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2:1-55 우여곡절, 인간의 실수와 실패에도 끈질기게 성실하신 하나님
2장의 족보는 유다의 아들 중 다말의 아들인 셀라의 후손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서 역대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윗의 계보를 먼저 소개한다. 시대적으로 다윗의 가계는 창세기 시대인 베레스로 시작하여 다윗과 그의 형제자매와 조카들 시대까지 언급되고 있다. 유다 지파의 족보는 2:3~4:23까지 매우 잘 짜인 구조로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3장의 다윗과 그의 후손을 강조하기 위해 유다의 다른 아들들의 족보가 다윗의 족보를 샌드위치처럼 감싸고 있다. 2장과 4장에서 셀라와 베레스의 족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3장의 다윗 족보를 감싸고 있다. 2장의 유다 족보에서는 특별히 갈렙의 족보가 강조되고 있다. 갈렙의 후손에 대한 족보가 여라므엘의 족보를 감싸고 있다.
열두 지파의 족보(2~8장)는 유다를 선두로 총 열한 지파를 나열한다. 단과 스불론이 제외되었다. 배치와 분량으로 보면 유다(2~4장, 총 102절)가 가장 두드러진다. 처음과 끝에 나온 유다와 베냐민(8장)은 남 유다를 수립한 지파로서 유다 왕국의 존속을 상징한다. 특히 유다의 부각은 하나님이 다윗에게 약속한 영원한 왕권(17:14)이 유효함을 암시한다. 유다는 모든 지파는 지도자로 하나님께 선택받았고 그의 자손에서 메시아의 출현이 예고 되었다(창 49:8~12; 미 5:2). 중간(6장)에 나온 레위 지파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의 대표로서 이스라엘의 영적 사명을 암시한다.
1. 이스라엘의 열두 아들(1~2절)
역대상 2~8장의 “이스라엘의 자손 족보”는 이스라엘 백성이 혈통으로 야곱의 자손이며 영적으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각인한다. 이스라엘 자손의 족보는 아브라함(1:28)과 이삭 자손 족보(1:34)의 일부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뿌리가 아브라함에게 직결됨을 보여준다.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큰 민족임을 조명한다(창 12:2). 야곱을 “이스라엘”로 칭하며(2:1) 그의 자손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택과 축복을 입은 백성임을 상기한다. 이는 포로 귀환 공동체가 유다 백성의 일부였지만, 이스라엘 민족을 이룬 근본은 야곱의 자손 열두 지파의 단일체임을 일깨운다. 이는 곧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의미다. 열두 아들의 이름은 생모에 따라 나열하며, 출생 순서를 따랐다(창 35:23~26; 출 1~5장). 처음과 끝에 레아의 자식을, 중간에는 라헬과 관련된 자녀를 기록했다. 야곱에게는 네 명의 부인이 있었고 이에 따라 분류하고 기록되었으나 본문은 이런 규칙이 사라진다.
2. 유다의 자손들(3~8절)
이 단락은 배열된 이름 가운데 아내의 이름 혹은 어머니의 이름과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들어가 있다. 또한 유다와 다윗 가문에 대한 족보 안에 인물들에 대한 평가와 에피소드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이 가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3~4절이 대표적인 예이다. 창세기 38장의 내용을 배경으로 장자인 에르의 죽음이 그의 악행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는 에르의 아내 다말이 계대결혼으로 유다를 통해 베레스와 세라를 낳은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또, 가나안 사람인 수아의 아들들은 악행을 행하여 죽거나 배제되어 유다의 가문을 잇지 못했다는 것을 언급함으로 가나안 민족과 거리를 두고 있다. 5~6절은 다윗의 선조가 되는 베레스의 아들들이 세라의 아들들보다 먼저 나온다. 베레스의 아들 중에서 하물은 구약에서 본문에서만 등장한다. 7절의 갈미는 여호수아 7:1, 18에 따르면 세라의 손자이며 삽디의 아들로 나온다. 삽디는 대부분 시므리의 다른 이름으로 보기 때문에 갈미는 시므리의 아들이 된다. 갈미의 아들 아갈은 여호수아 7:1, 18에서 아간으로 소개된 자다. 그는 여호와의 물건을 훔쳐 진멸을 당한 사람이다. 이를 통해 에스라는 아간 가문의 진멸을 언급하며 유다 가문의 잘못을 숨기지 않는다. 동시에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본문에는 특징이 있다. 먼저 조상들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다(3~4절). 유다의 후손들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오시지만 그 시작은 이방 여인과 동침하여 세 아들을 낳았고 그중에 첫째 에르는 여호와께서 그의 악함 때문에 죽이셨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기록되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형수와 동침하려 하지 않은 둘째 오난도 죽임을 당했다. 그러니 유다는 막내 셀라를 보호하기 위해 아예 다말과 결혼시키지 않는다. 이후 다말은 시아버지와 동침하여 베레스와 세라를 낳게 되고(창 38장), 베레스의 아들 헤스론의 후손들을 통해 다윗왕과 그리스도가 태어난다. 또한 가나안 정복 초반 이스라엘의 패배를 가져온 아간의 범죄도 언급되었다(7절). 이 기막힌 이야기를 에스라는 ‘며느리 다말이 시아버지 유다에게 … 낳아 주었으니(4절)’라고 기록한다. 하나님께서 아들들을 허락하여 주셨다는 의미이다. 족보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다. 당사자들과 후손들에게는 관습이었다고 하나 한 여인과 관련하여 두 아들의 삶에 변곡이 생겼고, 남은 셋째마저 잃을지 두려워 멀리하게 한 유다의 행동을 보면 당시 상황들이 얼마나 유다에게 곤혹스럽고 힘들었을지 짐작하게 한다.
