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군사력으로 모든 민족을 짓밟아 굴복시킨 “온 세계의 망치” 바벨론이 멸망하여 황무지가 된다. 새가 새 사냥꾼의 올무에 걸리듯이 바벨론이 여호와께서 놓으신 올무에 걸린다.
바벨론에 대한 심판 예언은 바벨론의 멸망 자체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왜 멸망의 심판을 행하시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언급되더라도 단편적이고 산발적이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바벨론에 의한 유다와 예루살렘의 멸망이다. 바벨론은 “여호와의 소유”인 이스라엘과 가나안을 노략질하고(11절), 그의 성전을 짓밟고(28절), 이스라엘의 뼈를 꺾고(17절), 유배민들을 학대하며 돌려보내지 않고(33절), 시온에서 온갖 악을 저지르고(24절), 폭행과 학대로 시온의 피를 흘리게 했다(35절). 또 아주 막연하게 바벨론이 여호와께 범죄했다고 기록하기도 한다(14절). 또, 여호와와 싸웠다고(24절), 여호와를 향하여 교만하다고(29절) 고발하기도 했다. 31~32절은 바벨론을 “교만한 자”로 부르고 6절에서는 바벨론의 죄악을 언급한다.
1. 여호와의 올무_바벨론 심판(21~28절)
여호와께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단수의 청자 “너”에게 명령하신다. “올라가서 므라다임의 땅을 치며 브속의 주민을 쳐서 진멸하라(21절)”는 명령을 받은 자는 바벨론을 쫓아가서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 “진멸하다(하람)”로 옮긴 히브리어 단어는 전쟁에서 얻은 모든 전리품(사람과 짐승과 물건과 성읍)을 승리한 자가 소유할 수 없도록 여호와께 속한 것으로 모조리 없애 버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바벨론과의 전쟁이 여호와의 전쟁처럼 언급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모두 실행할 것을 분명하게 권면한다(21b절).
여호와께서 적을 보내 바벨론을 치게 하시기에 바벨론 땅이 “싸움의 소리와 큰 파멸”로 가득찬다(22절). 전쟁을 모르고 살던 바벨론이 전쟁의 무대가 된 것이다. 침략하기만 했던 바벨론이 침략당하여 전쟁의 아우성을 듣는다. 파괴하기만 했던 바벨론이 파괴당한다. 애가를 부르게 했던 바벨론이 이제 애가를 직접 부르게 된다. 23절이 바로 죽은 자를 애도하는 노래다. 바벨론이 어떤 경우에라도 멸망을 피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호와의 명령에 따른 공격이기에 살아남을 길이 없다. 그들의 막강한 군사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여호와의 명령을 수행하는 적에 의해 멸망하고 황무지가 된다(50:3; 51:29, 41, 43). 한때 “온 세계의 망치(23절)”로 사방으로 원정하러 다니며 원하는 대로 땅을 파괴하고 정복하던 바벨론이 파괴당한다. 그런 바벨론을 바라보며 민족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고대 세계관에 따르면 폐허로 변한 성읍은 신의 저주를 받은 표징이다. “온 세상의 망치”가 주변 민족들의 공포를 자아낼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될 때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새 사냥꾼이 올무를 놓아 새를 잡듯이 여호와께서 바벨론을 잡으려고 올무를 놓으셨는데, 민족들의 정복자 바벨론은 이를 알지 못하고 만용을 부리다가 올무에 걸려 붙잡힌다(24절). 민족들을 정복한 바벨론이 여호와께 대들다가 피하지 못하고 올무에 걸려든 것이다. 민족들을 정복하고 자신들이 파괴한 변방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온 땅의 하나님이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성전을 파괴한 것이 올무가 되어 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여호와께서 바벨론을 징계하시려고 무기고를 열고 “분노의 무기”를 꺼내신다(25절). 직접 무기를 들고 갈대아 땅에서 바벨론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신다. “분노의 무기”는 바벨론을 침략하는 민족들이다. 여호와께서 바벨론을 침략하는 군대에 공격을 명령하신다. 먼저 침략군을 바벨론으로 불러들이신다. “먼 곳에 있는 너희는 와서 그를 치고”라고 번역된 문장은 “사방에서 와서 그를 치고”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바벨론을 치기 위해 온 세상에서 민족들이 소집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명령하신다. “너희는 바빌로니아로 오너라. 멀리서부터 몰려오너라. 그 나라의 곡식 창고들을 열어젖혀라. 전리품을 낟가리처럼 쌓아 놓고, 완전히 진멸시켜라. 그 나라에 아무것도 남겨 놓지 말아라(새번역_26절).”
