼 약속을 확증한 여자는 17절에서도 남자를 노루와 어린 사슴으로 비유하며 자기에게 어서 와달라고 요청한다. “베데르 산”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대체로 여자의 몸으로 비유한다고 해석한다.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돌아와서(직역_날이 숨을 내쉬고 그림자들이 도망가기 전)”은 낮의 열기가 빠지고 뉘엿뉘엿 해가 지는 저녁을 가리킨다. 여자는 남자와 친밀한 시간 갖기를 간절히 원하며 2장이 마무리된다.
나는?
-여자는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향해서 오는 모습을 노루가 재빨리 산을 뛰어넘고 어린 사슴이 거침없이 언덕을 넘어오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얼마나 활기차고 또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찾아오는지 모른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산, 작은 산)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자신들의 사랑을 훼방하는 “여우”를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하나님의 교회를 향한 사랑은 장애물(작, 작은 산)을 넘는 사랑이다. 장애물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시었다.
-주님께서도 우리를 찾아오시는 길이 참 험했다. 갖은 수치와 고난을 감내하시면서 우리에게 와주셨다. 그런 하나님만 사랑하지 않고 우상도 같이 숭배하라고 부추겨 하나님의 신부인 교회를 망가뜨리려는 자는 누구인가? 그 교활하고 음탕한 여우는 누구인가?
-남자는 여자의 집 벽에 서서 창틈으로 여자를 불렀다. 어서 일어나서 봄의 향연이 벌어진 밖으로 나오라고 외친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봄의 전령사인 비둘기가 짝을 찾아 우짖는 소리가 가득한 곳으로, 무화과 풋열매 맺히고 포도나무가 꽃을 피워 향기 진동하는 정원으로 오라고 부른다.
-주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이렇게 외치며 사랑의 노래를 불러 주셨다. 무르익어 풍성한 열매를 맺을 날까지 불러주시고 기다려주셨다. 우리를 향한 주님이 구원하는 사랑은 오히려 주님의 편에서 더 적극적이었다. 그 사랑이 놀랍다.
-남자와 여자는 결혼을 약속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속했다고 고백한다. 여자는 다시 한번 연인에게 노루와 사슴처럼 뛰어서 베데르 산으로 오라고 부른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와 언약을 맺으실 때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해 주셨다. 우리를 신부 삼아주신 것이다. 내 모든 것이 신랑이 되신 하나님께 속했음을 기억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그 사랑을 키워가야 하겠다.
*봄이 오는 동안 두 사람의 사랑도 무르익는다. 무르익는 사랑의 노래가 춥디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한다. 내리는 비는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에 더 이상 칙칙한 것이 아니다. 사랑의 기다림은 세상을 달리 보게 한다. 여인이 노래한다.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라 그가 나를 만나기 위해 산에서 달리고 언덕을 뛰어 넘어오고 있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와 나를 바라본다. 사랑하는 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작은 인기척에도 창문을 바라보며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바라본다(8~9절). 주님을 사랑하면 주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든 것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느껴진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에도 주님의 숨결을 느낀다. 사랑하면 집중한다. 집중되면 감추어졌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은 소리가 들린다. 사랑하면 그렇다.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렇기에 생각이 아니다. 삶이다.
*여인은 상상한다. 연인이 겨울이 지나 한걸음에 만나러 올 것이다. 겨우내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만남에 대한 기대로 꼭꼭 채우니 자신을 만나러 달려오는 걸음은 급했으리라. 산을 넘고 언덕을 넘는 그의 걸음은 가벼웠으리라. 그렇게 흥분된 마음으로 달려와 나를 부를 것이다. 창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할 것이다.
*나를 만나러 오기에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었던 겨울과 내리는 비가 그쳤다. 마치 우리의 만남을 축복하듯이 꽃들은 피었고, 비둘기는 힘차게 날갯짓한다. 무화과 열매가 익어가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웠다. 수줍은 듯 바위틈에 숨어 있는 비둘기를 빗대어 자신을 불러줄 연인의 목소리를 기대한다. 그대의 모습을 보도록, 그대의 목소리를 듣도록 해주오…. 주님을 향한 사랑의 노래다. 주님이 나를 만나러 오실 그날을 기대한다. 겨울과도 같은 힘든 시간들, 내리는 비와 같은 삶의 슬픈 순간들을 다 견뎌내고 주님이 나를 찾아오실 날을 고대한다. 주님께서 오셔서 나를 찾고 또 찾아,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실 것을 상상한다. 주님은 나를 찾으실 것이다.
*서로 사랑의 서약을 맺었다. ‘그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다.’ 서약을 맺고 연인은 양 떼를 먹이러 돌아갔다. 여인은 그가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돌아오기를 기다린다(16~17절). 이스라엘의 결혼은 약혼하고 일정 기간(대개 일 년) 이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 약혼과 결혼 사이의 기다림을 여인은 빨리 그날이 이르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주님께서 신부된 교회들에게 반드시 다시 오시마고 약속하셨다. 우리는 어떻게 주님을 기다려야 하나?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이의 마음처럼 “고대”해야 한다. 사랑하여 고대하면 날이 서늘해지고 그림자들이 달아나기 전에(하루가 지나기 전에) 빨리 돌아올 것을 고백하는 여인처럼 주님을 기다린다. 시간이 더 이상 관계를 흔들 수 없다. 언제 오시든 늘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환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겨울도, 내리는 비도 사랑의 제약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사모하게 한다. 주님을 사랑하니 내 삶 속에 어떤 환경이라도 주님을 더욱 기다리게 하는 은혜가 되었다.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 보여주시는 은혜, 또 약속해 주신 것을 바라보는 굳건한 소망이 하루하루를 살게 한다.
*지나 보면 인생의 겨울도 분명히 있었고, 쉼 없이 내리는 비가 야속하기만 할 때도 있었다. 한데,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견디게 하였다. 굳건한 주님 때문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지금 걸어가는 걸음도 역시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익숙한 길이 아닌 어색한 길이기에 무엇보다 오늘 말씀이 은혜가 된다. 주님을 사랑하면 더 사랑하면 주님의 음성이 들린다. 주님이 나를 만나기 위해 달려오시는 모습이 지금까지보다 더 민감하게 펼쳐질 것이다.
*주님을 사랑하니 주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님을 사랑하니 마음의 눈이 열려 주님이 달려오시는 것이 보인다. 주님을 사랑하니 거뜬히 기다릴 수 있다. 주님을 사랑하니 겨울도 따뜻하다. 주님을 사랑하니 내리는 비조차 감미롭다.
*주님, 나를 향해 달려오신 주님의 사랑이 오늘의 나 되게 해 주셨습니다. 그 사랑에 반응하여 주님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주님, 주님의 교회를 향한 사랑 고백이 감미롭습니다. 나도 교회를 이처럼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