또한 가나안 정복 전쟁의 개전 승리에 도취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너무나 가벼이 여긴 아간의 죄는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경고가 되고 있다. 가장 기쁜 승리의 축제 여정이 죄로 인해 민족의 비극적인 첫 패배와 개인은 공개처형의 당사자가 되게 하고 만다(수 7:1). 이를 에스라는 정확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삶의 가장 기쁜 성취의 순간 내 눈을 멀게 하는 아간의 시선과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성취감과 승리의 아성에 눈과 마음이 멀어 죽음의 선택인지도 분별하지 못한 아간의 본보기는 오늘 나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유다 자손들의 시작은 초반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 위기의 순간들 속에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섭리를 사람들이 보지 못해도 굳건히 진행하신다. 그것이 족보가 주는 큰 교훈이다. 단순히 조상과 자손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 같지만 이들을 지키시고 후손을 이어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섭리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족보는 이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삶의 길이 ‘우여곡절’의 길이라면 이조차도 하나님의 섭리는 감히 판단할 수 없어서 이후 세대에 어떻게 인생이 이어질는지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신다. 그리고 우여곡절 속에서 놀라운 섭리를 진행하신다. 하나님의 이 놀라운 섭리를 믿음과 마음으로 깨우쳐 신뢰한다면 지금 곤란함이 꼭 실패나 좌절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3. 헤스론의 아들 람의 자손들(9~17절)
이 단락은 헤스론의 아들 이름이 소개된다. 여라므엘과 람과 글루배 중에서 람을 중심으로 기록된다. 헤스론의 세 아들중 람이 먼저 소개되는 이유는 다윗 가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역대기 저자의 관점 때문이다. 유다-베레스-헤스론-람-암미나답-나손-살마-보아스-오벳-이새, 그리고 다윗과 형제자매들 순으로 족보가 기록된다. 룻기에 기록된 족보와 일치한다(룻4:18-22). 이새의 아들들을 모두 기록하였고, 누이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놀라운 점은 아브라함부터, 혹은 아담부터 예수 그리스도까지 이르는 직선적인 계대를(마 1장)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저자가 역대상 족보를 기록했음에도 1~2장에서 아담-아브라함-야곱(이스라엘)-유다-다윗으로 이어지는 핵심 골격이 이미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오시기 전 500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 시기에 오실 주님을 바라보고 있다.
놀랍다! 당시 포로 귀환한 백성들이 이스라엘의 왕손 가운데 언제, 누구를 통해 주님께서 나타나실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사람이 하나님의 때와 방법은 모르더라도 하나님께서 뜻하시고 계획하신 일을 어떻게 주관하셔서 이루시는지 족보가 증거한다는 것이다.
4. 헤스론(갈렙), 여라므엘, 갈렙의 자손들(18~55절)
18~24절은 갈렙 자손들에 대한 소개다. 주목되는 인물은 20절의 갈렙의 아들 훌의 손자 브살렐이다. 출애굽기 35:30에 등장하는 성막을 만든 인물이다. 이렇게 브살렐까지 소개된 이유는 에스라가 성전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성전의 전신인 성막을 만든 인물이 다윗과 같은 유다 지파이며 헤스론의 자손임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21절부터는 헤스론이 요단 동편 길르앗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그곳에서 마길의 딸과 결혼하여 살기 시작했다. 이후 야일 때까지 번성하다 후에 길르앗의 60 성읍을 그술과 아람에게 빼앗긴다. 길르앗 땅은 후에 다윗이 그술 왕 달매의 딸 마아가와 결혼하여 압살롬을 낳음으로 다윗 가문과 연결된다.
