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17:1-15 나의 열정과 마음이 아니라 건축주의 뜻대로
본문은 사무엘하 7장과 거의 동일한 평행 본문이다. 17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본문(1~15절)은 다윗 왕조를 굳건하게 해 주시겠다는 왕조 언약이 나오고, 16~27절은 이런 하나님의 언약을 들은 다윗의 기도다. 다윗은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나단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은 이를 거절하신다. 그리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다윗의 집 곧 다윗 왕가를 영원토록 튼튼하게 세우겠다고 약속하신다. 그리고 성전은 다윗의 아들 중 하나가 지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하나님은 그의 왕위를 영원히 견고히 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그 아들은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영원히 세워질 것이다.
1. 다윗이 여호와의 성전 짓기를 소원함(1~2절)
다윗은 자신과 여호와의 언약궤, 백향목 궁전과 휘장을 대조하며 여호와의 법궤가 놓인 곳이 임시적이고 누추한 곳임을 안타까워한다. 역대상 16:1에 따르면 언약궤는 장막 안 휘장 뒤에 안치했을 것이다. 백향목은 당시 건축자재에서 가장 최상의 재료였다. 매우 고급스러운 궁이었음을 의미한다. 다윗은 자신의 궁은 너무 좋은 곳이지만 여호와의 보좌를 의미하는 법궤가 너무 누추한 곳에 있는 것에 대해 하나님 앞에 송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성전을 지어야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게 된다. 이 소망을 나단 선지자에게 알린다.
이런 다윗의 말에 나단 선지자는 “하나님이 왕과 함께 하시니 마음에 있는 바를 모두 행하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하나님께 묻지 않은 나단 개인의 생각이었다. 그는 단지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다윗과 함께하셨고 다윗을 사랑하셨기에 다윗이 성전 짓는 일도 허락하실 것으로 생각했다. 더구나 하나님의 전을 건축하는 것이었으니 굳이 하나님께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
2. 나단에 임한 하나님의 신탁(3~15절)
3~6절은 나단의 생각과 달리 그날 밤에 하나님께서 나단에게 나타나셔서 세 가지 신탁을 주신다. 이 계시는 다윗이 나단과 대화를 나눴던 그날 밤에 임했다. 하나님께서 지체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다윗을 “내 종”이라고 부르신다(4절). 본문의 ‘종(에베드)’은 하나님과 다윗이 주종관계임을 선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하나님이 신뢰하는 자’ 혹은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는 자’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절대 짓지 말라고 명령하셨다(4절). 5~6절은 하나님이 자신의 주거 방식을 결정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신다. 5절의 표현은 아직 정착하지 못한 이스라엘과 동행하기에 적합한 이동식 장막 속에서 이스라엘과 함께하셨다는 의미다. 성막은 하나님께서 백성들이 어디로 가든지 항상 함께하며 보호하신다는 상징이다. 6절은 사사시대를 언급하는데, 만일 이때 자기 집을 원했다면 사사 중 한 명에게 성전을 지으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이는 하나님이 성전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성전을 지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사사들이 성전 짓느라고 재물을 모으고 백성을 노역에 동원하는 것보다 백성들을 잘 먹이고 잘 통치하길 원하셨다. 하나님께서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가장 원하신 일은 자신이 맡긴 하나님의 백성들을 잘 돌보는 것이었다.
7~11절은 다윗 왕조에 대한 하나님의 언약을 소개한다. 하나님께서는 세 가지로 약속하셨다. 첫째, 다윗의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7~8절). 7절에서 “내가”, “나의 백성”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지 다윗의 백성이 아니며, 하나님의 백성을 맡기기 위해서 양치기였던 다윗을 선택하셨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시며, 다윗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대리자일 뿐이다. 다윗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며 대적들을 물리쳐주셨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위대한 자들의 이름처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둘째, 백성들을 한 곳에 심으시겠다는 것이다(9절).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그들의 거주지로 주어 다시는 그들이 옮겨가지 않게 하시고, 불의한 사람들이 해치지 못하도록 보호하시며, 모든 대적이 다윗에게 복종하게 해 주겠다고 하신다. 이는 이스라엘과 다윗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약속하신 것이다. 셋째, 다윗 왕조를 세워주시겠다는 것이다. 다윗이 하나님의 집을 세우는 대신에 하나님께서 다윗의 집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하신다. 이 왕조는 대대로 그 후손들이 세습하는 왕국으로 11절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한다.
12~15절은 다윗의 후손에 대한 약속이다. 첫째, 다윗의 후손이 하나님의 집을 건축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다. 둘째, 하나님께서 그의 왕좌를 영원히 세워주시겠다는 것이다. 사울에게서는 하나님이 언약적 사랑(인자, 13절)을 거두었지만, 다윗의 아들에게는 절대 그 사랑을 돌이키지 않을 것이다(13절).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내 집과 내 나라(14절)라는 표현이다. 사무엘하 7:16에서는 “네 집과 네 나라”라고 표현했다. 하나님께서 다윗 왕조를 세우는 목적이 하나님의 집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라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신다.
