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32:24-33 히스기야도 자유롭지 못했던 교만
하나님은 마음이 교만한 자에게 진노하시지만, 교만함을 뉘우치는 장래는 긍휼을 베푸신다. 하나님께 충실하여 여러 기적을 체험한 히스기야지만, 그도 교만해지고 완악하게 행한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겸비하자 하나님은 그의 진노를 미루신다. 산헤립의 침공을 기도함으로 하나님 기적의 역사로 물리친 후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 역시 기도함으로써 하나님의 응답을 체험한다. 그 이후 하나님의 은혜를 저버리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자기 잘못을 회개하는 모습을 보인다.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축복 가운데 생을 마감한다.
1. 히스기야의 기도와 하나님의 응답(24~26절)
히스기야의 통치를 소개하며 저자는 여러 사건 속에서 “기도와 응답”이라는 주제를 계속 부각시킨다. 앞서 30장에서는 히스기야가 자신을 정결하게 하지 않고 유월절 양을 먹은 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했고, 이에 하나님이 그들을 고쳐주셨다(30:18~19). 앞 단락(1~23절)에서는 산헤립의 침공과 신하들의 비방에 이사야와 함께 기도하자 하나님이 구원하심으로 응답하셨다(32:20).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적인 위기의 상황이 일어난다. 그 위기는 “병들었을 때와 교만해졌을 때”라는 두 상황으로 전개된다. 본문에서 두 사건은 24~26절에 각각 한 절(24절)과 두 절(25~26절)로 요약되었고, 평행 본문인 열왕기하 20장과 이사야 38~39장에 자세하게 수록되었다(왕하 20:1~19; 사 38~39장). 이 두 사건은 히스기야의 죽음 15년 전에 일어났으며, 이때 하나님이 앗수르로부터 구원할 것을 예고하셨으므로(왕하 20:6), 시간상으로는 1~23절의 앗수르 침공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첫 사건은 히스기야가 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다(24절). 이사야로부터 죽음을 통보받은 히스기야는 하나님께 통곡하며 치유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왜 죽을병에 걸렸을까? 이전에 아사, 여호람, 웃시야 등의 질병은 죄와 관련이 있었다(16:12; 21:18~19; 26:16~21). 그러나 히스기야는 그런 죄와 무관해 보인다. 그가 기도하면서 하나님 보시기에 선과 진실을 행하였음을 부각했고(왕하 20:3), 자신이 압제 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사 38:14), 하나님이 고통을 주신 것은 평안을 주려 하심이라고 한 점(사 38:17)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에 하나님은 히스기야의 기도를 들으셨고 그의 눈물을 보신다. 그리하여 기적적으로 치료해 주셨고 생명을 15년을 연장해 주신다. 열왕기 기록에는 하나님께서 기도 응답에 대한 확신을 주시기 위해 “이적(징조, 24절)”으로 해시계의 그림자를 뒤로 10도를 물러가게 하셨다(왕하 20:8~11; 사 38:8)고 증거한다. 이 표적 외에도 하나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윗을 위해 예루살렘을 앗수르에게서 건지고 보호할 것을 약속하셨다(왕하 20:6; 사 38:6). 또한 이처럼 하나님은 병든 왕이 기도했을 때 병을 고치심으로써 “기도하는 자에게 응답하실 것”이라는 솔로몬의 간구에 대한 약속(7:14)을 지키셨다. 또한 왕에게만이 아니라 나라에까지 은혜를 확대하심으로써 그의 관대한 은혜를 증명하셨다(30:9). 이는 다윗에게 견고한 왕국을 약속하신 언약(대상 17:14)을 그가 신실하게 지키고 계심도 드러내신다.
둘째 사건은 히스기야가 교만하여 유다의 멸망을 자초하였으나 그가 겸비하고 회개하자 하나님이 진노를 미루셨다는 내용이다(25~26절). 이 사건은 바벨론 왕 므로닥 발라단(=브로닥발라단, 왕하 20:12)이 히스기야가 병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와 예물을 보낸 것으로 시작한다. 히스기야의 교만은 31절에서 바벨론 왕이 히스기야의 이적에 대해 묻을 때 히스기야가 하나님이 베푸신 이적은 증거하지 않고 사절단에게 궁과 나라에 있는 보물창고와 무기고 등을 보여주며 자신의 부를 자랑한다. 이 행동을 저자는 “마음이 교만하여 하나님이 베푼 보상대로 보답하지 않은 것(25절)”으로 평가한다. 하나님은 왕의 마음이 충실하지 못함을 보시고 그를 버리셨다(떠나시고, 31절). 그리고 그의 진노를 히스기야만 아니라 유다와 예루살렘 위에 쏟기로 작정하셨다. 하나님은 이 일로 히스기야와 선왕들이 쌓은 모든 보물이 바벨론으로 다 옮겨져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며, 그의 자손이 바벨론 포로가 되어 그곳에서 환관이 될 것임을 예고하셨다(사 39:6~7). 이는 죄에 대한 심판과 저주(신 28:47~57)인 동시에 유다의 멸망에 대한 암시다. 북이스라엘 멸망한 지 20년이 지났고, 이제는 유다의 멸망을 내다보게 된 것이다.
