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묵상
마침내 선 왕의 뜰, 그곳에는 이미 하나님께서 계셨다 [에스더 5:1-14]
 – 2025년 05월 17일
– 2025년 05월 17일 –
에스더 5:1-14 마침내 선 왕의 뜰, 그곳에는 이미 하나님께서 계셨다.
    
유대인을 진멸하려는 하만의 계략에 맞서 에스더는 목숨을 걸고 왕 앞에 나선다. 에스더는 왕의 눈에 은혜를 입었고 이에 왕과 하만을 잔치에 초대한다. 한편, 왕후의 초대에 기분 좋은 하만은 모르드개 때문에 기분이 상하자 그를 없애려고 계획한다.
    
    
    
1. 에스더의 결행(1~8절)
1~2절은 왕 앞에 담대히 나간 에스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에스더는 삼 일의 금식과 기도를 끝내고 약속대로(4:16) 왕 앞에 나갔다. 왕후의 예복을 입은 에스더는 왕이 있는 곳의 맞은편 안뜰에 선다. 왕후의 예복을 갖춘 것은 공식적으로 왕후이자 왕의 아내로서의 신분을 드러내고 왕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다. 왕의 부름 없이 왕의 뜰에 섰다는 것은 “나는 목숨을 걸고 왕 앞에 나왔나이다”라는 뜻이며, 이미 그 행위 자체로도 법을 어긴 것이다. 통상 이런 경우에는 처형을 당하게 되어 있지만, 다만 예외적으로 왕이 그에게 홀을 내밀면 처형을 면하게 된다(4:11). 즉, 에스더의 행동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목숨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왔음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행동이다. 왕은 왕좌에 앉았다가 홀연히 뜰에 나타난 에스더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은혜를 베푼다. 짤막하게 기록된 이 장면은 에스더의 생사가 달려있기에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되었을 것이다.
    
짐작하기로 에스더를 먼저 발견한 신하들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왕후에게 돌아갈 것을 요청했을 수도 있고, 왕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을 수 있다. 에스더 자신의 긴장감도 말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왕 또한 갑작스러운 에스더의 출현에 누구보다 더 놀랐을 것이다. 자기 맘대로 나아온 왕후 에스더를 보고 과거 와스디의 불복종 사건을 떠올리며 진노할 수 있었다. 그 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왕의 눈에 에스더는 “매우 사랑스러워(2절)” 금 홀을 내밀었다. 에스더는 왕에게 가까이 나아가 금 홀 끝을 만짐으로써 왕의 부름에 응했다. 이로써 왕의 뜰에 있던 모든 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을 것이다.
    
에스더가 생사의 순간에 왕에게서 생명과 은혜를 얻은 것은 단순히 왕이 자비로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또 한 달 만에 왕이 왕후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도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가 그 시간, 그 장소, 왕의 눈과 마음 등 수많은 변수 속에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아후가 되기 전에 내시 헤개의 눈에 호의를 얻었을 때도(2:9), 생사의 갈림길에서 왕의 은혜를 얻었을 때도(2절), 하나님은 언제나 에스더와 함께하셨고 그녀에게 인자를 베푸셨다.
    
3~4절은 왕이 에스더에게 목숨을 걸고 나온 이유를 묻고 에스더의 청을 들어주는 장면이다.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냐?”를 원문에서 직역하면 “무슨 일이냐?”이다. 왕은 에스더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재차 물으며 나라의 절반이라도 줄 것이라고 답한다. “나라의 절반이라도 준다”는 말은 무엇이든 요구하면 들어준다는 뜻이다. 에스더는 왕의 물음에 직접적인 대답하지 않고 바로 그날 자기가 준비해 놓은 잔치에 왕과 하만을 초대한다. 에스더의 이러한 행동은 죽을 각오만 하고 왕의 앞에 온 것이 아니라 살아서 유다인의 목숨까지 구할 계획까지 다 준비해 두었다. 급하게 왕의 요구에 답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에 천천히, 느긋하게 일을 진행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잔치 자리에 왕에게 하만과 함께 올 것을 당부한다. 이는 평소에 왕후가 왕과 함께 다른 신하를 초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12절) 왕이 잠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찌 되었든 왕은 에스더의 청을 수락한다.
    
