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합군이 물이 떨어져 모압과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할 위기에 빠졌다. 여호사밧은 여호와의 선지자에게 신탁을 구할 것을 제안했고, 이에 왕들은 엘리사를 소환한다. 왕들 앞에 소환된 엘리사는 여호와가 물을 공급하실 뿐 아니라 모압을 이기게 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신대로 다 이루어져, 이스라엘 연합군은 모압 땅에 들어가 성읍을 황폐하게 만들고, 다급한 모압의 왕 메사는 자기 맏아들을 번제로 바친다.
민수기에 따르면 모압은 그모스를 섬기는 족속이었다(민 21:29). 인신 제사는 암몬 사람들의 관습이었는데, 밀곰(몰록, 몰렉, 말감으로도 불렸다)을 섬겼다. 이 우상은 사람의 몸과 황소의 머리를 가진 형상의 우상이었다. 메사의 석비에 따르면 그가 맏아들을 번제로 드린 것은 그모스의 활르 달래고 이스라엘로부터 승리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1. 북이스라엘 연합군과 모압의 전쟁(13~27절)
13~19절은 여호와의 뜻을 구하러 온 세 왕 앞에선 엘리사가 연합군에게 승리를 주실 여호와의 놀라운 계획을 선포한다. 엘리사 앞에 여호람과 여호사밧, 에돔의 왕이 나타나자, 그의 태도는 냉정했다. 여호람이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사는 자신과 왕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아합과 이세벨의 선지자들에게나 가보라고 한다(13절). 이는 아합 때처럼 여호람이 바알 선지자들의 영향력 아래 있었음을 보여준다.
여호람이 바알의 주상을 제거했다는 기록이 있음에도(2절), 이스라엘에서는 여전히 바알 숭배가 계속 되고 있었던 것이다(10:18~28). 여호람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이번 물 사태는 여호와가 세 왕을 모압에게 넘기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한다(13절). 여호람은 자기 생각과 판단을 하나님의 뜻으로 쉽게 확신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엘리사는 자신이 지금 여호람을 상대하는 것은 여호사밧의 체면 때문이지 여호람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밝힌다. 엘리사는 만군의 여호와의 사심으로 맹세하며(14절) 왕들에 대하여 강하게 적개심을 표출한다. 그만큼 왕들의 불신앙을 단적으로 진단하는듯 하다.
엘리사는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 위해 수금 연주자를 청한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여호와의 손이 엘리사 위에 임한다.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16, 17절)”로 시작하면서 자신의 말이 여호와께로 나왔음을 확실하게 선포한다. 하나님은 골짜기에 웅덩이를 많이 만들라고 명하신다. 이 골짜기는 에돔과 모압의 경계인 세렛강을 가리킨다. 이 명령은 고지대에서 물이 대량으로 방출되어 낮은 골짜기를 채울 때 물이 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 골짜기가 지금은 메말랐지만 이곳에 물이 가득 차 군인과 가축이 다 마실 것이라고 예고하셨다. 이 일은 사람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하게 보이지만, 하나님께는 작고 쉬운 일이다(18절).
그리고 엘리사는 여호와가 모압 사람을 연합군에게 넘길 것이라고 선언한다(17~19절). 이것은 여호람의 확신을 뒤엎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 승리는 모압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승리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엘리사는 구체적으로 일러 준다. 첫째, 이스라엘은 모압의 모든 견고한 성읍과 모든 아름다운 성읍을 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모압의 삶의 터전과 근간이 흔들리게 하실 것이다. 둘째, 모든 좋은 나무를 벨 것이다. 양식과 건축에 막대한 손실이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셋째, 모든 샘을 메울 것이다. 주민과 육축의 생명의 원천이 막힌다는 것이다. 물이 없으면 결국 황폐해진다. 넷째, 모든 좋은 밭을 돌로 헐 것이다. “헐다”는 “고통을 주다, 괴롭게 하다”라는 의미로 밭에 돌을 쌓아 황폐하게 한다는 뜻이다.
