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1:1-17 솔로몬, 하나님께 그의 지혜를 구하다
하나님은 솔로몬과 함께 하시고 그를 창대케 하심으로 다윗과의 언약을 지켜가신다. 솔로몬은 기브온 회막에서 하나님을 예배함으로 통치를 시작한다. 하나님은 그런 솔로몬에게 나타나 그가 구한 지혜뿐 아니라 부와 영광을 약속 하셨다. 그 약속대로 솔로몬 왕국은 열방 중에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뛰어난 나라로 자리 잡는다.
1. 솔로몬의 왕위가 견고하여 가며_통치 요약(1절)
다윗(주전 1010~970년)의 아들 솔로몬(주전 970~930년)이 왕위에 올랐고(대상 29:28), 그의 왕국이 강성해져 간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견고해진 공로를 솔로몬과 하나님에게서 찾는다. 먼저 근본적으로는 하나님이 다윗과 맺은 언약(삼하 7장)과 밀접하게 관계된다. “견고하여 가며(하자크)”는 직역하면 “스스로 강성하게 하다”이다. 역대하 본문에서 “스스로 강성하게 하다”는 표현은 르호보암, 아비야, 여호사밧, 여호람, 요담의 왕권을 설명할 때 저자가 사용했다. 이는 각 왕의 통치력을 칭찬하고 다윗 왕조의 견고함이 지속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하나님이 다윗의 아들을 왕으로 세워 그의 왕국과 왕위를 견고하게 하시겠다는 약속(삼하 7:12~13)의 성취인 것이다.
무엇보다 왕국의 견고함은 하나님이 솔로몬과 함께하고 그를 창대하게 하시므로 실현된다. 저자는 하나님을 “그(솔로몬)의 하나님 여호와”로 소개하면서 솔로몬과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부각한다. 하나님의 은혜, 보호와 축복이 그에게 베풀어졌음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하다. 또한 다윗이 왕이 되기 전부터 함께 하신 하나님이 솔로몬과도 함께 하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다윗과 그의 왕조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신 은혜를 바라보게 한다.
또한 솔로몬을 “심히 창대하게 하신(가달)” 것은 하나님이 다윗과 함께 하여 그를 점점 “창대하게 하신(삼하 5:10)” 일과 더 나아가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이름을 창대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하셨던 창세기 12:3을 떠올리게 한다. 즉 솔로몬의 견고하게 됨(강성하게 됨)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놓치지 않게 하려는 저자의 확고한 의도다.
2. 기브온에서 예배를 받으신 하나님(2~6절)
솔로몬의 통치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시작한다. 왕은 온 이스라엘(천부장, 백부장, 재판관, 방백들)을 이끌고 기브온 산당으로 향한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이 건축되기 전 백성들은 이와 같은 산당에서 제사를 드렸다. 기브온은 남예루살렘에서 북서방향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다. 본래는 히위 족속의 땅(수 9:3; 삼하 21:2)이었고, 그들은 가나안 전쟁 때 진멸되었어야 했던 족속이었지만, 이스라엘을 속여 언약을 맺고 목숨을 구했다(수 9장). 이 지역은 베냐민 지파에게 할당된 곳이었고 레위인의 성읍이 되었다(수 21:17). 역사적으로 사울 왕 때 이곳에서 이방인들을 학살했고, 이로 인해 다윗의 시대에 3년 동안 가뭄이 있었다(삼하 21:1~14). 다윗은 사독 등 제사장에게 이곳 산당에 성막을 두어 아침저녁으로 하나님께 번제를 드리게 하고, 헤만과 여두둔 등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며, 문지기를 두어 그곳을 지키게 하였다(대상 16:39~42). 즉 성전이 건축 되기전 실질적인 성전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지역이었다.
기브온에서 “온 이스라엘과 온 회중”은 다윗이 온 이스라엘과 유다를 통치하기 시작한 이래 솔로몬까지 이스라엘 전체를 통치하는 견고한 왕권이 지속되었음을 부각한다. 기브온 산당에는 모세 때 만든 “하나님의 회막(성막)”이 있었으므로, 온 회중과 함께 하나님을 찾았고(5절), 장막 앞에 있는 놋제단 위에 천 마리 희생을 번제로 드렸다(6절). 이 때 드린 번제는 속죄제뿐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감사를 표하는 화목제였다. 5~6절에서 언급되는 “놋제단”은 시내산에서 처음 만든 성막을 상기시킨다. 성막에서 통치의 첫 걸음을 뗀 솔로몬을 통해 견고한 성전으로 건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성령과 지혜를 주실 것을 바라보게 한다.
