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28:1-21 오늘과 같이 마음과 뜻을 다해
28~29장은 다윗이 솔로몬을 불러 왕으로 선택하고 성전 건설을 구체적으로 당부하며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말해준다(22장과 연결된다). 28:1에서는 23~27장에서 소개된 지도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솔로몬에게 왕위를 승계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23~27장에서 다윗이 조직한 각종 제도와 명단도 솔로몬에게 물려주는 유산이며,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왕국 건설의 정점인 성전 건설을 솔로몬에게 당부한다.
1. 다윗의 당부(1~10절)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27장)를 모아 큰 모임을 열고 솔로몬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고 그에게 성전 건설을 당부한다(1~2절). 2~3절은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성전 건설을 금지하신 이유다. 4~7절은 하나님이 주신 약속이며, 8~10절은 솔로몬에게 하는 당부의 말이다.
다윗은 자신의 말을 ‘들으라(쉐마)’고 말한다. 쉐마는 선지자나 왕들이 명령을 전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표현이다. 다윗은 자신이 여호와의 성전을 지을 마음이 있었음을 말한다. ‘언약궤를 위한 안식의 집(2절)’이란 표현은 성경에서 이곳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데, 이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함께 이동하던 언약궤도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고 안식을 얻게 되었으므로 성전에서 안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3절은 다윗 자신이 성전을 짓지 못하는 이유를 제시하는데, 전쟁을 많이 했고 사람을 많이 죽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윗의 역할은 전쟁하고 피를 흘려 이스라엘 땅에 평안과 쉼을 가져오는 것까지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님께 받은 소명이 있고 한계가 있다. 다윗은 이런 하나님 말씀에 성실하게 순종했다.
5절에서 다윗은 하나님께서 솔로몬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선택하셨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열왕기의 아도니야의 반란과 나단과 밧세바의 재촉으로 솔로몬을 왕으로 세운 일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이런 관점은 당시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관점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옛일을 평가할 때 갖는 것이다. 에스라는 솔로몬이 왕이 된 것은 하나님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한다. 6~7절은 다윗이 받은 하나님의 말씀 두 가지를 직접 인용했다. 첫째, 솔로몬이 성전을 짓고 하나님의 아들이 될 것이며(역대상 22:10의 신탁을 반복), 둘째, 하나님의 계명과 법도를 힘써 지키면 나라를 영원히 견고히 해주시겠다는 것이다. 왕조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으로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지킬 것을 하나님 앞과 회중 앞에서 맹세하게 한다. 그래야만 하나님께서 주신 땅을 누리고 영원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무엘하 7장에서는 율법을 순종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징계를 받지만, 왕조는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본문은 율법에 대한 불순종 때문에 땅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하면서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을 더욱 강조한다. 이것은 이미 불순종으로 땅에서 쫓겨난 역사 경험이 있던 저자나, 1차 수신자의 관점에서 볼 때 율법에 대한 순종이 이스라엘의 생존과 번영의 핵심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다.
또 율법을 온전한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지키기를 당부한다. 하나님은 마음의 모든 생각과 의도를 아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설명하자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악한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드리는 형식적 예배와 규례 준수는 받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에스라는 이미 거짓 제사와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허황한 믿음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아픈 역사를 알고 있기에 이러한 관점이 다윗의 선포 속에 투영된 것이다. 또, 역대기에서 “하나님을 찾다”라는 구절이 많이 나오는데, 역대기는 이것을, 하나님을 믿는 자가 가져야 할 바른 태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윗은 마지막으로 성전 건축을 위해 솔로몬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라고 당부하며, “강하라 그리고 행하라”고 권면한다. 이런 다윗의 당부는 성전 건설과 율법 준수로 요약된다.
2. 성전 설계도를 솔로몬에게 전달(11~19절)
다윗은 솔로몬에게 성전과 각종 기물의 설계도를 전달한다. 이 설계도는 다윗이 하나님의 영에 의해 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윗은 성전과 성전에서 사용되는 기구의 모양과 사용법과 재질과 무게까지 일일이 정하여 설명한다. 19절의 “설계도(타브나트)”라고 번역된 단어는 출애굽기에서 성막과 기구의 모양을 설명할 때도 동일한 단어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성막 설계도와 모든 기구에 대하여 전하는 다윗의 모습은 시내산 꼭대기에서 성막과 성막의 모든 기구와 그 모양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모세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에스라는 다윗을 제2의 모세로 그리고 있다.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 것과 다윗을 제2의 모세로 그리고 있는 것은 성전이 성막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3. 다윗의 마지막 권고(20~21절)
이 단락은 다윗이 후계자인 솔로몬에게 주는 마지막 권고다. 다윗은 “강하라, 담대하라, 행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고 권고한다. 여기서 “강하라,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는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해 여호수아에게 주신 권면과 동일하다(신 31:6; 수 1:9), 역대상 22:13에서도 동일하게 나온다.
20절은 “행하라”는 명령이 가운데 첨가되어 있다. 이것은 다른 계승 이야기와 달리 담대함보다는 성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여호와께서 솔로몬과 함께하시기를 기원하는 기간도 솔로몬이 성전을 모두 지을 때까지로 한정된다. 21절에서 모든 제사장과 레위인과 기술자와 지휘관과 백성들이 모두 솔로몬을 도와 성전을 지을 것이라고 권면한다.
