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 10:1-12 봄비(열매를 익게 하는 비)를 주시는 하나님
여호와의 구원은 여호와와의 관계 회복에 초점이 있음을 여러 방면으로 강조한다. 1~2절은 목자 없는 백성이 허탄한 것을 구하는데, 돌이켜 여호와께 구하라고 권고하는 것을 통해 강조한다. 3~7절은 이스라엘을 강하게 하여 여호와와 온전한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8~12절에서는 여호와께 돌아옴을 통해 이뤄질 온전한 회복을 예언한다.
1. 목자 없는 백성(1~2절)
1~2절에서는 이스라엘이 처한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인 여호와와의 관계 실패를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곧 언약의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1~2절에서 드러난바, 이스라엘은 다른 신을 섬기고 우상을 숭배하며 엉뚱한 것을 의지하고 있다. 그들은 여호와께 간구하지도 않고 여호와의 이름으로 도움을 구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드라빔을 이용하는 복술자를 통해 자신들의 운명을 점쳐보려 했다.
1절의 “봄비(늦은 비)”는 보통 봄에 내리는 비를 가리킨다. 이스라엘 백성의 그 해 농사의 성공 여부는 봄과 가을에 적절히 내리는 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신 11:14; 호 6:3; 욜 2:23). 이미 이스라엘이 그 땅으로 입성하기 전, 여호와께서는 그 백성이 자신의 목소리에 청종할 때에 적절한 때에 비를 내려 그들에게 풍요를 허락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신 11:11, 17; 28:12). 비록 그들은 그 땅에서 가나안 주민들이 섬기던 풍요의 신 바알을 좇아 재앙을 당했으나(호 2:8, 13, 17; 11:2, 13:1) 참으로 뇌우를 일으키는 풍요의 신은 바알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이시다(렘 5:24; 14:22).
스가랴는 진정으로 비를 허락하시는 분은 여호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여호와께 구하라고 권고한다. 이스라엘이 거주하는 가나안 지역은 큰 강과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땅은 끈끈하지 못한 점성으로 인해 빗물을 담지 못하고 대부분 흘려 보낸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항상 우기에 물을 저장해놓고 건기를 대비해야만 했다. 이와같은 지리적 배경을 통해 1절의 “봄비”는 농경과 관련하여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스가랴는 그 큰 축복을 바라보며 “여호와께 비를 구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한다. 한편 이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근본적인 삶의 방향이나 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단순하게 종교 행사만이 아니라 하나님을 철저하게 의지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2절의 “드라빔”과 “복술자”에 대한 묘사에서 “허탄한 것”과 “진실하지 않은 것”, “헛되므로”등과 같은 설명으로 우상의 성격을 잘 표현한다. 드라빔과 복술자를 의지하는 신앙은 곧 복과 구원을 받을 것 같지만, 결국 그러한 믿음은 헛될 뿐임을 지적한다. 또한 2절에서는 이스라엘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들과 관련하여 지도자(목자)들의 몫이 결코 적지 않음을 경고하신다. 지도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옳은 길로 가지 못하고 유리하며 방황하게 되었다. 또한 “목자가 없으므로”라는 표현을 통해 지도자들이 드라빔과 복술자를 의지하여 나라의 운명을 점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러한 모습은 이미 남 유다 멸망의 시기에 선명하게 드러났다)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도 모두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이 가증하게 여기는 것들을 의지했음을 시사한다. 스가랴는 특별히 이 책임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일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을 여호와 하나님께로 인도할 목자가 되려 드라빔과 복술자에게로 인도했다.
2. 강하게 하실 여호와(3~7절)
여호와께서 이런 목자(지도자)들에게 노하신다. 3~7절에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지도자들을 세우고 그들을 통해 승리(회복)을 가져올 것을 언급한다. 승리를 통한 회복은 여호와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특히 6~7절,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라). 이 단락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되 이스라엘을 강하게 하는 방식(3~5절)을 다루는 부분과 여호와와의 온전한 관계가 회복된다는 내용이다(6~7절). 스가랴서에서 언약이 강조되고 있는 맥락을 고려할 때, 전쟁에서의 승리는 언약을 순종함으로 받게 되는 전형적인 축복의 방식이라 할 수 있으며, 온전한 관계 회복은 언약관계의 회복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3a절은 지도자들에 대해 여호와께서 노하시는 것은 언급한다. ‘목자들’과 ‘숫염소들’은 지도자를 가리킨다. 예레미야 50:8에서 숫염소를 양 떼에 앞서가는 것으로 묘사한 바 있다. 지도자들에게 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3b절은 여호와께서 친히 백성을 돌보시고 ‘전쟁의 준마’와 같이 만들겠다고 선언하신다. 4절은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 승리를 가져다 줄 지도자들을 세우겠다고 하신다. ‘모퉁잇돌’은 건축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유적인 의미에서 지도자(삼상 14:38; 사 19:13)를 가리키기도 한다. ‘말뚝’은 움직이지 않게 잘 박혀 고정되었다는 의미에서 안전한 장소를 가리키기도 한다(사 22:23). ‘싸우는 활’도 지도자를 세우는 것과 관련이 있다. 5절은 여호와께서 유다를 위해 강한 용사 같이 싸우시는 모습을 드러내신다. ‘여호와가 그들과 함께하시므로’ 유다 족속은 그들의 회복(승리)을 확신해야 한다.