당시 기브온에는 “법궤”가 없었다.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다윗은 법궤를 예루살렘에 안치한 후 아삽과 형제에게 명하여 법궤 앞에서 매일 하나님을 섬기게 했고, 문지기를 두어 지키게 했다(대상 16:37~38). 반면 성막은 가나안 정착 때부터 사무엘 때까지 실로에 있었으나(수 18:1; 삼상 3:21), 실로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파괴되었다(렘 7:12~15). 사울 왕 당시 성막은 놉에 있었지만(삼상 21:1~6), 사울로 인해 놉 제사장과 주민들이 학살 당하고 다윗의 때에 기브온으로 옮겨졌다(대상 21:29). 다윗은 사독을 포함한 제사장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번제를 드리게 하였고, 헤만과 여두둔 등 찬양 담당자들은 찬양했으며 문지기들이 성막을 지켰다(대상 16:39~42).
솔로몬은 시내산에서 제작된 놋제단에 “천 마리 희생”으로 제사를 드렸다. 오늘날 성도들이 오해하는 솔로몬의 일천 번제는 일천번의 제사(횟수)가 아니라 일천 마리의 제물을 한꺼번에 드린 것이다. 유념할 필요가 있다.
3. 솔로몬에게 응답하신 하나님(7~13절)
기브온에서 예배드린 밤에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나타나신다. “구하라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랴?”는 하나님의 물음은 솔로몬의 예배를 기뻐하셨음을 암시한다. 이에 솔로몬은 하나님이 다윗에게 큰 은혜를 베푸셨고 자신을 왕으로 세우셨음을 언급하고(8절), 하나님이 다윗에게 허락하신 약속(삼하 7장, 대상 17장)을 확실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9절). 그 약속은 견고한 왕권과 성전 건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솔로몬은 이를 성취하기 위해 백성을 다스릴 지혜와 지식을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자각했고(9~10절) 이들에게 지도자로서의 역할(출입과 재판)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지혜가 절실함을 피력한다. 또, 지혜는 통치뿐 아니라 성전 건축에서도 필수적이었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성전 건축을 부탁하면서, 하나님이 그에게 지혜를 주어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실 것을 기원했었다(대상 22:6, 12~13). 하나님은 솔로몬이 다윗의 말을 기억하고 순종하려는 마음을 보신다. 그가 다윗이 기원한 것처럼 부, 재물, 영광, 그를 미워하는 자들(원수, 11절)의 생명, 장수함 등을 구하지 않고 지혜와 지식을 구한 것을 칭찬하신다. 그리고 솔로몬이 구한 지혜와 지식 뿐 아니라 구하지 않은 부귀영화도 주셨다.
이 일은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솔로몬의 예배와 하나님의 응답을 통해 솔로몬이 다윗 언약에 약속된 왕이며, 하나님께 선택과 인정을 받은 왕임이 확정되었다. 이후 솔로몬은 기브온 회막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이스라엘을 다스리기 시작한다(13절).
4. 솔로몬에게 응답하신 대로 이루시는 하나님(14~17절)
솔로몬의 기도에 지혜와 부귀영화를 약속하신 하나님은 그의 시대에 약속을 들어주신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주신 지혜를 토대로(왕상 10:23~24) 이스라엘은 이방 나라들 사이에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출중한 나라가 되어 솔로몬의 부와 영화를 입증한다(14~17절; 왕상 10:11~12, 14~29).
솔로몬은 수많은 병거와 마병을 수입하여 병거성과 예루살렘에 비축하여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임을 증명했다. 애굽이나 구에(길리기아) 등에서 사온 말과 병거들을 헷(히타이트)과 아람에 파는 국제중개무역을 통해 경제적 이득 뿐 아니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진귀한 자원이었던 은금과 백향목이 수입되어 예루살렘에서 돌이나 뽕나무처럼 흔한 품목이 될 만큼, 솔로몬이 통치하는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다.
나는?
-인생은 내가 한 만큼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나라와 함께 하심으로 심히 창대하게 하셨다. 그럴 만한 이유와 조건을 갖추었다는 언급은 아예 없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다. 솔로몬의 즉위식은 하나님의 은혜를 인정하는 자의 마땅한 반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온 이스라엘”이 함께 예배로 통치의 첫 걸음을 뗀다. 그 예배의 자리에서 무려 “일천 마리의 제사(번제)”를 드린다. 이는 무엇을 간구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화답의 제물이었다.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표현과 수준이 이 정도였다.
-이 예배를 받으신 하나님께서 그 밤에 나타나신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하나님께 솔로몬은 백성을 하나님의 마음을 따라 재판하는 데 필요한 지혜와 지식을 구한다. 솔로몬이 꿈꾸는 나라는 하나님이 왕으로 통치하신 아버지 다윗의 나라였다. 주변의 더 강한 나라와 그 나라 왕의 화려한 삶이 아니었다. 세상 왕들은 부나 영광이나 장수하는 것등이 있어야 강력한 왕권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었으나 솔로몬은 하나님께서 이 땅의 유일한 주권자이심을 믿은 것이다. 지혜와 지식은 마땅히 알고 믿고 따라야 할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솔로몬은 이런 면에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 앞에서 이미 지혜로운 자였다. 그 지혜가 더 깊고 견고한 지혜와 지식을 불러왔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간구에 놀라신 것이 틀림없다. 그가 상식 밖의 간구를 했고, 그것이 하나님이 바라는 간구였기에 더욱 기뻐하셨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바라는 지혜와 지식은 물론이고 그가 구하지 않았으나 누구든 갖고 싶어 하는 부와 재물과 영광도 함께 주신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시적인 축복을 허락하셨다.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 그 축복을 관리할 수 있는 신앙이 없으면 그에게 큰 올무와 가시가 되고 말 것이다.
