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묵상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시편 141:1-10]
 – 2025년 12월 12일
– 2025년 12월 12일 –
시편 141:1-10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시편 141편은 제5권 ‘다윗의 시(138~145편)’에서 네 번째 등장하는 시이며 탄식시다. 원수들이 시인을 잡으려고 쫓고 있는 상황에서 시인은 하나님만을 자기의 피난처로 삼는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에 주목하여 구원으로 응답하시길 기도한다. 그뿐 아니라 의인의 길을 따르고 악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분별력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결국 하나님이 시인을 건지고, 악인을 심판하실 것을 시인은 바라본다.
    
    
    
1. 하나님의 응답을 간구(1~2절)
환난의 때에 시인이 의지할 분은 여호와 하나님뿐이다. 그가 ‘여호와여’라고 부를 때마다 신뢰와 헌신의 마음이 애통함과 함께 묻어난다. 그가 하나님의 응답을 간구하고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응답이 없다. 그래도 시인은 인내하며 하나님을 부른다. “속히 내게 오시옵소서”를 직역하면 “나에게(오기를) 서두르소서”이다. 하나님이 오셔야 하고 그것도 서둘러야 하니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가! 물론 하나님이 자기의 때에 응답하실 것을 알고 있지만, 상황이 너무 절박하니 하나님이 서두르셔야 한다고 말한다. 시인이 부를 때마다 하나님은 기도에 귀 기울이셔야 한다.
    
시인은 자신의 기도가 하나님의 앞에서 ‘분향’과 ‘저녁 제사’로 세워지기를 간구한다. ‘분향’은 향을 피우는 행동이 아니라 ‘향’이나 ‘향료’ 자체를 뜻한다. 제사장은 성소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에 등불을 정리하고 켤 때, 분향단 위에서 향기로운 향을 피워야 했다. ‘분향’은 이때 올라오는 ‘연기’나 ‘향’을 뜻한다(출 30:6~8). 이 향을 피우는 것은 제사장의 직무를 대변하는 일 중 하나였다(삼하 2:28).
    
향을 만들 향품 재료는 이스라엘 자손이 하나님께 자원하여 즐거이 바치는 예물이다(출 25:6). ‘저녁 제사’는 ‘아침 제사’와 함께 이스라엘이 매일 드리는 제사이며, 어린 양을 번제로 드리고, 고운 가루에 기름을 섞어 소제를 바치는 규례다. 이 제물은 제단 위에서 불사르고(화제), 독주를 부어(전제) 드려야 한다(민 28:2~8). 시인은 자기 기도가 이 향과 제사의 제물처럼 온전히 바쳐지기를 원한다. 향을 태우고 제물을 바치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올라가 그가 기뻐 받으시는 ‘향기’와 ‘연기’가 되길 바란다.
    
이 향과 연기는 하나님의 규례를 따라야만 나오는 결과다. 하나님이 바라는 제사는 회개하는 심령이며 의와 온전함으로 드리는 제사임을 시인은 인지하고 있다. 2절의 시인의 말에는 형식적인 제사가 아닌 순종과 헌신이 담긴 진정한 기도의 제사를 드리겠다는 의지가 나타난다.
    
    
    
2. 분별력을 구하는 기도(3~5절)
기도나 말에 악이 들어 있고 마음이 악으로 기울어 악을 행한다면, 하나님이 받아주시겠는가? 시인은 먼저 입에 파수꾼을 두고 입술의 문을 지켜 달라고 간구한다(3절). 성문을 지키는 자들이 출입하는 자의 신분을 조사하고 출입을 시키듯, 시인의 입에서 나가는 말을 모두 점검해달라는 기도다. 구부러진 말과 비뚤어진 말(잠 4:24)이나 독사의 독을 가진 말(시 140:3)을 버리고, 정직하고 정결하며 선한 말을 내보내야 한다. 말뿐 아니라 마음과 행동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마음이 악한 일에 기울지 않기를 간구한다.
    
이처럼 마음에서 생각과 계획이 확정되고, 그 계획이 말과 행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선으로만 향하기를 소망한다. 잠언에서는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라고 경고하며 이 마음에서 생명의 근원이 나옴을 주목하여 의와 사랑의 마음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잠 4:23). 그러나 연약한 인간으로서 이런 소망만 가지고는 마음을 지킬 수 없으므로, 하나님이 직접 시인의 마음을 선으로 기울게 해주시길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행위도 하나님을 의탁해야 할 영역이다. 죄악을 행하는 자들과 함께 악을 행하지 않고 그들의 진미를 먹지 않게 해달라는 시인의 기도는 현명하다. 단순히 죄를 짓는 것만 아니라, 악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의 문제점에도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악인은 무리 지어 다니기 일쑤다. 형제나 동료들이 연합하여 거주하면서 하나님의 성전에 예배하러 가는 것은 선하고 즐거운 일이지만(시 133:1~3), 악을 저지를 목적으로 단합하여 어울리는 것은 파멸과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다(잠 1:10~19).
    