6절의 표현들은 모두 언약을 상기하거나 언약 회복을 약속한다. ‘유다 족속’과 ‘요셉 족속’은 각각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을 가리킨다. 본문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의 온전한 연합과 이상적인 회복을 가리키는 것이며(이미 9:10에서도 표현한다), 11:14에서도 이 연합을 구체화하고 있다. ‘돌아오게 하리니’는 단순한 지리적 귀환이 아니라 이스라엘에게 베풀 회복을 가리킨다. ‘내버린 일’은 언약에 대한 불순종으로 예루살렘이 멸망한 사건을 가리킨다. ‘내가 내버린 일이 없었음 같이 되리라’는 언약적인 저주의 상태에서 벗어나 완전히 회복되게 하리라는 약속의 표현이다.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라’는 언약공식이다.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고 십계명을 주실 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심을 강조한 바 있다. 7절 역시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의 온전한 회복을 말한다.
3. 회복시키는 여호와(8~12절)
이 단락은 ‘온전한 회복’을 강조한다. “돌아오게 한다”는 이미지가 강조되는데, 이 돌아오게 함은 스가랴서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며 전체 주제를 이룬다. 역시 회복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호와와 이스라엘의 관계 회복에 있다(12절). 이 관계회복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여호와와의 관계를 넘어서서 공동체와 여호와, 즉 사회적 공적 차원까지 확장되는 개념이다.
‘내가 그들을 향하여 휘파람을 불어 그들을 모을 것은 내가 그들을 구속하였음이라 그들이 전에 번성하던 것 같이 번성하리라’ 8절의 ‘휘파람을 불어’는 이스라엘을 불러 모으는 신호다. ‘구속’은 언약 배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으로 언약적 회복을 가리킨다. ‘번성’은 창조 언약(창 1:22)과 노아 언약(창 9:1), 아브라함 언약(창 17:2)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개념이다. 모세 언약을 전후로 하여 이 약속이 성취되어 번성하였다는 사실도 자주 언급된다(창 47:27; 출 1:7, 12, 20; 신 10:10).
10절의 ‘길르앗 땅과 레바논’은 기름진 땅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레바논은 이사야서에서 회복된 시온을 상징한 바 있다(사 60:13; 35:10). 길르앗은 흩어진 양들을 돌아오게 하는 장소로 언급된 바 있다(렘 50:19~20; 미 7:14). 애굽과 앗수르는 스가랴 기록 당시 존재하지 않은 국가들이지만, 이스라엘을 멸망시키거나 괴롭힌 강대국들을 대표하여 거론된 것이다.
나는?
-여호와께 비를 구하라. 새 시대, 새 이스라엘, 새 하나님 나라는 사람이 있고 땅이 있다고 하여 저절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하나님만을 홀로 참 왕으로,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계신 참 신으로 모시는 이들로만 세워질 것이다. 선지자는 믿음 없는 이스라엘에게 부디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라고 호소한다.
-봄비가 올 때에 여호와 곧 구름을 일게 하시는 여호와께 비를 구하라’고 한다. 드라빔과 복술자 같은 우상에게 기대지 말라고 하신다. 엘리야의 호소가 들린다.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
-목자들을 심판하리라. 하나님께 구할 줄도 모르는 가련한 자가 자기 백성을 향해 하나님께서 먼저 물꼬를 여신다. 그 책임을 먼저 양들을 유리하게 한 지도자들에게 물으신 것이다(3절). 지도자들의 악행에 대해 하나님께서 눈감으신 적이 없다. 더욱 엄격하고 혹독하게 평가하신다. 반대로 이들에게 미혹 당한 자기 양 떼에게는 다시 한 번 자비를 베푸신다.
