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이스라엘 사람들의 구원이 세계사적 시각에서 선포된다. 민족들은 여호와의 구원 의지를 전파해야 한다. 목자가 양 떼를 모아 지키듯이 전에 이스라엘을 흩으셨던 여호와께서 이제 강한 자의 손에서 이들을 구해 보호해 주실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목자, 위로자, 아버지가 되셔서 구원을 이끄시고 기쁨과 만족을 주신다. 그때 이스라엘은 잘못을 뉘우치고 온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할 것이다.
1. 이스라엘의 회복과 축복(10~14절)
민족들은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위해 예비하신 구원의 소식을 듣고 먼 바닷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야 한다. 전에는 자기 백성을 심판하시고 민족들 가운데 흩으셨던 여호와께서 이제 목자처럼 흩어졌던 자들을 다시 모아 보호하신다(10절). 야곱을 더 강한 자의 손에서 속량하신다(11절). 유배살이에서 벗어나 시온으로 돌아온 자들에게 여호와의 축복에 따른 풍요로운 삶이 약속된다(12절).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어린 양의 떼와 소의 떼’를 여호와의 선물로 받는다. 굶주림과 헐벗음이 사라지고 풍요로움과 기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댄동산’의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듯이 여호와의 성전(시온의 높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축복으로 풍족하고 활기찬 삶을 살게 된다. 시온에 다시 축제가 돌아온다. 처녀가 춤추며 기뻐하고, 젊은이와 노인들이 함께 즐거워한다(13절). 여호와의 복이 땅의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오고 풍요로운 결실이 풍요로운 예물로 성전에 드려지고,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성전 제사가 여호와를 기쁘게 해 다시 땅의 축복으로 되돌아온다(14절).
목자가 이리와 사자의 발톱에서 양을 구해내듯, 양 떼를 푸른 풀밭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듯이 이스라엘을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복으로 인도하실 것을 선포한다. 주님의 선한 인도하심은 결국 “물댄동산”으로 이끌어 가시는 것이다. 도착하기까지 여러 난관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님의 음성을 따라 순종하며 나아가면 기어이 도착하고야 만다.
2. 라헬의 탄식과 여호와의 답변(15~17절)
15절은 라마에서 라헬이 자식들 때문에 우는 통곡을 들려준다. “슬퍼하며 통곡하는”은 애도의 모습으로 죽음으로 인한 슬픔임을 미리 보여준다. 이 통곡은 자식들 때문이다. 이 비유는 주전 722년 앗수르에 의해 북이스라엘이 멸망했고 많은 주민이 먼 땅으로 사로잡혀 간 지 백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라헬의 절망적인 처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이스라엘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라헬이 라마에서 단장의 슬픔으로 통곡하는 것은 에브라임의 회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라마는 라헬의 무덤이 위치한 지역(삼상 10:2)이고 포로가 된 유다 백성이 추방될 때의 집결지이다(렘 40:1). 에브라임이 이미 망했고 유다마저 라헬의 무덤 곁을 지나 포로로 끌려갔으니, 라헬은 자식을 전부 잃은 것과 다름없었다. 자식들이 죽어 위로받기를 거절하고 비통하게 울부짖는 라헬에게 여호와께서는 울음을 멈추고 눈물을 그치라고 위로하시며 자식들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을 약속하신다.
3. 에브라임의 고백과 여호와의 답변(18~20절)
15절에서는 라마에서 한 소리를 들으셨는데, 18절은 여호와께서 에브라임의 탄식 소리를 여호와께서 직접 들으신다. 본문의 에브라임은 문맥상 대적의 땅에서 유배살이하는 라헬의 자식들을 가리킨다. 에브라임은 전형적인 참회의 소리를 여호와께 올려 드린다. 먼저 자신의 불순종과 완고함을 시인하고 여호와의 징계가 정당했음을 인정한다(18절). 여호와의 징계를 무시하고 완강하게 제 길을 가다가 멸망에 떨어진 에브라임이 마침내 징계를 받아들인 것이다.
“멍에에 익숙하지 못한 송아지(18절)”는 직역하면 “길들지 않은 송아지”인데 여호와의 가르침과 명령을 거절하고 오직 자기 결정에 따라 살아간 에브라임을 상징한다. 이제 자기 잘못을 인정한 에브라임이 여호와께 나아가 도움을 호소하는 것이다. “나를 이끌어 돌이키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돌아오겠나이다(18b 절).” 여호와를 배반한 결과로 징계를 받았기에 그분의 허락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 기억해야 한다 회개는 구원의 전제 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에브라임의 돌아감은 단지 유배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지만, 여호와께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19절은 에브라임이 자신의 지난 삶이 반역으로 얼룩진 삶이었음을 고백한다. “~후에”를 반복 사용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강조한다. “돌이킨”은 회개보다는 배교를 가리키는듯하고, “볼기, 허벅지를 치다”는 깊은 슬픔을 보여주는 제의적인 행동이다. 즉, 에브라임이 여호와께 등을 돌리고 떠났다가 징벌을 당한 후에야 깨닫고 후회하며 볼기를 쳤고, 더 나아가 현재의 수치와 창피를 짊어져야 할 죗값으로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는 멸망하기까지의 가나안에서의 삶을 가리킨다.