5~8절은 에스더가 첫 번째 잔치를 베푼 것을 묘사한다. 왕은 하만을 속히 불러 에스더가 마련한 잔치에 함께 갔다. 그리고 다시 나라의 절반이라도 줄 것이라며 에스더의 요구가 무엇인지 묻는다. 에스더는 바로 대답해 주지 않고 대신 다음 날 있을 두 번째 잔치에 오아과 하만을 다시 초청한다. 이때 에스더는 “자기가 왕의 눈에 은혜를 얻었고 왕이 진정 자기의 소청을 들어주는 것을 좋게 여긴다면”이라는 말로 왕의 은혜와 호의를 먼저 구한다. 그리고 왕에게 “내일은 왕의 말씀대로 하리이다”라고 지혜롭게 답하며, 왕이 순간적으로라도 품을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와 노여움을 누그러뜨린다.
    
    
    
2. 하만의 자랑과 음모(9~14절)
한편, 하만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왕후의 잔치에서 나왔다. 그런데 역시 왕궁 문 앞에 서 있는 모르드개의 꼿꼿함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이미 모르드개로 인해 유대 민족 진멸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었지만, 분노가 불같이 일어난다(9절). 분을 삭이며 집으로 돌아와 기분 전환을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랑이었다.
    
하만은 그의 사랑하는 친구들과 아내 세레스를 불러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의 첫 자랑은 재물이다. “큰 영광(11절)”은 “부의 영광”이나 “막대한 부”를 뜻한다. 하만은 일만 달란트(약 350톤)의 엄청난 액수를 정부 보조금으로 쾌척할 수 있는 거부였다(3:9). 둘째는 자랑은 자녀다. 하만의 자녀 중에는 적어도 열 명의 아들이 있었다(9:10, 12, 13). 셋째 자랑은 지위와 권력이다. 하만은 나라의 일인자로 오른 것에 우쭐했다. 게다가 오늘은 예상치 못한 새 자랑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왕후의 총애였다. 하만은 자기만 왕후의 잔치에 왕과 함께 초대받았으며, 내일도 또 왕후의 잔치에 갈 것이라고 떠벌린다. “왕과 함께(12절)”라는 말을 두 번 반복하면서 은근히 자신을 오아과 거의 동급으로 표현한다.
    
하만은 남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유다인 모르드개 때문에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아내와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다. 모르드개가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하만의 분노는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하만의 아내와 그의 모든 친구는 모르드개를 미리 없애라고 부추긴다. 오십 규빗(약 23m) 되는 나무를 세우고 모르드개를 매달도록 다음 날 아침에 왕의 허락을 받고, 그 후 왕과 함께 왕후의 잔치에 즐겁게 가라며 상세한 조언과 계획을 일러주었다. 하만의 지위를 이용하여 남을 모함하고 죽이는 악한 계획이다. 하만은 이런 악한 계획을 좋게 여겨 나무를 준비한다.
    
    
    
나는?
-에스더는 금식 기도가 끝나는 즉시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각오로 왕의 뜰로 나아가 홀로 선다. 3-일 동안 자기를 찾지 않은, 변덕스러운 왕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지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위태로움을 감수하고 선 자리였다. 하지만 에스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왕의 뜰에 선 그 시간 에스더 뒤에는 함께 금식하며 기도하는 동족들이 있었다.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에 대한 모르드개의 확신 있는 말(4:13~14)이 마음속에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을 것이다.
    
-기도의 후원 없이, 말씀에 대한 확신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주님의 일은 없다.
    
-왕은 금식을 통해 “마음의 단장”을 먼저 마친 후 “왕후의 예복”을 입고 홀로 왕궁 안뜰에 서 있는 에스더를 사랑스럽게 여기고 맞아들인다. 두 번이나 나라의 절반이라도 내어주겠다고 할 만큼 마음을 빼앗겼다. 우연처럼 보이는 왕의 호의적인 감정과 충동적인 제안은 에스더의 죽음을 각오한 신앙과 지혜로운 복장 선택,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어우러져 이뤄낸 역사였다.
    