26~27a절은 바벨론 침략 전쟁을 “헤렘(여호와의 전쟁)으로 선포하는 듯하다. “그들의 날”은 바벨론이 벌 받아 죽게 될 날이다. 바벨론의 멸망은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이미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하고 포로로 잡혔기에 바벨론의 운명과 시온의 운명이 서로 연동된다. 바벨론이 심판받을 때 도망쳐 나온 자들이 시온에 와서 여호와께서 바벨론에 행하신 놀랍고도 두려운 일을 전해준다(28절). 이들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짓밟고 종으로 부린 바벨론 제국을 심판하셨다고 경험적, 고백적으로 선포한다. 바벨론의 멸망은 강대국 사이에서 벌어진 패권 다툼의 정치적 결과물이 아니다. 여호와께서 무너진 성전을 위해 보복하시는(15, 24절), 예루살렘 성전을 잿더미로 만들고(52:13) 자기 백성을 포로로 잡아간 바벨론의 만행을 징벌하시는 신학적인 사건이었다.
2. 여호와께서 벌하시는 때_징벌의 때(29~32절)
여호와께서 바벨론을 공격하여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을 명령하신다. 궁수들을 소집하고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성을 완전히 포위하게 하시고, 바벨론이 이전에 저지른 대로 보복하라고 명령하신다(29a절, 15절).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민족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온 세상의 망치” 바벨론이 민족들에 의해 진멸을 당한다. 바벨론의 젊은이들은 광장에서 쓰러지고, 군인들은 모두 죽음에 넘겨진다(30절). 바벨론의 교만이 멸망을 초래한다.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자 여호와께 맞서 교만하게 굴었기 때문에(29b절) 그분의 징벌로 바벨론이 멸망한다. 이제 여호와께서 바벨론의 교만을 징벌하시는 날이 왔다(31절). 하나님께서 직접 교만한 바벨론을 치시기에 비틀거리다 넘어져도 도움의 손길을 찾지 못한다. 여호와께서 그의 성읍들에 불을 질러 그 주변까지 모두 태워버리신다(32절).
나는?
-행한 대로 받는 바벨론. 민족들을 진멸하던 바벨론이 진멸을 당할 것이다. 침략 전쟁을 일으키기만 하던 바벨론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공포를 주기만 하던 바벨론이 전쟁의 아우성을 들을 것이다. 바벨론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가 들리고 바벨론은 황무지가 될 것이다. 온 세계의 망치였던 제국의 위엄은 사라지고, 신의 저주를 받는 도시가 되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놀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는 교만한 바벨론이 하나님의 올무에 걸려 붙잡혔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패했다고 생각한 이스라엘의 신 여호와가 “분노의 막대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한 악인들의 역사는 영원할 수 없다.
-당한 나라에 당하는 바벨론. 여호와께서는 바벨론에게 침략을 당했던 먼 나라에서 민족들을 불러 바벨론을 공격하도록 명령하신다. “먼 나라”는 바벨론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동원하여 바벨론을 심판하시는 분이다. 그들은 곡식더미처럼 바벨론을 쌓아 올려 하나님께 바칠 것이다. 바벨론을 진멸해서 그에게 남은 것이 없게 할 것이다. 황소까지 여호와께 드려야 할 것이다. 그날 바벨론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온 세상에 자신만 존재하듯 오만했던 자가 이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하실 것이다.
-철저하게 심판받는 바벨론. 바벨론이 공격당할 때 모든 것이 불태워질 것이다. 아무도 궁수들의 화살을 피하여 성 밖으로 도망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주변 나라들에 했던 악행이다. 온 세상의 망치로 자처하며 이유 없이 죽였고 약탈했고 점령했던 나라다. 그들이 법이었고 상식이었다. 교만 때문이었다.
-그 교만이 멸망을 가져왔다. 거룩하신 하나님을 업신여겼다. 아무도 이웃으로 만들지 못했으니, 아무도 그를 돕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을 이웃으로 삼지 않는 나라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웃이 없는 자는 긍휼을 입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의 원수와 친히 싸우신다. 전쟁을 직접 명령하시고 바벨론을 잡으시기 위해 올무를 놓으셨다. 한때 대제국을 자랑하던 바벨론이 황무지로 변할 것이다. 인간이 구축한 힘은 유한하고 일시적이다. 사람을 의지하면 안 된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처참하게 벌하시는 것은 성전을 부순 자들에 대한 복수였다. 바벨론은 하나님의 성전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말할 수 없이 모독하였다.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도 안전할 수는 없다.
*바벨론의 죄는 한마디로 교만이었다. 그중에서 성전 파괴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의 극치였다. 유다의 멸망이 하나님이 심판의 결과이기는 했지만, 바벨론의 행동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도전이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반드시 꺾으신다.
*주님, 바벨론의 자업자득을 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도 안전할 수 없고, 하나님의 심판은 정확하고 단호합니다. 공의로운 하나님의 심판을 기억하겠습니다.
*주님, 교만을 꺾으시는 하나님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온 세계의 망치였던 바벨론이었지만, 하나님의 분노 막대기를 피할 수 없음을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