-솔로몬이 지혜와 지식을 구할 만큼의 영적, 심적 가난함과 일천 마리의 번제를 드릴 만큼의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있을 때만 물질적인 번성이 곧 축복이 될 것이다. 우리의 물질적인 축복이 하나님 앞에서 과연 올무와 가시인지, 축복인지 늘 되돌아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다윗과 맺은 언약을 지키셨다(1절; 대상 22:9; 삼하 7:12~13). 하나님의 약속은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세대와 시대가 바뀌어도 취소되거나 잊혀지지 않았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한다면 하나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더 견고해지리라. 또한 하나님은 맡기신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넉넉하게 채워주셨다(7절, 11~17절). 하나님께 무엇을 달라고 간구하고 있다면, 그것을 왜 달라고 하는지부터 먼저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을 구하는 자기 신앙의 모습도 찬찬히 돌아볼 일이다. 예배 먼저, 감사와 헌신 먼저의 솔로몬 앞에 유구무언이지 않는가?
*먼저 인정할 것은 여호와 하나님의 주권을 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의 흥망성쇠는 하나님께 달려 있고, 하나님을 향한 태도에 달려 있다. 솔로몬의 번성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스스로 확장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했으나 솔로몬을 기쁘게 받으신 하나님은 당시 주변 나라들과 특히 제국들을 약하게 하셨다. 이 때문에 솔로몬은 적은 힘을 가지고도 번성할 수 있었다.
*솔로몬 당시 앗수르와 바벨론은 변방의 작은 나라였을 뿐이었다. 애굽 역시 자국 내 큰 혼란(제3중간기)이 가중되고 있어서 가나안 땅을 직접적인 지배하에 두지 못했다. 이와같은 주변 정세는 솔로몬이 더욱 겸손하여 책임감 있는 태도로 통치하여 하나님의 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왕이 된 솔로몬은 먼저 하나님께 나아가 예배(제사)드리는 것을 우선시했다. 온 백성과 관리들과 더불어 한마음으로 일천 마리나 되는 제물을 번제로 드려 하나님을 향한 헌신을 다짐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하지 전에 먼저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해야 할 예배를 먼저 드린 것이다. 또한 제사를 받으신 하나님의 응답에 자신의 부귀영화와 권력, 권위, 장수를 먼저 구하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을 그의 마음과 뜻을 따라 통치하고 재판할 수 있도록 “지혜와 지식”을 먼저 구했다. 이는 솔로몬이 하나님께서 이 땅의 한 분 주권자이심을 인정한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지혜와 지식을 구한 것이다.
*하나님과 사귐, 교제 없이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 광야에서 모세가 하나님을 뵙고 그 뜻을 따라 백성을 인도했고, 솔로몬도 기브온에서 하나님 뵙기를 청하였다. 하나님은 기브온에 모인 이스라엘의 지도자들과 엄청난 양의 제물 때문에 솔로몬을 만나주신 것이 아니다. 솔로몬의 일천 마리의 제물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통치자가 누구인지를 모든 백성 가운데서 분명하게 고백하는 신앙고백과도 같았다. 그 고백을 받으신 하나님께서 솔로몬을 만나 주셨다.
*내가 감당하고 있는 사명과 일을 행하기 전에 하나님 앞에 먼저 서야 한다. 옷깃을 여미고, 두 손을 모아 하나님의 왕 되심을 고백하고 다스림을 구해야 한다. 겸손하게 삶의 주권이 주님께 있음을 고백하고 드러내는 담백한 신앙의 걸음을 주님께서 함께 동행하신다.
*기도와 예배는 욕심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솔로몬은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자기 소원을 이루는 기회로 이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감당하는 왕의 자리에 필요한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바르게 통치할 지혜와 지식을 구했다. 이 태도가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였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을 통해 일하셨던 하나님께서도 자신을 통해서도 일하시기를 간구한 것이다. 나의 기도 우선순위는 어떤가?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시도록 내가 갖추어야 할 것을 채워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아침이다.
*주님, 먼저 주님의 주님되심을 인정하고, 먼저 예배의 삶으로 채워가며, 먼저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지혜외 지식으로 구하는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저와 함께 하심으로 도와주실 줄 믿습니다.
*주님, 더온누리 공동체를 맡겨 주셨으니 솔로몬에게 허락하셨던 지혜와 지식이 제게도 매우 필요함을 갈망합니다. 언제나 주님의 마음을 따라 이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아름다운 영광이 드러나도록 충성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