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3:7-15 진멸을 선포해 놓고 술잔 기울이는 지도자들이라니…
유대인을 진멸하려는 하만의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제비를 뽑아 유대인 진멸 날짜를 열두째 달 13일로 정한다. 그렇게 후 하만은 왕에게 유대인 진멸 계획을 허락받는다. 이에 유대인 진멸 조서가 페르시아 온 지방에 반포된다.
1. 유대인 진멸의 날 결정(7절)
모르드개와 그의 민족 유대인을 죽이려는 하만의 음흉한 계획은 하나씩 실행되었다. 먼저 유대인 진멸의 날을 정한다. 하만은 가장 적합한 날을 정하기 위해 제비 뽑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하수에로 왕위 12년 첫째 달인 니산월에 제비(부르)가 하만 앞에 던져졌다. 그 결과 같은 해 열두째 달인 아달월 13일로 결정된다.
“부르(푸르)”는 고대 페르시아 말로 “제비뽑기”, “추첨”이란 뜻이다. 히브리어로는 “고랄”이며, 제비 뽑을 때 던지는 돌을 뜻한다. 제비뽑기는 어떤 특별한 일을 결정하면서 신의 뜻을 물을 때 자주 사용하였다. 구약성경에서는 속죄 염소를 선택할 때(레 16:10), 지파 간에 땅을 나눌 때(민 26:56; 수 15:1), 성전 직무자를 뽑을 때(대상 24:5, 31), 재앙의 원인을 찾아낼 때(욘 1:7) 등등 빈번하게 나타난다. 신약에서는 가룟 유다를 대신할 제자를 뽑을 때(행 1:26), 예수님의 옷을 나눠 가질 때(마 27:35) 등의 예에서 사용되었다.
제비뽑기는 메소포타미아, 애굽, 이스라엘 등의 고대 근동 지역 사람들이 어떤 일을 알아보거나 결정할 때 흔히 시행하던 방법이었다. 이스라엘이나 이방인 모두 이 방법을 활용했다. 이스라엘의 제비뽑기 예 중 다수가 하나님의 명령으로 시행되었다. 하나님께서 때때로 제비뽑기를 명령하셨다는 것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도 하심을 의미한다(잠 16:33). 본문에서도 하만이 하나님의 백성을 죽이기 위해 제비를 뽑았어도 그 방법의 선택과 과정과 결과는 모두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의할 것은 제비뽑기를 믿음이나 기도의 대체 수단으로 여기면 안 된다. 믿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자 성도의 일상적인 의무이며 특권이다(렘 29:12~13; 사 55:6; 시 32:6). 성경은 신구약을 막론하고 항상 기도할 것과 믿음과 인내로 기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제비뽑기나 제비뽑기식의 방식에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믿는 믿음의 방식을 대치시키면 안 된다.
2. 유대인 진멸의 날 조서 반포(8~15절)
“부르(제비)”를 통해 유대인 진멸의 날짜가 결정되자, 하만은 왕에게 나가 공식적인 허락을 받아낸다. 왕에게 나아간 하만은 “왕의 나라 각 지방에 백성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한 민족”으로 유대인을 소개한다. 이는 유대인이 민족의 이름조차 언급할 필요가 없는 하찮은 백성임을 암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유대인에 대한 고소가 잘못된 것임이 탄로가 날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래서 민족의 이름을 말하는 대신, 왕이 통치하는 이 나라 방방곡곡에 그들이 퍼져 있다는 점만 부각한다. 이처럼 왕국 전역에 흩어져 있기에 혹시 그들이 하나로 뭉쳐 물의를 일으킨다면 나머지 백성에 대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도 암시한다.
8~11절을 통해 하만은 유대 민족을 자신들만의 법률을 고수하고 왕의 법률을 무시한다고 고발한다. 이는 페르시아에 사는 여러 민족 중 이 민족만이 나라의 저해 요인이며 이들이 앞으로 왕에게 반기를 들거나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만은 이런 민족을 내버려두는 것은 왕에게 적합하지 않은 처사라고 언급하며 왕으로 하여금 유대 민족을 처벌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인 유대 민족 진멸을 왕이 공식적으로 수락하고 시행하기를 촉구한다.
하만은 “진멸”이라는 구체적인 처벌 방안을 제시하여 이것만이 왕이 유대 민족에게 내릴 가장 적합한 처벌임을 인식하게 하여 왕이 다른 대안을 생각할 틈을 갖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하만은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 유대인에 대한 단편적인 부분을 부풀려 왕의 오해와 공분을 사려했다. 실제로 유대인은 하나님의 율법을 그들의 법으로 지켰으나 페르시아의 법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만이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모르드개도 왕의 법을 지켜 왕의 목숨과 나라의 위기를 구한 충성스러운 신하였다. 왕의 생명을 구한 자를 죽이라고 권했다는 것을 왕이 알게 되면 하만은 어떻게 될까?