-하나님은 목자 없이 유리하며 괴롭힘을 당하던 어린 양들을 보살펴 ‘전쟁의 준마’, 즉 여호와께서 타시는 영광스러운 말이 되게 하실 것이다. 유다와 에브라임(북이스라엘)을 강한 용사로 만드실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전쟁에 유다와 이스라엘은 거칠 것이 없다. 대적을 밟는 용사가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목자와 같이 모을 것이다. 하나님은 유다와 이스라엘 모두의 하나님이 되셔서 이제는 둘이 하나가 되어 우상을 척결하고 하나님만을 참 목자와 용사로 모시는 나라를 이루게 하실 뿐 아니라, 심판으로 흩어진 자기 백성을 각자에서 약속의 땅으로, 성전을 중심으로 모으실 것이다.
-목자가 휘파람을 불어(‘사라크) 양들을 부르듯이,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부르실 것이다. 그리고 잡혀 가기 전에 이스라엘과 유다가 누렸던 영화, 아마도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영화로 돌아가게 하실 것이다. 앗수르의 교만을 꺾고, 애굽의 권력을 잠재우신 하나님이 자기 백성, 하나님 나라를 견고하게 하실 것이다. 아무도 넘볼 수 없고 누구든 다 이길 수 있는 용사가 되게 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시는 유일하신 하나님이시다. 가나안 사람들은 농사에 필요한 비를 뿌려 풍요를 주는 신으로 바알과 아세라를 섬겼으나, 하나님은 엘리야를 통해 자연을 다스리시고 비를 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분임을 가르쳐주셨다(왕상 18:1; 시 135:7). 우리에게 이른 비와 늦은 비(곡식이 익으라고 봄에 내리는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께만 우리의 필요를 아뢰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봄비 되신다(1절).
*이스라엘이 당한 고난의 이유는 하나님이 아닌 다른 헛된 것들을 의지하여 하나님을 버린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드라빔과 점쟁이들의 거짓 꿈과 헛된 위로(삿 17:5)를 의지한 결과, 깊은 고독과 고통만 남았다. 그런데도 지도자들은 백성을 바르게 인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헛된 위로를 조장하여 더욱 도탄에 빠뜨렸다.
*삶이 곤고하고 불안할 때 가장 먼저 어디로 달려가는가? 생명을 결실케 하는 늦은 비를 주시는 하나님 앞에 달려가는가? 세상이 제공하는 쉽고 빠른 드라빔을 찾아 해매는가? 나를 가장 잘 아시는 주님이심을 신뢰한다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은혜의 늦은 비를 내려주실 것을 신뢰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교회(지도자들)는 고통 가운데 있는 지체들에게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돕는 자인가? 아니면 하나님 외에 다른 것도 의지해보라고 권유하는가?
*헛된 드라빔과 복술자를 의지하는 인생과 하나님을 목자로 모신 인생의 마지막은 분명하게 갈린다. 나의 목자, 나의 모퉁이돌은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세상 힘과 논리를 따르는 숫염소가 될 수 없다.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시는 선한 목자되신 주님이시다.
*하나님은 거짓 목자들을 폐하신다. 하나님의 뜻을 좇아 백성을 인도할 참 목자를 세우신다. 하나님은 거짓 목자들이 방황과 고통에 빠뜨린 백성들을 하나하나 권고 하시고, 그들을 훈련하여 전쟁터의 자랑스러운 군마처럼 강한 자들로 만들어 주신다. 또 자기 백성 가운데서 통치자(모퉁잇돌, 말뚝, 활)를 세우셔서 참된 승리를 얻게 하실 것이다.
*실패를 경험했더라도 아직 늦은 비가 올 때가 아닐 수 있다. 삶의 늦은 비는 반드시 온다. 인생의 고난과 흩어짐의 시간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신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실패 이야기를 은혜의 이야기로 다시 쓰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다.
*이것을 이미 행하신 출애굽과 바벨론 귀환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알려주셨다. 보이지 않는 내일에서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올 때 내가 기억해야 할 출애굽, 바벨론 귀환의 은혜는 무엇일까? 내 삶의 홍해를 가르시고 광야에서 만나를 먹이셨던 여전히 살아계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억해야 하리라. 성경에 기록된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오늘 나의 삶의 역사를 이끌고 있다고 굳게 신뢰하리라.
*주님, 오! 나의 주님 저에게 때를 따라 봄비를 내려주시는 사랑의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의지하도록 하는 거짓된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하겠습니다. 드라빔과 복술자를 의지하여 헛된 꿈을 꾸지 않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 의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