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 12:27-47 예루살렘 성 봉헌식
느헤미야가 에스라와 함께 성벽을 봉헌한다. 본문은 성벽 봉헌을 성전 봉헌 버금가는 의식으로 소개한다. 이 일은 고레스 칙령이 명령한 일(하나님의 집 재건)이 드디어 완성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회복된 공동체는 한마음으로 감사의 예배를 드린다.
1. 성벽 봉헌 준비(27~30절)
지금까지 느헤미야를 중심으로 귀환 공동체가 이룬 과업은 성벽 재건, 거룩한 자손들의 회복, 언약 갱신, 율법에 대한 헌신, 예루살렘 성읍 안으로 거주민들을 이주시키는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예루살렘 성벽을 봉헌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바벨론 군대에 의해 주전 587년에 폐허가 된 이래 140여 년 동안 방치된 예루살렘 성읍이 재건되었으니, 귀환 공동체에 그 감격을 매우 컸을 것이다.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선하신 손길이 함께함으로 귀환 공동체는 놀라운 일을 이룬 것이다. 이제 예루살렘 성벽을 봉헌하는 일만 남았다.
봉헌식 준비 절차를 진행하는데, 먼저 노래하는 자들을 불러 모으는 일과 정결 의식을 행한다(27~30절). 백성들은 곳곳으로 다니며 레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예루살렘으로 데려온다(27a절). 이는 갖가지 악기를 가지고 하나님께 감사 찬송을 올리게 하려는 의도다. 레위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예루살렘으로 몰려들었다(28~29절). 28절의 ‘그들이 예루살렘 사방들에서… 모여들었다’라는 표현은 레위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당시 그들이 거주했던 지역은 느도바, 벧길갈, 게바, 아스마웻 등지로 주로 예루살렘 근처 베냐민 지파의 성읍들이다.
찬양대가 구성되자,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봉헌식을 위한 준비로 정결 예식을 치른다(30절). 그들은 먼저 자기 몸을 정결하게 한 다음, 백성, 성문, 성벽을 정결하게 한다. 이렇게 성문이나 성벽을 정결하게 하는 이유는 건축 도중 발생했을지 모를 오염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행동은 귀환 공동체가 예루살렘을 거룩한 도성으로 간주했음을 의미한다.
2. 성벽 밟기와 봉헌 예배(31~43절)
31절부터는 일인칭 시제로 전환되면서 7:5 이후 중단되었던 느헤미야 회고록으로 돌아온다. 성벽 봉헌의 핵심은 성벽 밟기와 봉헌 예배인데, ‘성벽 밟기’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성별을 위한 행진’의 의미로 행해졌다. 성벽 밟기는 백성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행렬을 지어 성벽 위로 행진하는 방식인데, 한 그룹은 시계 방향(오른쪽)으로 또 한 그룹은 시계 반대 방향(왼쪽)으로 행진하면서 성전에서 만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40절).
학자들에 의하면 느헤미야 시대의 성벽 위 넓이는 거의 3미터가량으로 성인 두세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첫 번째 행렬이 오른쪽 분문을 향해 나가는데, 행렬의 맨 앞에는 성가대가 위치한다(31절). 36b절에 따르면 이 행렬의 전체 인도자는 학사 에스라다. 성가대를 뒤따르는 무리는 호세야와 유다 지도자 절반이다(32절). 이어서 나팔을 든 제사장 일곱(아사랴, 에스라, 므술람, 유다, 베냐민, 스마야, 예레미야)이 따른다(32~35a절). 끝으로 스가랴와 악기를 든 여덟 명의 레위인들이 따라간다(35b~36a절). 본문은 이들의 악기를 ‘하나님의 사람 다윗의 악기’라고 밝히면서 이 의식이 다윗의 규례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두 번째 행렬은 느헤미야가 인도한다(38절). 본문은 첫 번째 행렬의 인도자인 에스라를 단락의 맨 뒤(36b절)에 언급하며 에스라와 느헤미야 두 사람을 나란히 소개한다. 모세와 아론이 함께 이스라엘을 이끌었던 것처럼, 두 인물이 귀환 공동체를 거룩한 공동체로 세운 일에 동역했음을 강조한다. 두 번째 행렬도 첫 번째 행렬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행렬의 선두에는 찬양대가 위치한다(38a절). 이어 두 번째 행렬의 책임자인 느헤미야와 백성의 절반이 따른다(38b절). 그 뒤로는 나팔을 든 일곱 제사장이 따르고(41절), 맨 후미에는 예스라히야(지휘자)와 노래하는 여덟 명의 레위인이 위치한다(42절). 두 행렬에서 각기 일곱 명의 제사장이 나팔을 부는 적은 다윗이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행진하던 두 그룹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만나 함께 예배를 드린다(43절). 백성들은 하나님께 많은 예물을 드리며 즐거워한다. 본문은 43절 한 절에만 ‘즐거움(심하)’이란 말을 다섯 번이나 언급하며 성읍 재건으로 인한 공동체의 기쁨을 강조한다. 이 기쁨은 하나님으로부터 임한 거룩한 기쁨이었다(43b절). 즉, 하나님께서 백성들의 헌신과 예배를 기쁘게 받으신 것이다.