20~27절은 여호와께서 엘리사를 통해 약속하신 대로 이스라엘 연합군이 승리를 얻는 장면이다. 다음 날 아침 하나님은 말씀하신대로 “작은 일(18절)”을 성취하신다. 아침이 되자 놀랍게도 물이 에돔 쪽에서부터 흘러와 땅을 가득 채웠다. 이는 비가 내렸다는 것보다 고지대의 산들에 모인 이슬이나 빗물들이 급류를 만들어 흘러내렸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때를 단지 아침이라고 하지 않고 “소재를 드릴 때”라고 부연한다(20절). 매일 아침에 드리는 상번제를 가리키는데, 이 제사는 하나님의 임재하심, 언약 백성과의 교재를 상기시킨다(출 29:41~43). 매우 상징적인 시간에 물이 공급된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 하며 그들을 구원하시는 분이심을 일깨운다.
한편 이스라엘 연합군의 침공 소식을 들은 모압은 갑옷을 입을 만한 모든 자를 소집한다. 그들은 모압 남쪽과 에돔 북쪽 경계인 세렛강에서 연합군을 마주하고 방어 태세를 갖췄다. 그런데 이날 아침 동녘의 햇살이 세렛 강물을 비추자, 건너편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던 그들 눈에는 물이 피처럼 붉게 보였다. 모압의 군사들은 강물에 붉게 비친 빛을 피로 오인했을 뿐 아니라 연합군이 서로 싸우다 자멸한 증거라고 확신한다. 모압 군대는 적진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전리품을 챙기러 연합군 진영으로 향했다. 그러나 연합군은 버젓이 살아있었고 도리어 역공을 당한다. 모압 군대는 도망치기에 급급하고 연합군은 그들을 치며 모압 땅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성읍들을 헐고, 좋은 밭들을 다 돌무더기 터로 만들고, 샘을 다 메우며, 좋은 나무를 다 베었다. 말씀하신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연합군은 모압의 수도 길하레셋까지 이르렀고 물매꾼들(투석병)은 돌아다니면서 공격하였다. 이 모든 것은 엘리사가 예언한대로 였다. 인간의 눈에 불가능한 상황은 하나님이 기적을 행하시는 기회로 쉽게 바뀐다. 다른 한편으로 여리고부터 시작된 엘리사의 사역 속에 그가 선포한 하나님의 말씀이 계속 성취됨으로써 그가 하나님의 참 선지자임이 재차 입증된다(신 18:22).
예상치 못한 연합군의 공세에 모압 왕 메사는 맏아들까지 신에게 바치고 이로써 전쟁은 끝이 난다(26~27절). 메사는 승산이 없음을 감지하고 칼을 찬 군사 700명을 데리고 포위망 중에서 가장 약한 에돔 쪽을 뚫고 성읍을 빠져 나오려고 했으나 실패한다. 그러자 이제는 그가 섬기는 신에게 아들을 번제로 바쳐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다. 메사의 이런 행동은 그와 모압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고 절박했는지를 잘 알려준다. 하지만 이런 인신제사는 하나님 보시기에 매우 혐오스러운 것이었고, 결코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메사는 그모스로부터 연합군을 물리칠 기적을 바랬을 것이다. 또한 인신제사는 연합군들에게 심리적인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
27절은 메사의 이런 뜻밖의 행동에 이스라엘에게 “크게 격노함”이 임했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모압 군대가 왕자를 제물로 바친 왕의 행동에 비통해하여 이스라엘에게 그 분노를 표출했다는 뜻이거나, 이스라엘이 모압의 그모스 신에 대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어찌됐든 전쟁은 유야무야 끝난다. 말이 되는가? 말씀하신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모압의 수도까지 에워쌓는데, 모압 왕 메사의 잔인한 인신제사를 보고 두려움이 임해 흐지부지 퇴각한 것이다. 진정한 승리가 맞는가?