이렇게 철저히 다윗은 모든 권면과 신하들의 복종을 받는 것까지도 성전 건설과 연관 지어 말하고 있다. 솔로몬이 계승하는 왕위는 왕으로서 권세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성전 건설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 자리가 된 것이다.
나는?
-다윗이 꿈꾸는 나라는 하나님을 위한 나라다. 성전과 국가 운영을 위한 모든 체제를 갖춘 다윗은 지도자들을 소집하여 솔로몬의 왕위 계승과 성전 건축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진정한 통치자가 여호와이심을, 또 여호와께서 성전 건축을 위해 자신과 솔로몬을 택하시고 왕으로 세우셨음을 천명한다. 즉 그들의 왕위가 죄와 탐욕에 물든 가나안 땅에 “하나님의 나라와 백성”을 세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요 선물임을 고백한 것이다.
-다윗이 꿈꾸는 나라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의 나라였다. 하나님은 순종하는 백성에게 약속의 땅을 누리게 하시고 대대로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신다. 또 전심으로 자기를 찾는 자를 만나주시고 절대 저버리지 않으신다. 이것은 변함없는 주의 약속이고, 다윗의 전 생애사 묻어 있는 생생한 체험이며, 하나님에 대한 간증이다.
-다윗이 꿈꾸는 나라는 하나님이 책임지시는 나라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성전 건축과 관련하여 하나님이 알려주신 설계도를 따라(출 25:20) 자세히 설명한다. 하나님은 이방 신전들처럼 크고 화려한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대로, 말씀하신 대로 짓고 살고 지키는 거룩한 백성이 있는 곳에 거하신다.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허락된 뜻(성전 공사)이 이루어질 때까지 함께 하시고 떠나지 않으실 것임을 환기한다. 하나님 나라의 길에 숱한 방해와 난관이 있겠지만, 우리가 두려워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종과 사명을 이루는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만 보며 낙심하지 말고, 주께서 곳곳에 예비해 두신 디딤돌을 보며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
*꼼꼼히 살펴보면 다윗은 성전 건축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솔로몬의 현재 상태와 그 마음과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과 같이(7절)” 순종하되, 마음과 의도에서부터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택하여 맡기신 일을 충분히 감당하되 사람들 기쁨으로 돕는다고 격려한다. 건물을 짓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마음과 의도를 하나님이 거하시도록 세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또한 건축은 재료와 기술자와 사람들의 지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먼저 하나님의 마음과 의도에 순종할 때 하나님께서 이를 온 공동체가 기쁨으로 감당하도록 해주시겠다는 것이다. 왕이 하나님께 순종하면 백성이 왕께 순종한다. 다윗의 통치가 이를 잘 증명해 주지 않는가? 그러니 아들에게 ‘네 아버지의 하나님’을 ‘오늘과 같이’ 섬기라는 부탁은 다윗이 자신의 삶을 관통한 부탁인 것이다.
*나는 어떤가? 적어도 다윗은 솔로몬을 보기에 “오늘” 훌륭하게 하나님의 계명과 법도를 잘 순종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과 같이”가 아니라 “오늘만이라도”라는 결심을 세워본다. 늘 실패하지만, 오늘만이라도, 아니 “한순간만이라도”이고 싶다.
*결국 하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설계도를 맡기는 다윗이지만 설계도만 맡기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하나님의 마음과 의도(뜻)에 합하는 것을 아들 솔로몬에게 맡긴다. 성전 건축 설계도는 눈에 보이는 건물을 세우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마음과 의도에 합하는 것은 영원을 세우는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무슨 설계도에 더 마음을 두고 있을까? 하나님을 더 알아가고 마음과 의도에서부터 따라가려는 설계도일까? 내 눈에 보이는 내 삶의 설계도일까?
*성전 설계도는 세워야 할 때 주시는 것이지만, 나의 삶에 늘 세워지고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의 설계도는 이미 주어졌다. “마음과 의도(뜻)를 다해 하나님의 계명과 법도를 순종하는 것이다. 내 삶의 설계는 “마음과 뜻을 다한 순종”이다.
*왕이 하나님께 순종하면 백성이 왕께 순응한다. 지도자가 하나님께 순종하면 지체들이 지도자에게 순응한다. 하나님의 사명을 받은 자가 하나님께 가장 먼저 순종해야 할 이유다. 하나님의 일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나를 순종의 사람으로 세우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면 건물은 순응하여 세워진다.
-성전 건축이라는 눈에 보이는 과업에 초점을 맞추면 그전에 이미 세워져 할 마음의 성전, 순종의 성전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순종이 서 있어야 눈에 보이는 건물의 성전도 순응하여 따라 세워진다. 건축의 과정에서 이를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내가 먼저 마음과 의도에서 하나님께 전심으로 순종해야 하겠다. “오늘만이라도”가 겹겹이 세워지면 언젠가 “오늘과 같이”가 되겠지….
*오늘과 같이하면 미래는 순응하여 따라온다.
*주님, 다윗이 솔로몬에게 당부한 것처럼 “오늘과 같이” 순종하고 또 순종하며 “내일”을 준비하겠습니다.
*주님,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우선되는 마음의 성전을 세우는 것이 지금 여기에서도 변치 않는 우선순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