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31:1-21 지속된 개혁, 하나 된 참여, 지혜롭고 정의로운 분배
하나님에 대한 헌신은 실천적인 개혁의 길로 이끈다. 성전 정화와 유월절 절기를 마친 후 백성들은 우상을 제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히스기야는 성전 봉사자들의 반열을 정하고, 그들의 직임을 엄중히 행하도록 지시한다. 또한 성전 예배와 직무를 위해 왕과 백성의 재정 의무를 확실히 하고 하나님께 풍성한 예물을 드린다.
히스기야의 주 관심은 예루살렘 제의를 통한 이스라엘의 회복에 있다. 예루살렘에서 대대적인 유월절 행사를 마친 후에, 히스기야는 성전 제도와 성전 관리인들을 위한 개혁에 착수한다. 그는 제사에 필요한 방들을 마련하고, 헌물의 효과적인 분배 절차를 통해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생계를 보장한다. 이를 통해 히스기야는 무너진 여호와 제의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하나 됨을 이룬다.
1. 우상 제거와 성전의 직임 및 재정 정비(1~10절)
14일간 지속된 유월절 축제가 끝났지만, 개혁의 열기는 축제가 끝난 후에도 식지 않았다. 1절은 축제에 참석한 온 회중이 유다 여러 성읍으로 나아가 지속적인 정화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아직 유다 성읍 곳곳에는 아하스 시대에 행했던 우상숭배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무리들은 각기 자신들의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먼저 유다 성읍에 남아 있는 주상과 아세라 목상들을 훼파한다. 이러한 자발적인 백성의 개혁운동은 그곳에 참여한 북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 자연스럽게 북 왕국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된다. 성전에서 시작된 히스기야의 종교개혁(대하 29:3~36)은 예루살렘 성읍을 거쳐(대하 30:13~14), 유다 성읍과 북이스라엘 땅까지 확대된 것이다(대하 31:1). 남북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성읍에 남아 있는 우상들을 훼파한 후에 각기 기업으로 돌아간다.
2~3절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성전 조직을 정비한다. 히스기야는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의 반열을 정하고 그 반열에 따라 직임을 행하게 한다. 이것은 이미 다윗 시대에 만들어진 규정(대상 24장)이지만,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성전 제의에 관한 다윗 시대의 규정을 회복시키고자 한 것이다. 히스기야는 제사에 필요한 제물을 자신의 재산 중에서 일부 충당하게 한다(3a절). “여호와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는 왕의 본분을 언급하는 율법 규정(겔 45:17)과 절기 때 사용되는 제물들의 양(민 28~29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3절에 묘사된 히스기야의 모습은 다윗과 솔로몬의 모습을 연상할 만하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히스기야에게서 다윗과 솔로몬의 모습을 연상시키려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4~10절은 성전 관리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다룬다. 성전 관리들을 위한 제도는 아하스 왕의 배교로 인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히스기야는 성전 관리의 생계를 보장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과 여호와의 율법에 전념하도록 해주었다(4절).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가장 먼저 북쪽 지파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곡식과 포도주와 밭의 모든 소산의 첫 열매를 드리고 십일조를 가져온다(5절). 십일조는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위한 생활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었다. 북쪽 지파 사람들에 이어 유다에 사는 백성들도 십일조와 성물을 가져온다(6절). 이런 모습을 통해 저자는 이스라엘 자손과 유다 자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님께 헌신하였음을 강조한다. 그들이 드린 십일조의 양이 매우 풍성하여 셋째 달(5~6월)에 쌓기 시작한 것이 일곱째 달(9~10월)에 가서야 마치게 된다(7절). 가나안 땅의 수확은 3월에 보리 추수로 시작되어(칠칠절), 7월의 과일과 포도 수확(장막절)으로 끝난다. 8절은 백성들의 순종과 헌신에 대한 히스기야의 반응을 소개한다. 히스기야는 다윗과 솔로몬처럼 여호와를 송축하고 백성들을 축복한다. 9~10절은 8절에 대한 부연 설명이다. 대제사장 아사랴는 넘치는 헌물과 십일조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 주신 결과임을 밝힌다(10b절). 이 말씀은 성전 재건에 참여한 역대기 기자 당시의 귀환 공동체를 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2. 헌물 관리와 분배(11~19절)
11~13절에 나타난 히스기야의 다음 조치는 성전에 바치는 물건들을 보관할 방을 준비하는 것이었다(11절). 헌물들을 성전 창고에 저장하도록 한 조치는 느헤미야의 개혁 모델이 된다(느 12:44). 저장하는 일에 대한 책임은 레위 사람 고나냐와 시므이가 맡게 된다(12절). 그리고 그들에게는 10명의 사람이 그 수하에 배치된다(13절). 저자는 13b절에서 ‘이것이 히스기야 왕과 대제사장 아사랴의 명령한 바”라고 언급하며 왕과 대제사장의 협력관계를 강조한다. 히스기야는 성전의 일을 처리하면서 성전 관리의 총책임자인 대제사장과 의논한다.