*결과적으로 하나님은 연합군에게 대부분의 승리를 주긴 하였으나 모압을 다시 손에 넣으려고 했던 여호람의 계획은 좌절된다. 결국 연합군은 모압을 완전하게 멸망시키거나 진멸하지 못한다. 그저 전쟁에서 승리하는 수준에서 전쟁을 마치고 돌아간다. 이는 하나님께서 모압을 진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한편 메사의 석비에는 훗날 메사가 이스라엘의 오므리 왕조를 물리쳤다고 나온다. 즉, 전투에서는 패했으나 전쟁에서는 이긴 것이다. 이후 모압은 이 사건 이후에 완전히 독립한 것으로 유추한다.
나는?
-물 부족을 겪은 연합군은 결국 여호와의 선지자를 찾는다. 그러나 여호람을 본 엘리사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고 “내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부친과 모친의 선지자들을 찾아가라”고 면박을 준다. 여호람은 이에 한껏 자세는 낮추지만, 여전히 상황을 하나님 탓으로 여기는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엘리사는 아주 냉정하게 “당신이 아닌 유다의 왕 여호사밧의 얼굴을 봐서 답을 주겠다”고 답한다. 결국 응답의 은혜는 겸비한 왕, 여호사밧 한 사람으로 말미암는다. 한 사람은 모두를 살리는 통로가 될 수도 있고, 위험에 빠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공동체에 어떤 존재인가? 모두를 살리는 통로인가, 모두를 힘들게 하는 원인인가?
-엘리사는 악기 연주하는 자를 청한다. 음악이 연주될 때 하나님의 응답이 엘리사 위에 임한다. 그는 골짜기에 개천을 파라고 명하면서 비록 바람과 비를 보지 못할지라도 골짜기에 물이 가득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자연현상이 아닌 하나님의 역사로 말미암은 이적이자 전쟁의 승리를 약속하는 표적인 것이다. 엘리사의 말대로 아침 소제 드릴 때 물이 에돔 쪽에서 흘러와 골짜기를 채움으로 이스라엘과 유다를 향한 하나님의 인애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불순종하는 백성일지라도 약속하신대로 승리를 주시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시다.
-약속하신 그대로 풍성한 물과 철저한 승리를 주셨다. 바람과 비가 없이도 광야 골짜기에 많은 연못(개천)이 생길만큼 많은 물을 흘러 내리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압을 초토화시키는 승리에 비하면 “작은 일”일 뿐이다.
-모압 사람들은 세 나라 연합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전쟁을 대비한다. 경계를 서던 이들이 물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피로 착각하고 연합군 안에 내분이 생겨 피가 강처럼 흐른 것이라고 속단한다. 결국 경계를 늦추고 나와 처참하게 패배하고 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모압 왕은 맏아들을 인신 제물로 바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어려움을 돌파하려 하고 격렬한 저항에 연합군은 퇴각한다. 결국 여호람은 모압을 완전하게 점령하지 못하고 반쪽 승리에 만족하고 돌아간다.
-반쪽 승리에 도취하고 돌아가는 연합군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하나님은 여호람에게 승리를 주셨지만, 완전한 승리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우상숭배자에게는 그것을 누릴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나!
-모압을 물리친 비결은 여호와 하나님의 약속과 약속하신대로 이루어 주시는 전능하심이 아닐까? 뜻밖의 고난에 직면한 그의 백성을 긍휼히 여기시고 피할 길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이스라엘 연합군의 진격 소식에 모압 사람들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모아 경계를 서고 나름대로 작전을 수행한다. 하지만 결국 하나님 반대편에 섰기에 패하고 만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좋은 지리적 조건들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주님, 여호와 하나님만 함께 하시면 두려울 것 없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약속하신 대로 이루시는 하나님 한 분이시면 충분합니다. 이 믿음으로 굳게 서겠습니다.
*주님, 여호와께서 승리를 주신다고 약속했지만, 전쟁을 마무리하지 못합니다. 유아무야 철수하는 이스라엘 연합군을 바라보며 나의 삶의 영적인 전쟁은 끝까지 감당하고 확실한 승리를 주실 것을 늘 바라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