하만은 개인 재산 중에 은 일만 달란트(약 350톤, 1달란트-35kg)를 달아서 국고에 넣고 담당자들에게 줄 것을 약속한다. 이는 하만이 이 일을 집행하기 위해 들어갈 불필요한 인력과 경비를 염려하여 결정을 주저할까 봐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유대 민족을 진멸하는 것이 왕과 나라에 반역하거나 해를 끼칠 가능성의 싹을 자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이득이 됨을 강조하며 왕의 허락을 유도한다. 왕은 하만의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 모든 것을 하만의 손에 일임한다. 왕은 승인을 표시하는 인장 반지를 하만에게 빼줌으로써 그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수락한다. 그리고 은과 유대인을 하만에게 넘기며 “하만의 눈에 좋을 대로”하라고 말한다.
하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여 논리적인 말로 상대의 호감을 사고, 상대방을 압박하지 않고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악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속이거나 악한 일에 끌어들이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불의한 자다. 저자는 하만이 “아각 자손”임을 다시 언급하고(10절), “유대인의 대적”임을 덧붙인다. 과거 그의 조상 아말렉 족속이 이스라엘의 대적이었듯이, 현재는 하만이 유대인의 대적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2:19~3:6).
12~15절은 하만의 명을 따라 유대인 진멸 내용의 조서가 온 나라에 반포되었다. 첫째 달 십삼 일에 왕의 서기관들이 소집되어, 대신과 각 지방과 민족의 관리들에게 왕의 이름으로 글을 썼다. 각 지방의 문자와 각 민족의 언어로 기록되었고 이 조서에는 왕의 승인을 나타내는 인장이 찍혔다. 또 그해 열두째 달 십삼 일에 유대인 모두를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탈취하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와 같은 문서의 사본이 모든 백성에게 법률로 반포되어 그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조처되었다. 관리들은 신속하게 이 사본들을 반포하고, 도선 수산에도 이 법률이 반포되었다.
이런 와중에 왕과 하만은 일상으로 돌아가 포도주에 빠졌다. 그들이 먹고 마시고 있는 동안 도성 안의 백성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나는?
-하만은 이스라엘을 진멸할 날을 정하려고 제비(부르)를 뽑아 아달월(2~3월)을 얻는다. 남은 11개월은 하만이 주도면밀하게 멸절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이 계획을 무산시키기에도 넉넉한 시간이다. “사람이 제비를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다(잠 16:3)”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하만의 계획을 승인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그것이 자기 무덤 파기가 되게 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다.
-하만은 거짓되고 과장된 정보로 왕의 마음을 흔든다. 은 일만 달란트(약 350톤)나 되는 뇌물(나는 이것이 뇌물이라고 본다)로 왕의 판단력을 마비시켰다. 모르드개 한 사람이 자신에게 불복종하여 절하지 않은 것을 그의 유대민족 전체가 왕에게 불복종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하수에로 왕은 어떤가? 인도에서 구스까지 광대한 제국을 통하는 그가 신하 한 사람에 의해 조종당할 정도로 총기를 잃어버렸다(잃어버린 건지, 애초에 역량이 안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제국의 왕이면서 자기 백성 가운데 비록 타 민족이지만 진멸할 백성이 누구인지에는 관심조차 없다. 페르시아는 무수한 민족들로 구성된 연합국이었음에도 그 대제국을 다스리는 왕은 자기 백성에 대한 애정조차 없다. 그저 술에 취한 채 산하들의 말대로 왕후를 쫓아내고, 또다시 왕후를 세우기 위해 국가 전체 여인들을 향한 조서를 반포했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군주였다.
-정월 십삼 일에 왕의 조서가 작성된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념하는 유월절 바로 전날 이스라엘이 진멸해야 할 아말렉 후손의 손에 의해서 유대인이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도륙되고 진멸 당해도 된다는 무시무시한 조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서가 반포되자 수도인 수산 성부터 공포에 질려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잔인한 하만과 무관심한 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자기 야망이 이루기 위하여 백성들의 혼란과 공포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자들이 페르시아를 다스리고 있었다. 백성들의 삶에 공포와 혼란을 집어넣는 폭압 행하기를 자기 야망을 이루기 위해 거리낌 없이 인장을 찍었고, 왕은 자기 인장의 책임을 가볍게 여기며 내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하는 짓이 포도주잔을 기울이며 취한 것이었다. 충동적이고 무책임하며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아하수에로 왕이 어찌 제국의 왕이라 하겠는가? 그는 왕이 아니라 자기 감정의 노예고, 포도주의 노예일 뿐이다.