또 사악한 자들과 어울려 진미, 특히 ‘그들의 진미’를 먹는 것도 죄짓는 길의 지름길이 된다. ‘그들의’ 진수성찬은 보기에는 똑같은 떡과 술이지만, 잠언에서 말하듯 ‘불의의 떡과 강포의 술’로 불의와 폭력을 저질러 얻은 음식과 음료다. 그들의 진미를 함께 나누는 자는 사실상 영적으로 죽은 자들이며, 때로는 육체적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잠 9:17). 악의 무리와 그들의 일상을 피하고 지나가고 떠나가는 것이 지혜롭다(잠 4:14~15; 시 1:1~2). 시인은 악인이 베푸는 호의와 진수성찬은 거절하겠지만, 의인의 쓰디쓴 훈계나 책망은 기꺼이 받을 것이다. 의인의 말로 치는 것이나 책망은 시인에게 은혜이며 기름과 같다. 손님을 환대하여 그의 머리에 기름을 발라 향을 내고 매끄럽게 해주면 손님도 기뻐하고 감사하듯, 시인의 머리에 의인의 징계와 책망이 쏟아지더라도 유익이 되므로 기쁨으로 받을 것이다.
    
    
    
3. 악인의 심판을 구하는 기도(5~7절)
‘그들의 재난 중에도 내가 항상 기도하리로다(5d절)’라는 말은 갑작스럽게 들리나, 6~7절과 연결해서 보면, 악인이 계속 악을 저지르는 동안에도 시인은 그들의 심판을 간구했다는 뜻이다. 불의에 대한 시인의 지속적인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셔서, 그들의 재판관들과 지도자들은 바위 아래로 던짐을 당할 것이다. 악인의 우두머리 세력이 죽임을 당했으므로, 그 남은 자들은 시인의 말이 옳았다(‘내 말이 달므로’, 6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7절은 악인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농부가 밭을 갈고 흙을 파헤쳐서 돌덩이가 굴러다니는 것처럼, 그들의 뼈가 제대로 매장되지 않아 무덤에 흩어져 굴러다닌다.
    
    
    
4. 하나님의 개입과 공정한 심판을 간구(8~10절)
시인의 간구는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함에서 비롯되었다. 개역 개정에는 ‘주 여호와여 내 눈이 주께 향하며’로 번역되었지만, 원문은 8절의 시작을 ‘그러나 당신께’로 앞 문단과의 전환을 보여준다. 또한 ‘주께’가 앞에 나와 강조되어, 시인의 두 눈이 오직 하나님만을 향하고 있음을 부각한다. 종들이 자기 주인의 도움과 호의를 바라며 그의 손을 바라보듯(시 123:2), 시인은 주 여호와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한다.
    
시선을 하나님께만 두는 것은 하나님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며, 그의 관심과 긍휼함을 얻어 악인들에게서 벗어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환난 중에 피난처 삼을 수 있는 대상이 오직 하나님뿐이므로,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눈길을 돌린다면, 시인은 구조받을 길이 없다. 그러므로 8절의 두 번째 문장, ‘내가 주께 피하오니’에도, ‘주(당신)께’가 앞에 나와 시인의 피난처가 오직 하나님임을 강조한다. 하나님께만 시선을 두고, 하나님만 자신의 피난처임을 고백한 시인은 악인으로부터의 구원을 요청한다.
    
시인 자신의 간구 내용은 하나님의 관심과 조속한 간섭, 하나님의 보호와 구원, 그의 무죄 확증이다. ‘내 영혼을 빈궁한 대로 버려두지 마옵소서(8c절)’에서 ‘빈궁한’은 ‘벌거벗은, 비워둔’의 뜻으로, 시인의 비천한 상황을 하나님의 관심과 개입으로 채우시길 기대하는 간구다. 시인은 하나님께 자기 말이나 마음의 계획이나 행동을 지켜달라고 기도했으나(3~4절), 이제는 시인 자체를 지키고 구하시길 간구한다. 악인들이 그를 잡으려 계획을 세웠고, 계획대로 올무와 함정과 그물을 놓았기 때문이다(시 140:5).
    