이사야의 선포를 들은 히스기야는 마음의 교만을 깨닫고 스스로 겸비했다(뉘우치고, 26절). 저자는 이때 히스기야와 “예루살렘 주민들도” 겸비했다고 덧붙인다. 이들의 겸비함은 웃시야 왕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웃시야는 죄를 지적받을 때 겸비하기보다는 화를 냄으로써 심판을 앞당겼다(26:16~21). 하나님은 이들의 겸비함을 보시고 진노를 완전히 거두지 않으셨으나, 심판을 미루신다. 그의 인내와 긍휼하심을 유다 왕국과 다윗에게 보이셨다(왕하 20:6). 하나님이 히스기야에게 예고한 유다의 멸망은 100년 지나고서야 성취된다.
두 가지 상황에서 히스기야가 드린 기도는 병이 들었든지, 죄를 지었든지 하나님께 돌아와 회개할 때 하나님이 듣고 고치실 것(30:9; 7:14)임을 실감 나게 교훈한다.
2. 히스기야의 부와 영광(27~31절)
하나님의 축복으로 히스기야는 다윗(대상 29:28), 솔로몬(1:12), 여호사밧(17:5; 18:1)에 이어 부와 영광을 누린 왕으로 소개된다. 잠언은 부와 영광(과 생명)을 겸손함과 여호와에 대한 보상으로 설명한다(잠 22:4). 하나님이 베푸신 축복은 히스기야의 헌신적 삶의 보상이었다. 그의 부와 영광은 하나님이 주신 많은 재산(29절)을 통해 드러났다.
먼저, 그는 은금, 보석, 향품, 방패, 보배로운 그릇을 위한 창고를 지었다(왕하 20:13). 이 물품들에는 그와 선조들이 모은 것(왕하 20:13, 17), 열방 등에서 받은 조공이 포함되었다(23절). 둘째, 곡식, 새 포도주, 기름을 위해 창고를 만들었다. 이 세사 가지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산물로, 하나님이 이스라엘 땅에 내리는 축복을 상징한다(호 2:22). 셋째, 온갖 짐승의 외양간과 양과 소 떼를 위한 성읍을 만들었다. 특히 양과 소의 목록은 농축산물의 풍요와 물질적 축복의 의미를 뛰어넘어, 하나님과의 관계적 풍요로움과 예배를 통한 영적 축복을 암시한다. 양과 소 등의 짐승은 희생제물로 필요하며, 매일 조석으로 하나님께 어린 양을 화제로 드리면서 소제와 전제를 함께 드릴 때는 양과 세 소산물이 다 필요하다(민 28:3~8). 금은보화와 소출과 짐승의 풍요로움은 다윗(대상 27:25~30). 솔로몬(9:13~28), 웃시야(26:8~10) 때에도 소개되었다. 넷째, 히스기야는 예루살렘 성 밖 동편의 기혼 샘을 막고, 그 물을 다윗성 서쪽 실로암 못까지 끌어들이는 지하 수로를 만들었다. 성에 원활한 물 공급을 보장하면서, 전쟁 시 성 밖 적군의 물 공급을 끊는 기능을 한다(3~4절). 히스기야의 부와 영광에 대한 기록은 그가 모든 일에 형통했음을 밝히며 마무리한다(30절).
히스기야의 형통함은 하나님과의 친밀함 속에서 드러났다.(31:21). 그의 형통함의 기초에는 하나님의 도우심(29:36; 30:12), 함께 하심(왕하 18:7), 보호(32:22), 응답(30:20~21, 23~26), 축복(32:29)이 있었다. 히스기야 또한 하나님만 신뢰하고, 그가 보시기에 선과 정의와 진실을 행하며, 그 계명을 지키는 헌신(29:2; 31:20~21; 왕하 18:6), 그리고 죄를 지었을 때 회개하고 돌아오는 겸비함(30:25~26)을 보여준다.
31절은 24~27절에 대한 보충적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이 히스기야의 마음을 시험하려 하신 것은 아브라함의 시험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상황이든 그가 하나님을 경외하며 선을 행하기를 기대하시기 때문이다. 교만을 경고하며, 회개와 순종을 통해 형통한 삶(30절)을 지속하기를 권고한다고 볼 수 있다.
3. 히스기야 통치 종결부(32~33절)
다른 왕들의 종결부에 대부분 나오지 않는 표현인 “선한 일”이 추가로 들어 있다(32절; 35:26). “선한 일(헤세드)”은 “은혜, 인애”의 뜻으로 하나님에 대한 그의 헌신을 나타낸다. 여기에는 성전 청결 작업, 신앙 개혁, 기도, 하나님 신뢰, 순종 등의 실례가 함축되었다. 그가 죽었을 때, 무리는 그를 다윗의 묘실 높은 곳에 안치함으로써 그의 선한 공적을 치하했다.