14~19절은 저장된 헌물들의 분배에 관한 기술이다. 저자는 헌물들과 십일조가 모든 제사장과 레위인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것을 강조한다. 성물의 분배를 감당하는 자는 동문지기 레위 사람 임나의 아들 ‘고레’다(14절). 고레의 지휘 아래 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어 제사장 성읍의 분배를 책임지게 한다(15절). 이는 성물의 분배가 효과적으로 또 책임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성물을 분배하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반열대로 나누는 것이다(15b, 16a, 17b절). 이리고 이것은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족보에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16a, 17a, 18a절). 이는 성물을 잘못 다루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다. 제의 규정에 따라 거룩한 성물이 부정한 요소와 접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분배는 3세 이상 된 모든 남자뿐 아니라(16절), 아내들과 자녀들을 포함함으로써 그 혜택이 가족들에게까지 돌아가도록 한다(18절). 히스기야는 대제사장 아사랴와 의논해서 성물 관리 기구를 편성하고, 또 성물 분배 기구를 별도로 만들어서 맡은 직분에 따라 성물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든 제사장과 레위인을 파악하여 그들 중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도록 했다(19절). 성물 분배 과정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갈등 요소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3. 히스기야의 형통함(20~21절)
본 단락은 29:3절부터 전개된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을 마무리하는 단락이자, 히스기야의 행적을 평가하는 단락이다. 저자는 서두(29:2)에서 히스기야를 다윗과 비교하며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한 왕’으로 소개한다. 이 평가에 대한 근거로 29:3~31:19를 제시한다.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서두의 평가를 반복하여 확인한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선과 정의와 진실함으로 행한 왕”이며(20절), 여호와의 율법에 충실한 왕임을 강조한다. 이것이 히스기야의 형통 원인이었다(21절).
나는?
-개혁이 또 다른 개혁을 불러왔다. 왕의 신앙이 백성들의 신앙이 되었다. 유월절의 감격을 경험한 자들이 돌아가 자기 성읍에서 우상을 일소한다. 주상들을 깨뜨리고 아세라 목상들을 찍고 산당과 제단을 제거하였다. 히스기야 한 사람에서 시작된 개혁운동이 제사장과 레위인, 유다 백성, 온 이스라엘 백성으로 확산하고 지역적으로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유다와 이스라엘의 각성으로 확산하였다. 진정한 부흥은 교회 안에서 부흥만이 아니라 삶의 구석구석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확산하여야 참 부흥이다. 수적인 부흥이 아니라 세계관적 전환이며, 욕망의 갱신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히스기야는 개혁과 부흥이 단번의 열정으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안정된 성전 제도, 제사 제도, 절기 준수 등을 보장하기 위해 성전 관리인들인 레위인과 제사장의 생계를 확보해 준다. 왕이 솔선하여 자기 소유를 내놓으니, 백성들이 열정적으로 십일조에 참여하고, 왕은 많은 헌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좋은 동기, 바른 제도, 자발적 참여, 효율적인 관리 등 지혜롭고 지속 가능한 교회 경영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히스기야는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정의롭고 진실했다. 그는 명령만 내리지 않고 백성들이 해야 할 일에 먼저 모범을 보인다. 이 나라에서 하나님 앞에 바로 살기를 가장 원하는 것은 왕 자신이었다. 말씀에 따라 행했고 하나님을 찾고자 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행했다. 이것이 그 자신과 나라의 형통함의 비결이었다.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을 말씀으로 설득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왕의 나라가 하나님께 복을 받지 않기가 어렵고, 백성들이 신앙의 방향을 잃기가 어려울 것이다. 교인들을 탓하고 한국 교회를 탓하고 상황을 탓하기 전에, 내가 바라는 교회로, 성도로, 지도자 자신이 먼저 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먼저다.
