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6:1-12 전화위복(轉禍爲福)의 하나님
강 서편 총독 닷드내의 요청에 따라 다리오 왕은 왕궁의 서고에서 고레스 왕의 칙령을 찾아보게 한다. 그리고 칙령은 마침내 ‘악메다 궁성’에서 발견된다. 고레스 왕이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허락하고 왕실의 지원을 약속한 것을 확인한 다리오 왕은 성전 건축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추가적인 조치를 명령한다. 놀라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본문은 아람어로 기록되었다. 크게 세 단락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고레스 칙령을 발견한 사건에 대한 보도(1~2절)와 고레스 원년에 공포되었던 칙령(3~5절), 그리고 다리오 왕이 보낸 조서의 내용이다(6~12절). 다리로 왕은 강 건너편 총독 닷드내의 요청에 따라 신하들을 시켜 바벨론의 왕궁 문서고에서 고레스 왕의 칙령을 찾아보게 한다(1절). 바벨론의 문서고가 아닌 메대의 악메다 궁에서 발견된 칙령에는 고레스 왕이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허락한 것과 왕실의 지원을 약속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3~5절). 이 사실을 확인한 다리오 왕은 예루살렘 성전 건축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추가적인 사항들을 명령한다(6~12절). 주위 민족들이 성전 건축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6~7절), 강 건너편 사람들의 세금 중 일부를 성전 건축에 지원하는 것(8절), 성전 제사에 필요한 제물을 조달하는 것(9~10절) 등이었다. 다리오 왕의 조서는 명령을 어기는 자에 대한 경고로 끝맺는다(11~12절).
1. 고레스 칙령의 발견과 내용(1~5절)
강 건너편 총독 닷드내의 요청을 받은 다리오 왕은 조서를 내려 바벨론의 문서 창고를 조사하게 한다(1절). 그 결과 메대도(메대 매디나) 악메다 궁에서 하나의 두루마리가 발견된다(2절). 악메다 궁은 바벨론에서 북동쪽으로 약 50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고레스 왕이 주전 550년에 정복한 메대의 수도였다. 악메다 궁은 바벨론에 비해 훨씬 높은 고도에 자리 잡고 있어 날씨가 건조하고 기후가 좋았다. 그래서 페르시아 왕들은 바벨론의 더운 날씨를 피하고자 이곳에 궁전을 지어놓고 여름을 보내곤 했다. 이곳에서 칙령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고레스 칙령이 악메다 궁전에 머물고 있을 때 선포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게 한다. 한편, 고레스 칙령이 바벨론 궁전이 아닌 악메다 궁전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것을 찾기 위한 많은 수고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만큼 다리오 왕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3~5절은 악메다 궁전에서 발견된 고레스 왕의 조서 내용이다. 주전 538년에 공포되었고, 예루살렘 성전 건축에 대한 명령(3a절), 성전의 규모(3b절), 예루살렘 성전의 기물들을 원래 자리로 귀환시킬 것(5절)에 대한 명령으로 되어있다. 고레스가 세우도록 한 성전의 규모는 높이와 너비가 각각 60 규빗이다(3b절). 길이에 대한 수치가 빠진 것은 필사자의 실수로 보인다. 그런데 본문에서 언급된 성전의 규모는 솔로몬 성전의 규모(길이 60 규빗, 너비 20 규빗, 높이 30 규빗)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참조, 왕상 6:2).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새롭게 건축될 성전의 규모는 솔로몬 성전의 규모를 능가한다.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고레스는 유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새 성전을 원래보다 큰 규모로 제시한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예루살렘 성전 건축은 고레스가 의도한 규모보다 훨씬 작았다. 이것은 페르시아 왕실의 재정 상황 악화와 관계있는 듯하다. 고레스 왕의 조서는 성전 건축에 대한 경비를 국고에서 지원할 것을 명시한다(4b절).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유다와 예루살렘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에서 일부를 지원하거나 비용만큼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고레스 왕의 정책은 피정복민들에게 종교적인 자유를 허용하고, 어느 정도 자치권을 허용함으로써 제국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2. 다리오 왕의 조서(6~12절)
고레스 왕의 조서를 확인한 다리오 왕은 곧바로 강 건너편 총독 닷드내에게 조서를 보낸다. 그는 조서에서 자신도 고레스 왕의 정책을 그대로 따를 것을 밝히면서 그것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도록 추가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 다리오 왕이 고레스 왕의 칙령에 대해 이렇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고레스 왕에 대한 존경심 때문으로 추측된다. 다리오 왕은 여러 면에서 고레스의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왕으로 평가된다.