-모르드개에 대한 사적 보복이 아닌 그의 민족을 진멸한다는 얼토당토않은 계획이 실제로 추진되고 만다. 그나마 그 진멸의 날까지 열한 달의 말미가 주어진 것에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사가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이유도 모른 채 좋은 이웃일지 모르는 유대인들을 죽여야 한다니…. 백성들의 충격과 공포는 설명할 길이 없다. 누구든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조서의 내용 앞에 유대인들은 죽음의 공포와 절망이, 이웃 민족들에게는 표현할 수 없는 당혹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런데 편안한 이들이 있었으니, 이 와중에 포도주잔을 기울이며 취한 왕과 하만이었다. 허… 분노가 치민다.
*지난 2024년 12월 3일의 계엄(내란)의 상황도 이랬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엄(내란)을 준비해 왔음이 이미 밝혀졌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이 계획을 세울지라도 세상을 섭리함으로 통치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 밤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고 헌법재판소에 의해 법적으로 규명되어 탄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충격과 혼란 중에 빠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서 붙잡고 계셨다. 아무리 치밀하고 은밀하게 이 일을 진행하려 준비했다지만, 하나님의 섭리는 이 일을 막아주셨다. 충격과 혼란의 시간을 통해 이 민족이 다시 나아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붙잡는 계기가 되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삶의 기반을 지켜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에스더의 이야기 속의 하만과 같은 악하고 불의한 지도자가 그를 내세워 자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정체들이 드러났다. 하나님의 섭리가 아직 이 나라를 향해 기회를 내주셨다. 더 바르고 정의로운 나라로 세워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 주셨다. 어디 정치 영역뿐인가?
*교회도 마찬가지다. 일부 정치적이고 편향된 목사들에 의해 훼손된 복음을 다시 거룩하게 하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악은 쇠잔하여지고 정의는 반드시 세워진다. 악한 세대 속에서도 하나님은 정의를 이어가기 위해 기회를 만들고 길을 열어주신다. 기득권을 변호하고 그들을 위한 복음으로 변질시켰던 말씀을 이제 다시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순전하게 되돌려야 할 사명이 이 시대에 주어졌다. 더온누리 공동체가 굳건하게 감당하며 나아가야 할 사명이다.
*지도자들이 자기 욕망만 앞세워 정책을 결정하고 국민의 고충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으며 술잔을 매일 기울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얼마나 분노했는지 모른다. 하나님께서 어찌하여 이런 악을 허용하셨는지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들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국민은 이리 충격과 공포, 분노와 화병에 시달렸지만, 그들은 여전히 태연하고, 술에 취하고, 거짓을 일삼았다. 이제 국민에게 하나님께서 심판의 기회를 주셨다. 국민이 선택하는 권리가 곧 심판의 권리다.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철저하게 선택과 심판의 기회로 사용하기를 바래본다.
*공교롭게도 대선 기간 한복판에서 에스더를 묵상한다. 또 공교롭게도 악한 지도자들의 면면히 적나라하게 눈에 띄게 하신다. 그리고 지난 계엄(내란)의 밤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주어진 법의 기반 위에서 철저하게 심판되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기회가 대한민국과 교회의 미래가 환골탈태 되어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철저한 회개가 사죄의 은혜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은혜를 먼저 베풀면 곤란하다. 하나님의 사랑은 공의와 함께하는 사랑이다. 공의로운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 자비로운 사랑의 은혜를 누릴 수 있다. 이 땅의 교회들(성도들)이 자기 욕망에 눈이 먼 지도자들을 용납하지 않는 분별력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
*적어도 공포와 혼란을 던져놓고 태연히 술잔을 기울이는 그런 지도자 정도는 분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속과 사술, 술수와 계략에 능하여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오만한 자는 구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대 민족 진멸의 위기가 자기와 상관없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군주 같은 지도자가 선거철만 되면 서민복지, 경제, 평화 등을 운운하는 교묘히 포장된 거짓에 또다시 속는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주님, 기어이 하만이 유대민족 진멸의 날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인받아 공포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왕과 술잔을 기울입니다. 주님께서 다 지켜보고 있음을 압니다. 하나님의 개입 때가 머지않음을 압니다. 주님, 주저하지 마시고 개입하여 주십시오.
*주님, 지금 우리 민족과 나라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개입이 반드시 역사할 것을 믿습니다. 유대 민족을 하만의 계략에서 건지신 것처럼요.
*공교롭게도 요즘 묵상이 거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묵상하는 내내 하나님께서 보여주시고 깨닫게 하시는 마음이 감사와 분노가 교차합니다. 이런 분노의 마음에 마음이 함몰되지 않게 기도해 주세요. 하나님의 개입과 역사하심을 더 깊이 신뢰하며 평안함이 넘치도록요. 요즘 묵상이 그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