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9:1-17 노아와 세운 언약
홍수 후의 세계는 재창조된 세계다. 노아는 새로운 아담의 성격을 지닌다. 아담에게 부여되었던 명령이 이제 노아에게 부여된다. 이것은 논밭을 쟁기질하여 뒤엎은 뒤 새로운 씨앗을 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홍수가 물러가고 질서 잡힌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으며, 그 밭에 노아와 생존한 생명의 씨앗들이 심긴다. 그들의 생육과 번성을 통해 자시 다시 지구는 생명으로 채워질 것이며,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홍수 심판을 통과한 노아와 그의 가족, 또한 모든 동물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수여되고, 창조 시 부여된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인간의 소명이 다시 천명된다. 또한 하나님은 모든 육체가 다시는 홍수로 멸절되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시고, 무지개를 그 증거로 주신다. 이는 그분의 경륜, 구속 계획을 이루어가시기 위한 해법이다.
1. 노아와 그의 아들에게 명령하신 하나님의 축복(1~7절)
1절은 노아의 가족에게 수여된 하나님의 복이다. 이 명령은 천지창조 이래로 유효하다. 노아와 그 아들들이 구현할 하나님의 축복은 그들의 존속에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이 생육하는 것, 번성하는 것, 그리고 땅에 충만한 것은 홍수 심판으로 정화된 세상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을 이루어가기 위한 첫 단계다.
2절은 창조 이래로 여전히 유효한 사람의 통치권을 확인해 준다.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바다의 물고기, 이들은 창조 질서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여 사람을 비롯하여 다른 모든 피조물에 영향을 미치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다. 원래 동물도 사람과 조화를 이루도록 창조되었다. 하지만 처음 창조 때와 달리 모든 산 동물과 사람의 관계가 변형되었다. 모든 산 동물이 사람의 손에 주어졌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을 두려워할 것이다. 이런 측면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창조 때 사람에게 부여하신 다른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는 통치권이 여전히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즉, 창조 질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3~4절은 새롭게 허락된 양식을 설명한다. 하나님은 홍수 심판 이후에 사람이 동물을 다스리는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채소처럼 고기를 먹을거리로 주셨다(3절). 하나님이 왜 홍수 이후 모든 산 동물을 먹을거리로, 공식적으로 주셨을까? 먼저 홍수 이전에도 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홍수 이전에도 희생 제사가 있었고,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셔서 에덴동산에서 내쫓으신 후, 아벨은 양의 맏배를 하나님께 드렸었다. 그리고 가인의 족보에는 목축하는 자의 조상이 나타난다. 공식적이지 않지만 이미 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홍수 이후 150일 동안 물에 잠겨 있었던 생태계의 변형은 당연하였다. 육식을 허락하되 피째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명령하신다(4절). “다만, 꼭(아흐)”으로 사용되는 강조 부사는 하나님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허락하셨지만, 식용 목적으로 살아있는 동물을 다루는 사람의 행동에 제한을 두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은 부여받은 소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며 하나님께서 모든 산 동물을 다스리듯 다스려야 할 것이다.
5~6절은 생명은 생명으로 갚으시겠다는 하나님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람을 죽인 자는 그가 짐승이든 사람이든 하나님께서 다루실 것이다. 이 원칙은 시내산 언약에 제재 규정으로 설정된다(출 21:28). 살인에 관한 규정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무엇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인하면 안 되는 까닭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6절). 사람이 하나님의 형사과 모양으로 창조된 것과 창조 세계에서 하나님의 대리자로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는 통치권을 부여받은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다.
7절은 사람이 부여받은 소명을 이루기 위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축복하신다. 생육하고 번성해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땅을 경작하여 보존할 수 있고, 동물을 다스릴 수 있다.
2. 노아 언약(8~17절)
8~11절은 하나님께서 노아와 언약을 체결하시는 장면이다. 노아 언약의 대상은 노아와 그의 아들과 다른 모든 피조물이다(8~10절). 이 언약은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유효하다. “세우신다”는 뜻은 언약을 새롭게 세우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언약을 유지, 확증하신다는 의미다. 하나님은 이 언약을 홍수에서 구출 받은 노아와 그 아들들, 그리고 그의 후손과 방주에서 나온 모든 생물과 세우겠다고 하신다(9~10절). 11절은 창조 때 부여하신 약속을 이루어가시기 위하여 또 다른 약속을 반복하신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언약, 경륜을 홍수 이후에도 여전히 이루어가시는 과정에서 다시는 홍수와 같은 심판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12~17절은 하나님께서 언약을 분명히 이루어가실 것을 “증거”로 보증하신다. “언약의 증거”라는 것은 이미 창조 때 하나님께서 알리신 뜻을 나타내는 표시다. 하나님께서 창조 때 사람과 모든 생물을 축복하셔서 주신 명령이 실현되도록 확증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생물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물에 충만할 것이며, 사람은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하여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여 모든 피조물을 다스릴 것이며, 또한 사람과 모든 피조물의 존재 목적인 쉼에 이르도록 하실 것이다. 이러한 언약이 실현되도록 하나님은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확증하신 것이다.