저자는 히스기야의 생애에 대한 역사 자료(이사야의 묵시 책과 유다와 이스라엘 열왕기)를 소개한다. “유다와 이스라엘 열왕기”를 언급한 것은 저자가 열왕기의 내용을 발췌하여 사용하였음을 의미한다. 또, 저자의 히스기야에 대한 찬사는 장례에 참석한 사람들과 그의 무덤 위치에 반영된다. 유다와 예루살렘 주민이 그를 장례하였고,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무덤은 다윗의 자손의 묘실 중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음’을 밝히면서 히스기야에게 특별한 경의를 표한다.
나는?
-시시각각 일어나는 교만의 백신이나, 치료제는 역시 기도다. 본문에서도 승리에 도취하여 교만해진 히스기야에게 하나님은 죽을병을 주신다.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지 않은 왕에게서 얼굴을 돌리신다. 그러나 히스기야가 뉘우치자, 하나님도 심판을 유예하신다. 인간이 십자가의 삶을 완전하게 이루며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며 권리를 포기하고 불편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 일상적인 표현이 바로 기도다.
-히스기야는 믿음의 빛나는 승리 이후 더 큰 대적과의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데, 하나님께서 그의 교만함에 적극 반응하셔서 죽을병을 내리시고, 히스기야는 겸비하여 하나님께만 매달리므로 더 큰 대적이 몰려와도 하나님께만 매달리도록 섭리하신 것이다.
-기도로 사는 삶은 교만이라는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적합한 백신이 틀림없다. 또, 교만에 감염되어 물들 때 훌륭한 퇴치제다. 교만에 물들어 염증이 깊어질 때 깨끗하게 치료하는 항생제다.
-히스기야가 병들었듯이 예루살렘이 앗수르의 산헤립 침략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겸비하여 기도한 히스기야처럼, 그리하여 죽을병에서 해방된 거처럼, 히스기야와 이사야는 산헤립과 맞대응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아뢴다. 부르짖으며 구원을 호소한다. 하나님께 겸비하여 부르짖는 히스기야에게 구원을 허락하신다. 그의 생전에 예루살렘이 멸망하는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신다.
-하나님은 히스기야에게 부와 영광을 안겨다 주었다. 번성과 번영을 주셨다. 행하는 모든 일을 형통하게 하셨다. 하지만 바벨론 사절단에게 그 부가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듯 자랑하여 또 넘어지고 만다. 믿음의 걸음을 걸으며 평생 싸워야 할 대상이 있다면 바로 “내 안에 있는 교만”이다.
*은혜를 잊으면 교만해진다. 계속되는 승리와 치유로 히스기야마저 교만해지고 만다. 교만해지면 은혜를 받아도 더 이상 감사하지 않고 당연한 보상과 대가로 여기게 된다. 교만으로 치러야 할 희생은 엄청나다. 아담 한 사람의 교만으로 온 인류가 고통받았고, 히스기야의 교만으로 온 나라가 고통받았다. 나도 언제든지 또 얼마든지 교만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혹시 지금 나의 교만으로 가족과 이웃, 교회에 아픔을 주고 있지는 않는가?
*회개는 빠를수록 좋은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진노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임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자신의 교만을 뉘우치며 겸손히 하나님께 돌아섰다. 그로 인해 하나님의 진노는 중단되고, 연기되었다. 의로운 사람이라고 해서 교만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잘못과 실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죄를 짓지 않아서 의로운 것이 아니라 죄를 회개하기 때문에 의로운 것이다.
*하나님은 은혜가 신실하고 풍성하시다. 히스기야의 기도에 응답하여 천사를 통해 제국의 군대를 멸하고 오만방자한 산헤립을 그의 아들들을 통해 심판하셨다(20~23절). 그리고 본문 27~30절은 창고를 짓고 성을 쌓아야 할 정도로 부를 주시고 존귀하게 하셨다.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시며 풍성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라.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모두 아시고 드러내시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바벨론의 사절단을 통해 히스기야의 마음을 테스트하셨다. 모든 복은 하나님이 주신 것과 주시는 하나님 사이에서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테스트한다. 복은 우리를 하나님과 더 깊은 동행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하나님을 떠나게도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로 인해 더욱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야 하리라.
*주님, 의로운 히스기야라도 교만에 빠질 때 신속하게 반응하시는 주님을 봅니다. 또 히스기야도 교만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재빨리 회개하여 하나님의 긍휼을 입는 것도 보았습니다. 죄를 안 지을 수 없기에 주저하지 않고 회개하는 겸비함을 늘 유지하겠습니다.
*주님, 지금 제가 누리는 모든 것이 주님이 주신 복과 은혜임을 기억하겠습니다. 늘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