25~41절은 여라므엘의 족보인데 특이한 것은 딸만 있는 세산이 애굽의 종을 자신의 딸과 결혼시킨 것이다. 유다 가문에 이방인인 애굽의 종 야르하가 들어온다. 그의 자손들로 인해 여라므엘의 자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모계를 중심으로 유다 계보를 인정한 것으로 역대기 족보가 엄격하게 부계만을 중심으로 이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42~55절은 갈렙의 자손들을, 장소를 중심으로 언급한다. 십, 헤브론, 기럇여아림, 베들레헴 등은 지명이다. 그렇다면 “십의 아버지, 헤브론의 아버지”라는 표현은 도시의 창시자, 혹은 그 지역의 지도자를 의미한다. 마지막 52~55절은 개인이 아닌 갈렙의 후손에서 퍼진 종족들의 명단이다. 55절은 야베스 지역에 살던 디랏 종족과 시므앗 종족과 수갓 종족이 하맛에서 이주한 겐 종족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띤다. 사사기 4:11을 통해 보면 길르앗 야베스에서 겐 족속 헤벨이 등장하는데, 그의 아내 야엘이 이스라엘의 적인 시스라를 죽이며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이 계보를 통해 겐 족속이 유다 지파 안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는?
*세상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자기 입맛에 맞춰 기록을 남겼다. 미화하고 과장한다. 그런데 성경의 역사는 다르다. 적어도 족보의 기록을 보면 사실적이다. 낯부끄러움, 죄악의 본보기를 정확하게 남긴다. 창세기나 여호수아에만 남겨있지 않다. 기록하고 또 기록해서 그 실수와 죄의 반복 위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끈질기게 임하도록, 세워지도록 했다. 실패와 실수와 죄악의 흔적 위에 은혜로 세워진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이다.
*내가 걸어가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실수가 있다. 실패도 있고, 낯부끄러움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데 그 위에 주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 일을 맡기셨다. 깨끗하고 순결한 자에게만 맡기신 것이 아니라 순결하도록 빚으시며 죄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두시고 그 위에 세우게 하셨다. 고결하고 성스러운 삶의 흔적은 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 흔적이 선명하게 남도록 이끄신다. 나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 은혜의 이름이 고스란히 후손들에게 전해지도록 말이다.
*그래서 어제의 흔적이 부끄럽지 않다. 고스란히 나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이 감사하다. 어제의 실패와 부끄러움에도 오늘을 살아가도록 허락하신 은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이 기대된다. 오늘 실패하더라도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는 충분히 회복과 기회를 주심으로 삶의 기록을 이어가게 하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 어제 죄의 흔적을 기억하고 오늘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내일에 이루실 섭리를 기대해야겠다. 이것이 믿음이다. 오늘도 이토록 치밀하게 나의 길을, 하나님 나라의 길을 섭리하시는 하나님만 믿고 나가야 하겠다.
*주님이 이끄신 어제, 주님이 이끄시는 오늘, 주님이 이끌어가실 내일을 신뢰한다. 이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솔직하게 남겨진 족보다.
*2장의 족보는 다윗의 계보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특징이 있다. 역대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다윗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인물들이 들러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인식은 세상의 사고방식에서 온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 나라 건설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 즉 언약이 어떻게 신실하게 지켜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족보는 그 목적에 충실하게 기록되었다.
*초기 유다 자손의 계보 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물이지만, 쉽게 간과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에르(3~4절)다. 창세기 38장의 이야기 배경이다. 유다의 장자인 에르를 통해서 구속의 역사가 전개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에르의 악행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이는 하나님 나라에서는 세상 통념과 달리 혈통적인 계보가 아니라 믿음의 계보를 따라서 하나님 계획의 수종자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는 에르의 죽음은 에르의 아내 다말의 출산이 근친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믿음을 따른 계대결혼의 결과임을 확증해 주기도 한다.
*또, 언약의 계보를 이어가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유다의 아들들이나, 진멸해야 할 물건을 탐내고 지켜야 할 기업의 경계를 침범한 유다의 후손들(아갈, 야일)은 하나님께 보응을 받아 계보에서 끊기거나 기업을 잃어버렸다. 이는 순종 없이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거나 그 나라를 누릴 수 있는 길은 ‘없음’으로 깨우쳐 준다.
*에스라가 희망적인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굳이 죄악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멸절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순종하지 않는 자들에게 보장된 안전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에스라는 유다 지파를 특별히 강조하고 그 중심에 다윗 왕조를 배치한다. 포로기 이후 유다 공동체는 이미 다윗 왕조가 무너지고, 그 나라가 사라진 상황에서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사라진 듯 보였다. 하지만 에스라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은 변하지 않으며, 다윗 왕조를 통해 하나님께서 여전히 자신의 구속 계획을 이루고 계심을 유다 자손들의 족보를 통해 보여준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가 다윗의 혈통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우리 가운데 임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믿음으로 살아내야 한다.
*또한, 유다 지파의 족보는 단순하게 왕권의 계보만 기록하지 않았다. 성전과 관련된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에스라의 이런 기록은 포로 귀환 공동체가 성전을 중심으로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공동체는 성전이 파괴된 상태에서 신앙의 중심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성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를 상징하며,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 정체성을 유지하는 중심이 된다.
*오늘날 우리가 교회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중심으로 회복하고,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주님, 유다 자손의 족보를 통해 함축된 하나님 나라의 은혜를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실수와 실패를 통해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게 하셨습니다. 한 번의 실수와 실패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