나는?
-다윗은 ‘하나님의 집’ 건축에 대한 소원을 선지자 나단에 토로한다. 하나님의 궤가 자신의 백향목 궁보다 못한 휘장 아래에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 나단은 다윗의 선한 열망보다 더욱 선명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대언한다. 다윗 역시 선한 소원과 의도를 품었으나 허락되지 않은 하나님의 응답을 받아들인다.
-때로 하나님은 우리 안에 소원을 두고 행하시기도 하지만(빌 2:13) 언제나 말씀 속에서 확실한 뜻을 나타내시고 인도해 가신다. 항상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언제든 내 생각과 뜻을 교정하려는 겸손한 태도와 주의 뜻과 응답을 수용하려는 믿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님에 대한 나의 선한 뜻이 거절 당할 수 있다는 마음을 기억하고 스스로 하나님께 대해 시험에 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출애굽부터 사사시대를 거쳐 다윗 시대까지 장막에 거하시던 하나님은 한 번도 성전 건축을 요구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자신이 거할 처소보다 자기 백성이 안전히 거하며 안식할 처소(“한 곳”)에 더 큰 관심을 두셨다. 그리고 악한 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양 떼를 치던 다윗을 불러 자기 백성의 주관자(목자)로 삼으셨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집을 향한 다윗의 열정보다 자기 백성을 향한 마음이 더 크고 깊으셨다. *”하나님을 위한 일”보다 “하나님을 아는 일”에 먼저 힘써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은 더 멀리까지 내다보신다. 다윗의 아들을 양자로 삼으시고 그를 통해 성전을 건축하며, 그의 왕위를 견고하게 하리라 약속하신다. 사울처럼 왕조의 안전과 견고함을 위해 인간적인 계교나 술수를 부리지 말고 신실하신 하나니의 언약과 인자를 의지하라고 하신다. 그 약속이 궁극적으로는 예수님 안에서 성취되었다. 구원의 안전이 “나의 열심”이 아니라 “주의 신실하심”에 있음을 기억하며 겸손히 주님을 의지하며 나아가야 하리라.
*다윗은 하나님의 집을 세울 수 없었지만, 하나님은 다윗의 집을 세워주셨다. 하나님을 향한 내 사랑보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더 크시다. 내가 해드린 만큼 하나님이 나를 상대해 주셨다면, 나는 과연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나님의 너른 사랑을 먼저 받아 누리기에 나에게 맡기신 모든 사역과 관계들에게 더 너그러워지고 겸손해져야 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오늘 나는 다윗의 마음을 본 받기를 원한다. “마음에 있는 바를 모두 행하”여도 그것이 하나님 앞에 죄가 되지 않는, 오히려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이 되기를 바래본다. 사실 내 마음에 원하는 바를 모두 행하라는 특권이 주어지면 나는 오롯이 하나님을 위한 마음으로 행할 수 있을까? 확언할 수 없다. 오히려 내 마음에 좋은 일이 하나님도 기뻐하실 일이라는 합리화를 하겠지…. 그래서 다윗의 마음이 부럽다. 하나님을 위한 그의 마음과 생각이 부럽다.
*하나님을 위한 나의 선한 마음과 계획이 때로 하나님의 뜻과 맞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다. 동기가 하나님을 위한 선한 동기임에도 하나님은 그것을 거절하신다. 심지어 주변 하나님의 사람들이 지지하고 축복해 주는 일임에도 하나님은 그 길을 허락하지 않으실 때가 있다. 이때 오늘 본문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거절하시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려고 알려 주시며 거절하신다. 하나님을 위한 선한 마음의 의도가 담긴 일이 막힐 때 그럴수록 더욱 하나님의 뜻을 먼저 찾아보자. 그럴수록 말씀에서 기도를 통해 확인해 보자.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실 것이다. 하나님의 의도를 알게 되면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감사하다. 다윗이 하나님의 뜻을 충분히 듣고 건축하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자기 아들이 건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 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건축 계획”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시는 “그의 건축 계획”은 385년 만에 쓰러질 건물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건축하는 것이었다. 그의 계획에 다윗은 한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지금도 내 삶 속에 임한 하나님의 나라는 계속 세워지고 있다. 나도 하나님에게서 이 나라를 세워 나가기 위해 한 부분을 담당하라고 불러 주셨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나가는 과정이다. 부실 공사하지 말아야지….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서 결심해 본다. 부실 공사는 “내 마음에 있는 바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온전히 감당해야 방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 마음에 있는 바대로” 건축하면 내 집이 되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건축해야 하나님의 나라(집)가 되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의도(뜻)대로 지어야 한다.
*주님, 나의 마음에 있는 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감당하는 목양이 되겠습니다.
*주님, 내 마음대로 지은 내 집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지어져 가는 더온누리 공동체를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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