그 확증에 대한 증거가 13절에서 언급된 “무지개”다. 하나님은 창조 때 세우신 언약을 구현하실 것을 기억하겠다는 언약의 증거로 무지개를 주셨다. 또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말씀으로 그 언약을 이루시는 의지를 반영하신다(14~15절). 이런 하나님의 뜻은 16절에서도 반복된다. 무지개는 하나님께서 다른 모든 피조물을 위한 그의 영원한 언약을 반드시 이루어가신다는 확증이며, 그것을 구름에 표시한 것이다. 즉, 하나님께 그분의 약속을 상기하도록 역할을 하는 합법적인 보증의 표시다.
하나님께서는 “무지개는 하나님과 땅에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운 언약의 증거”라고 말씀하신다(17절). ‘생물(바사르)’로 번역된 단어는 문맥상 사람과 모든 생물(10절)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또한 ‘바사르’는 하나님의 영이 함께할 수 없는 사람(6:3)과 살아있는 모든 동물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땅에 있는 모든 ‘바사르(생물)’ 사이에 언약의 증거를 유지하신다는 것은 사람이 하나님의 영이 함께할 수 없는 ‘바사르’로 전락할지라도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이다(9:12).
나는?
-인간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사랑하고 그 세상이 생명이 충만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본래의 뜻은 변함없다. 하나님의 사랑과 돌봄이 없이는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여전히 복을 베푸신다. 홍수로 남은 것이 전혀 없는 땅에 정착해야 할 노아를 이 생육과 번성의 약속으로 위로하고 계신다.
-인간의 죄악이 심판과 구속을 통해 복 주시려는 하나님의 새 창조 계획을 결코 꺾을 수 없다. 하지만, 서로 조화롭던 상생의 관계가 이제는 동물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관계가 되었고 채소만 음식이 되던 에덴과는 달리 동물을 사람의 양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죄가 가져온 피조 세계와의 이 불화는 구속받은 백성으로 구성된 메시아의 나라에서 회복될 것이다(사 1:6~8).
-피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안에는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깊은 애정과 존중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의 피를 흘리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셨다. 또한 노아와 언약을 맺어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먼저’ 약속하신다. 이제 홍수와 대비되는 최후의 심판이 있기까지 창조의 갱신을 통해 자연뿐 아니라 인간마저 새롭게 하실 것이다. 그 약속을 따라 오늘도 오래 참고 기다리시면서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되기를 바라신다.
-사람은 물론이고 혈기 있는 모든 생물을 보존하시려는 자신의 의지를 구름 속에 둔 ‘무지개’를 통해 드러내신다. 죄가 가득 찼을 때 구름은 노아에게 심판의 전조였지만, 이제는 구름 뒤의 무지개를 보면서 심판 뒤의 은총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하나님께서 “내 무지개(13절)”라고 부르시는 것을 볼 때, 자비와 용서의 상징인 이 무지개 언약은 하나님이 자신의 신실하심을 걸고 맺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범죄와 하나님의 심판은 여전하겠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광채인 이 무지개가 뜨는 한 구속의 역사 역시 계속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한결같다. 초토화한 땅에서 척박한 삶을 시작할 노아에게 첫 창조 때 하셨던 말씀을 다시 주셨다(1, 7절).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변함없는 축복의 말씀은 노아와 그의 가족, 그리고 앞으로 인류가 땅을 개척하고 확장해 가는 근거가 될 것이며, 멈추지 않는 힘과 능력을 제공하는 은혜의 샘이 될 것이다. 한결같고, 변함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아가야 하리라.
*새 창조의 중심에도 사람을 두셨다. 하나님은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복을 주셔서 첫 사람 아담에 의해 무너진 질서를 새롭게 세우시길 원하셨다. 홍수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은 처음 세상과 달라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상이었다. 강한 힘도, 빠른 발도, 날카로운 이빨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이 무너진 질서에서 생존할 방법이란 아무것도 없다. 이 때문에 하나님은 짐승들에게 사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게 하셨으며, 또 먹을 식량이 되게도 하셨다. 단, 이것을 누리고 살아가되 피째 먹지 않게 하심으로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고 고백하게 하셨다(2~6절). 만일 이러한 하나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아직 곡식과 과일이 자라지 않았기에 당장 노아와 가족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웠을 것이다.
*무지개로 언약의 증표가 되게 하셨다. 무지개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에도 생명 보존을 약속하는 증거다. 즉 무지개는 은혜와 자비, 용서와 화해의 언약이 인간이 아닌 하나님에 의해 반드시 지켜지게 되리라는 확고한 언약의 증표이다. 이제 빽빽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해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대홍수 때의 구름은 죽음을 불러온 심판의 전조였지만, 홍수 이후 구름은 언약의 무지개를 불러올 은혜의 전령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님, 홍수 이후 지금까지 모든 언약을 지키신 하나님 앞에서 저 또한 신실하게 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