3. 추가적인 규례_제사장과 레위인의 몫(44~47절)
성벽 봉헌 예식에 이어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몫에 대한 추가 규정이 소개된다. 44a절의 “그날”은 성벽 봉헌 이후 불특정한 어느 시점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규례는 성벽 봉헌식이 끝나고 어느 정도 지난 시점에서 귀환 공동체가 행한 추가 조치로 보인다. 주로 백성들이 해야 할 사항들에 초점을 맞춘다.
귀환 공동체는 먼저 사람들을 세워 성전의 보고를 관리하는 일을 맡긴다(44a절). 학자들에 따르면 고대 사회에서 성전은 지금의 중앙은행과 같은 기능을 했기 때문에 이곳을 경비하고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임명된 관리들은 백성들의 거제물과 처음 익은 것과 십일조를 거두어 성전 곳간에 준비해 두었다가 후에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에게 돌려준다. 본문은 이 일이 율법에 정해진 것(44b절)임을 밝히면서 귀환 공동체가 철저하게 율법을 좇아 살아가려고 애씀을 보여준다. 백성들은 물질로 제사장과 레위인들을 섬김으로 제의 종사자들로 하여금 성전 운영에 전념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본문은 백성들이 이것을 자원하는 마음으로 했음을 밝힌다. 제의 종사자들은 모두 다윗과 솔로몬의 명령에 따라 성전의 임무와 정결 의식에 종사하였다(45b절). 본문은 특별히 노래하는 자의 조상으로 아삽을 언급하고 그 찬양대의 기원을 다윗 때로 밝힌다. 47b절은 (십일조를) ‘백성들이 성별하여 레위 사람들에게 주고, 레위 사람들이 그것을 성별하여 아론 자손에게 주었다’고 기록한다. 이는 귀환 공동체가 율법에 나와 있는 규정대로(민 18장) 제의 종사자들을 섬겼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스룹바벨 시대와 느헤미야 시대에 귀환 공동체 내에 안정된 성전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음을 알리면서, 그 배경에는 온 백성들의 헌신과 제의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음을 강조한다.
이 단락은 제사장 나라로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제사장 나라는 섬김의 나라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하나님과 백성을 섬기는 일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다. 백성들은 제사장과 레위인들을 물질로 섬김으로 그들이 하나님의 일에 전념하도록 배려한다. 본문은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거룩한 공동체의 모습임을 보여준다.
나는?
-성벽 봉헌은 성전 봉헌에 이은 또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전 봉헌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봉헌식을 위해 각처에서 레위인들과 노래하는 자들을 예루살렘에 모인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몸을 정결하게 하고 백성과 성문과 성도 정결케 했다. 두 무리로 나누어 예루살렘 성 전체를 돌면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한다. 하나님께서 이 성벽을 쌓게 하셨으며, 이것이 단지 삶 터전을 마련해주신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 이 성전을 통해 떠났던 하나님의 영광이 돌아오고, 침묵하던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며,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될 것을 믿고 확신하는 찬양이었다.
-성벽 봉헌식에서 백성이 누린 큰 기쁨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하나님께서 페르시아 왕의 마음을 주장하셨고, 지도자 느헤미야를 감동하셨으며, 대적들의 음모에서 공동체를 지켜주셨기에 백성의 헌신과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 하나님도 기쁘셨을 것이다. 하나님의 기쁨이 있는 곳에 백성의 기쁨도 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백성이 그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느헤미야는 율법이 정한 대로 백성이 드린 헌물을 잘 관리하고 분배하도록 사람을 세운다. 백성은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섬김에 감사하여 즐거이 드렸고, 느헤미야는 날마다 그들의 쓸 것을 채워주었다. 교회가 하나님의 일을 위해 세운 사역자들에게 고마워하고 즐거이 쓸 것을 적절히 채우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백성만 모여서 행사하면 간편했겠지만, 온 백성과 함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각처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27~28절). 예루살렘 성을 건축할 때도 온 백성이 힘을 모아 일했지만, 봉헌식 할 때에도 온 백성이 그 기쁨을 누렸다. 이처럼 주의 일을 할 때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 때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일이 성취되면 그분들의 수고는 잊어버리고 나 혼자만 영광을 차지하지는 않는가? 교회 공동체는 고난도 함께해야 하지만 기쁨도 함께해야 한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전에 먼저 자신을 정결케 하였다. 성문과 성까지도 정결하게 했다.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려면 먼저 자신을 정결케 해야 한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의 성실한 수고에 감동한 백성들은 율법의 규례대로 예물과 제물을 가져와 그들을 섬겼다. 우리 공동체의 사역자들에게 적절한 공급을 해주는 교회가 감사할 따름이다. 사역자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만 전적으로 힘쓸 수 있도록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이 완공되기까지 보호하셨다. 예루살렘 성 재건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복이었고 이에 따라 백성 전체가 크게 기뻐하는 은총을 입게 되었다. 어떤 일이 끝났다고 해서 하나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님, 놀라운 성벽 재건 공사를 마치게 하신 하나님께 큰 기쁨으로 감사와 찬송을 드린 백성들의 모습에서 우리 공동체에 행하실 하나님의 일을 깨달을 때마다 이와 같이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공동체로 세워가기를 간절히 소원하게 됩니다. 주님, 이끌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