*받은 은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예루살렘에 왔던 무리들이 원래 자기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도 우상을 제거하며 남은 개혁을 진행했다. 또한 히스기야는 성전이 계속 거룩하게 관리되고 제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순번을 정해 봉사하도록 하고, 제사에 소용될 것들을 왕의 재산에서 떼어서 공급한다. 그리고 봉사자들이 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예루살렘의 백성들에게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의 음식을 공급하도록 명령했다. 개혁과 은혜가 일회성이 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후속 조처를 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잠시 가슴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늘 고민하는 지도자여야 하리라.
*하나님이 주신 풍성함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의 몫을 위해 백성들이 가져온 제물과 십일조가 큰 더미를 이룰 정도로 풍성했다. 히스기야는 그것을 쌓아놓을 창고를 마련하고 제대로 관리할 사람들을 세워 제사장과 레위인들에게 분배한다. 누락되거나 편중되지 않도록, 성전 봉사자들의 반열대로, 족보에 기록된 대로, 동등하게 나누어 준다. 공동체의 물질이 많을 때 자칫 물질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더욱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잘 관리하며 올바르게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 공동체는 하나님의 사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필요한 곳에 후원하며, 수고하는 사역자들을 잘 보살피고 있는가?
*어떤 일이든 먼저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뜻을 확인해야 한다. 히스기야는 솔로몬 이후 영적으로 무너진 이스라엘 공동체를 개혁하기 위해 모든 일에서 하나님을 찾으며 마음을 다해 선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한다. 그럼으로써 하나님의 기쁨이 되었고, 하나님은 그의 길을 형통하게 하셨다. 나는 크고 중요한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뿐 아니라 작고 사소한 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에도 하나님을 찾고, 뜻을 구하는가?
*지속 가능한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회복하여 지속하는 데는 지도자의 바른 뜻과 의지,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오직 하나님의 뜻에 집중하기 위해 각 지역의 우상을 일소하고, 레위 사람과 제사장 조직을 다시 정비했다. 이 개혁이 잘 성취되도록 사재를 털어 지원한다. 생계 걱정 없이 성전의 사역에 집중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이렇듯 생명력 넘치는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지도자의 바른 판단과 순발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시작된 개혁이 일회성이 되지 않고, 전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실행에 옮긴다. 제도 정비를 통해 지속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희생과 본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동체적 책임 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히스기야의 개혁적인 결정들을 백성들이 열렬히 호응한다. 백성들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과 꿀과 각종 농산물의 첫 수확을 넉넉하게 가져온다. 이처럼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분배가 필요하다. 백성들이 넘치도록 많은 제물과 예물을 가져오자, 창고를 마련하고 관리할 사람을 세워 공평하게 분배하게 한다. 누락되거나 편중되지 않도록 반열과 족보에 근거하여 꼼꼼히 집행한다. 교회는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모자람이 없는(고후 8:15)” 공동체로 부름을 받았다. 세상은 양극화로 몸살을 앓지만, 이 사회 속에서 교회 공동체는 어떻게 빛과 소금의 공동체로 설 수 있을까? “선과 정의와 진실함”으로 공평하고 공의롭게 설 때 가능하다.
*주님, 모든 일에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뜻을 구함으로써 일상에서 주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주님, 지도자의 본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봅니다. 히스기야처럼 때로는 자기 사재를 털어서라도 세워야 할 일에 주저함이 없는 지도자로 맹렬히 달려 가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