다리오 왕의 조서는 세 가지의 명령과 경고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다리오 왕은 강 건너편 총독들과 관리들에게 성전 건축을 방해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6b~7a절). 그는 이어서 닷드내와 스달보스내에게 유다 총독과 장로들을 도와 예루살렘 성전이 ‘제자리’에 세워지게 하라고 명령한다(7절). ‘제자리’는 솔로몬 성전이 세워진 그 자리를 의미하고, 앞으로 세워질 성전이 솔로몬 성전의 회복임을 의미한다. 다리오 왕의 두 번째 명령은 건축에 드는 경비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인데(8절), 이는 강 건너 총독이 거둔 세금 중 일부(‘왕의 재산’)를 성전 건축의 경비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반대했던 이들이 이제 성전 건축의 후원자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세 번째 명령은 제사에 필요한 제물을 세금에서 조달하게 하는 것이다(9~10절). 이는 성전 건축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전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라는 의미다. 다리오 왕이 구체적으로 제사하는 제물 목록(9절)은 그가 이스라엘 종교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리오 왕은 이어서 예루살렘의 성전 건축을 지원하는 이유를 밝힌다(10절). 예루살렘 제사장들로 하여금 왕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비교, 렘 29:7). 이것으로 보아 다리오 왕의 일차적인 관심은 제국의 안정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혹은 다리오 왕이 고레스 왕의 칙령을 읽으면서 여호와 하나님에 대해 두려움과 위엄을 느꼈을 수도 있다(참조, 스 1:2).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조서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건축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하므로 조서는 끝난다(11~12절). 조서의 기록된 명령을 어긴 자에게는 ‘그의 집에서 들보를 빼내고 그 위에 매달고 그의 집은 거름더미가 되는’ 형벌이 주어질 것이다(11절). 나무에 매달고 재산을 몰수하는 이 처형법은 주로 앗시리아나 페르시아 제국에서 흉악한 범죄자를 처벌하는 형벌로 행해졌다. 또한 다리오 왕은 ‘예루살렘에 이름을 두신 하나님’이 직접 심판해달라고 기도함으로써, 이 조서를 어긴 사람을 신적 심판대 앞에 둔다(12a절). 다리오 왕은 관리들에게 조서를 받는 즉시 기록된 내용대로 곧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12b절).
다리오 왕의 조서는 예루살렘 성전 건축에 대한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 대적들의 방해로 성전 건축이 지체되었으나, 이 조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 결국 다리오 왕의 조서는 성전 건축에 대한 유다인들의 주장을 확고하게 해주고, 대적들의 방해를 차단하여 성전 건축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이는 에스라서의 문맥에서 볼 때, 유다인들이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 결과였다(스 5:1~2).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귀환민들에게 베푸신 은혜였다(스 5:5). 하나님이 페르시아 왕을 도구로 사용하시면서 뜻을 이루어가셨다.
이 사건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낙심치 말고 끝까지 인내하며 기도할 것을 교훈한다.
나는?
-고레스의 조서가 발견되고 성전 건축의 합법성과 정당성이 증명된다. 왕도, 반대하던 자들도 모두 떠나고 없고, 고레스의 조서는 바벨론 보물 창고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잊혀가고 있었지만, 하나님이 기억하셨다. 사람이 성전 건축을 중단시킬 수는 있지만, 하나님의 뜻과 의지는 꺾을 수 없다. 잠깐의 시련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이시지만, 주의 약속은 항상 살아있다. 인간은 잊을 수 있지만, 하나님은 기억하신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약속은 오늘도 유효한 것이다.
-다리오 왕은 고레스 왕이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허락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도록 명령한다. 서적 곳간에서 찾은 고레스의 조서에는 성전 건축을 허락한 내용뿐 아니라 그 성전의 규모, 건축 비용을 왕실이 지원하는 것, 성전 기명의 반환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닷드내의 고소가 성전 건축에 장애가 되는 듯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제국의 왕을 비롯하여 언제든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총독까지 성전 건축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명백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를 힘겹게 하는 역풍도 하나님이 만지시면, 언제든 우리를 변화시키고 돕는 순풍이 된다.
-다리오 왕은 성전 건축을 막지 않는 것은 물론, 고레스 왕의 조서대로 성전 건축 비용을 왕실 재정으로 지원하도록 수정한다. 특히 강 서편 총독의 영지에서 나온 세금으로 충당하게 함으로써, 한순간에 반대자가 후원자가 되게 하였다. 더군다나 날마다 드리는 제사에 쓸 제물을 공급하여 이 성전에서 이스라엘이 왕과 왕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명령함으로써 건축 후 성전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었다. 기근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개와 스가랴 선지자의 호소에 귀 기울여 성전 건축에 나선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때가 되니 걱정하지 않을 만큼 넉넉하게 물질도 공급하신 것이다.
*다리오 왕에게 고레스왕의 조서를 찾게 하시고, 그 조서의 내용과 고레스가 행한 일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게 하셨다(1~5절). 성전 재건 공사가 반대자들이 서신을 올리는 등의 일로 오랜 세월 동안 중단되었고,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돕던 사람들도 없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신다. 심지어 뜻밖의 사람들을 통해 고레스의 조서를 다시 확인하여 일을 견고케 하신다. 잠시 어려움과 방해를 만나더라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해야 할 것이다.
*다리오 왕은 총독의 편지를 받고 고레스의 조서를 적극적으로 찾아, 그 내용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전 왕의 정책을 존중하여 받들었다. 일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역사적인 토대 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했다. 직장이나 교회 공동체 속에서 전임자가 결정하여 추진되는 일을 깊이 존중하고 있는지, 또한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나 연약한 자의 요청을 무시하거나 쉽게 판단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하나님은 약속을 새롭게 하시고, 약속이 더욱 신속하게 성취되도록 이끌어 주신다. 사람들은 성전 재건을 막았지만, 하나님은 다리오 왕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그에게 성전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명령하신다. 단지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만 않아도 감사한 일인데, 필요한 모든 경비와 함께 지체치 말고 빨리하라고 독려까지 한다. 하늘의 하나님을 의지하고 꿋꿋이 나가는 자에게 이처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방해의 손길을 도움의 손길로 바꾸시는 하나님이 내 삶의 형국을 멋지게 바꿔주기를 기도해야 한다.
*다리오 왕은 성전 재건 사역을 위해 예물을 드리면서 자신과 왕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하나님의 일에 이처럼 호의적인 이웃을 위해 지금 특별히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떤가?
*주님, 시련 중에도 더욱 약속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겠습니다.
*주님, 믿음으로 걸어가는 걸음에 난관을 만나고, 장벽이 나타나도 낙심하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