악인들의 마음이 시인을 해치려는 악에 기울었으므로(4절), 악한 계획은 악한 행동으로 열매를 맺으려 한다. 9절에서 악인을 ‘악을 행하는 자들’로 지칭하는 것은 앞에서 이 ‘악을 행하는 자들(4절)’과 함께 악을 행하지 않고 그들의 진미를 먹지 않겠노라고 한 자신의 결의를 하나님이 기억하시길 원해서다. 악인들은 자신들이 찬 그물에 빠져 걸리겠으나(시 57:6), 시인은 그물에 걸리지 않고 온전하게 그곳을 지나올 것이다(10절).
    
    
    
나는?
-시인은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린다. “속히 도우소서” 도움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었다. 급했다. 서둘러 구해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상황이 절박했고, 간절했다. 매일 향을 피워드리고 저녁 제사를 드리듯, 자신을 온전히 바쳐 기도한다. 어떤 어려움도 주님이 와주셔야 해결할 수 있고, 주님이 와주시기만 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 입에서 나오는 기도가 아니라 존재 전체로 밀고 나아가는 기도로 맡기고 있는가?
    
-기도란 자기 전체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얻는 것임을 시인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기도하러 나아가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 온전하도록 분별하고 싶어 한다.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고, 진수성찬으로 유혹하는 친구들의 악한 일에 마음을 내주지 않고, 권력과 비호로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신다고 믿고 있다.
    
-의인이 주는 충고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다. 당장에는 듣기 불편해도 그것을 귀빈을 접대하기 위해 머리에 붓는 향기로운 기름으로 여기겠다고 한다. 그는 악인들의 악행에 관대해지지 않고 낱낱이 그것을 하나님께 아뢸 만큼 의에 예민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악한 권력자가 자기 꾀에 넘어질 때 자신의 진실함이 증명되길 바랐다. 나에게 사랑의 질책을 보낼 이웃이나 친구가 있는가?
    
-악인을 거절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원망하지 않고 하나님께 눈을 들었고, 그분을 피난처로 삼았다. 자기 힘으로 빠져나오려 하거나 복수하려 하지 않았고, 하나님의 지혜와 전능하신 손에 자신의 안전을 맡겼다. 악인의 악은 그에게 돌아가겠고 시인은 홀로 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시인의 결단력이다. 악인들과 함께 진수성찬을 즐기느냐, 아니면 외롭고 좁은 길을 가느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시인은 끝까지 시험에 빠지지 않게 지켜 달라고 기도한다.
    
*시인은 자기 입술에 파수꾼과 문지기를 세워 악한 말을 알아차리고, 생각과 말문을 통제해 달라고 간구한다(3절).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악으로 맞서지 않겠다는 바람이다. 감정에 치우쳐 무심코 뱉은 말로 악을 행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시인은 악한 일에 타협하지 않도록 기도한다. 그는 분명 악을 싫어하지만 언제 그것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연약함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요청한다(4절). 악인의 유혹에 잠깐 눈을 감으면 진수성찬을 받을 수 있지만, 가담하지 않으면 혹독한 고난이 기다리는 양자택일의 상황이다. 하지만 시인은 마음이 악한 일에 쏠리지 않고 아예 악인들과 어울리지도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우리에게도 시시각각 타협의 손길이 뻗쳐 오지 않은가? 결국 파멸로 끝날 환락의 연회를 단호히 거부하고, 주님이 베푸시는 어린양 잔치에 합당한 거룩한 백성으로 설 수 있게 속히 도와 달라고 주님께 기도해야 한다.
    
*시인은 의인이 하는 사랑의 충고를 들을 겸허한 귀를 달라고 기도한다(5~6절). 시인은 그 충고가 당장에는 쓰더라도, 귀빈을 접대하려고 머리에 붓던 향기로운 기름으로 여기고 싶었다. 내게도 이런 사랑의 충고를 해줄 이웃이 있는가? 최근에 누군가에게 들은 충고가 있다면 다시 되새겨 보면 좋겠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호소한다(7~10절). 유혹에 타협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악인들이 쳐 놓은 술수와 음모에 걸려 꼼짝 못 하는 처지에서도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그분을 피난처로 삼았다. 하나님이 아닌 다른 데서 더 좋은 무엇을 찾으려는 관심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 오직 눈을 들어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주님, 악인의 꾀와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절박하게 구하는 시인의 모습이 도전됩니다. 구원받은 거룩한 백성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일상에서 더욱 분별력을 구하며 거룩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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