-신하들의 말대로 움직였던 왕이(1:21; 2:4; 3:10) 이번에는 에스더의 말한 대로 움직인다. 왕후 와스디는 왕에게 나아가지 않아 폐위되었지만(1장), 이번에는 왕이 에스더의 부름을 받고 잔치에 나아오고 있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왕과 달리 에스더는 즉시 소원을 말하지 않고 하만을 안심시키고 왕을 더 분명히 설득할 시간을 마련한다.
    
-앞뒤 안 가리는 무모함이 믿음은 아니다. 무지한 열정은 광신을 낳는다. 지금 내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그 상황이 모두 하나님의 뜻도 아니고 축복도 아닐 수 있다.
    
-절대 권력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모르드개 때문에 하만과 세레스는 만족함이 없었다. 세레스는 하만에게 왕께 청하여 모르드개를 오십 규빗 장대에 달아 처단한 후 잔치에 참여하라고 조언한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하만은 왕이 허락하기도 전에 이미 장대부터 세운다. 왕은 하만에게 조정당하고, 하만은 세레스에 조종당하고, 세레스는 탐욕에 조종당하고 있다. 나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과연 누구이며, 무엇일까?
    
    
*3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로 준비했고, 죽으면 죽으리라 목숨을 걸고 왕의 뜰에 선 에스더. 그녀가 서 있는 자리는 결코 홀로 선 것이 아니었다. 목숨을 잃을지 두려워하는 염려와 불안의 자리도 아니다. 백성들의 금식, 모르드개의 지혜로운 조언과 도전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시고 함께 선 웅장한 믿음의 자리였다. 믿음으로 선 자리에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역사가 이어진다. 왕은 금 홀을 내밀었고 더 나아가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며 부탁이 무엇이냐고 거듭 물어본다.
 
*혹 불확실하고 위협적인 상황 가운데 있다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지혜롭게 말과 행동을 준비할 수 있어야 겠다. 즉시 목적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신다. 하나님 나라 백성은 자기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안에 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놀랍지 않은가.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신비한 간섭은 페르시아 왕궁 한복판에서 여전히 역사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역시 오늘도.
    
*그렇게 선 왕의 뜰, 그곳에는 먼저 하나님이 서 계셨다.
 
*한편 에스더는 왕 앞에 나아가기 전 자기뿐 아니라 온 유다 민족에게 금식하며 기도의 자리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왕 앞에 서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선다.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물어보는 것이 섣불리 행동하는 것보다 먼저다.
 
*크고 중요한 일일수록, 급하고 압박받는 일일수록 하나님 앞에서 먼저 지혜를 구하고 뜻을 구하며 힘을 구하는 지혜로움을 에스더를 통해 배운다. 일상의 나는 늘 조급하고, 먼저 해결하고 싶어하고, 일단 말과 행동을 앞세우는 성향이 다분한데, 중요한 일일수록 하나님 앞에서 깊이 묵히는 하늘의 지혜와 하늘 아버지를 신뢰하는 믿음에 더욱 순종해야 하리라.
 
*우리는 늘 착각한다. 내일의 시간이 자기 것이라고. 그래서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성급하게 판단하고, 구상한다. 결국 내일을 위해 오늘을 나의 뜻과 의지로 채우려고 한다. 하만이 그랬다. 왕후 에스더의 잔치 자리에 최초로 동석했다는 것에 흥분하여 모든 것이 자기 힘과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교만함을 감추지 않는다. 밤에라도 왕에게 충분히 허락받을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교만한 마음을 그가 그토록 죽이고 싶어한 모르드개를 높이는데 발판을 삼으시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만의 기고만장하고 오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기억하여 더더욱 하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교만과 분노가 결국 자기를 무너뜨린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시간을 신뢰하여 지금, 여기에서 더욱 겸손한 낮아짐과 하나님의 섭리가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믿음의 인내를 붙잡아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한번쯤은 죽을 각오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다. 그때 자기교만과 오만이 아닌 겸손과 믿음으로 그 용기를 붙잡으리라. 살아계신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용기 내어 살아내리라.   
    
    
    
*주님, 그 신비한 주님의 개입과 역사하심을 신뢰합니다. 어디에 서 있든지, 그곳에 하나님께서도 서 계신 줄 믿습니다.
*주님, 하만의 교만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그런데 혹시 저의 삶에서도 이런 교만이 스며들까 두렵습니다. 늘 공의로우신 주님을 경외하며 겸손하게 살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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