여호와께서는 에브라임의 참회와 간구에 격정적으로 반응하신다(20절). 주체할 수 없는 연민의 마음을 그대로 표출하신다. 에브라임은 “주는 나의 하나님 여호와이시니(18절)”를 의지하여 간구했는데, 여호와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혈연관계로 답하신다. 에브라임은 단순하게 아들이나 자식이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아들 기뻐하는 자식”이다. 귀한 아들이기에 책망하는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생각이 났다. 귀한 아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여호와의 맹목적인 사랑이 절망적인 처지에 빠진 에브라임에게 구원의 문을 열어준다. “내가 반드시 그를 불쌍히 여기리라.”
4. 예언자의 책망 어린 권면(21~22절)
다섯 개의 명령문으로 이루어진 21절은 18b 절의 답변이다. 여호와를 대신하여 예언자가 처녀 이스라엘에게 돌아오도록 허락한다. 여호와의 약속에 따라 이스라엘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 유배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먼 여정이기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곁길로 빠져 길을 잃지 않게 선발대를 보내 이정표와 푯말을 세워놓고, 대로로 돌아와야 한다. “네가 가던 길”은, 이미 백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기에, 단순하게 유배지로 끌려갈 때 갔던 길만을 가리키는 것 같지는 않다. 추측하기로는 유배의 극복을 보여주는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유배 길이 여호와에 의해 쫓겨나는 징벌의 길이라면, 귀향길은 하나님에 의해 다시 받아들여지는 용서와 구원의 길이다.
권면의 말씀 다음에 뜻밖에도 책망의 말씀이 나온다(22절). 지금까지의 청자는 위로의 대상이었으나 이 부분에서는 질책당한다. 일부 유배민은 구원 약속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방황한 듯하다. 이들은 여호와와 고토로 돌아오라는 예언자의 선포를 거절하였다. “반역한 딸”은 여호와의 구원 약속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들의 부정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나는?
-이스라엘의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아무도 위로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애끊는 아픔을 위로하신다. 그 아픔은 포로로 끌려간 자식들 때문이다. 직접 여호와께 괴로움을 쏟아낸 것도 아니지만, 하나님은 들으셨다. 애굽의 바로 압제 아래 괴로움을 당한 이스라엘처럼(출 2:23~24), 고칠 수 없는 중병이 주는 괴로움에 못 이겨 절로 한숨 쉬고 울부짖을 뿐인데, 여호와께서는 들으시고 약속의 땅으로 귀환할 것을 약속하심으로 눈물을 그치게 하셨다. 아무 조건도 붙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약속하셨다. 기대 못 한 은혜요 갚을 수 없는 사랑이다.
-자기 볼기를 치며 이스라엘이 회개한다. 북이스라엘은 징계받고서 자신이 못된 송아지 같았음을 깨닫고 깊이 뉘우쳤다. 그는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수치와 욕은 철없던 시절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마땅한 형벌임을 인정하며 자기 가슴(볼기)을 칠 정도로 후회했다. 그래도 그는 하나님을 여전히 “나의 하나님 여호와”가 되어주실 것을 믿었다. 그 믿음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것이 징계하신 하나님의 목적이다.
-하나님의 징계는 멍에를 위한 멍에가 아니다. 진정 수치스러운 것은 나라를 잃고 포로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으신 창조주를 모르고 그가 베푸신 은혜를 망각하는 것임을 아는 것이다.
-애간장 녹는 마음으로 회개를 받으시는 하나님이시다. 에브라임이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 여호와로 신뢰하자, 하나님은 “내 귀한 아들 사랑하는 아들” 더 진한 말로 애정을 표현하신다. 라헬의 탄식처럼 에브라임의 탄식도 똑똑히 들으셨고, 더 깊이 생각하셨으며, 자식 걱정에 타들어 가는 애간장을 누르면서 꼭 이 자식에게 긍휼을 베푸시겠다고 다짐하신다.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게 하실 뿐 아니라, 방황하고 패역하던 이스라엘을 믿음의 자손들을 많이 낳는 이스라엘로 새 창조하여 주실 것이다.
*목자같이 자기 백성을 지키시는 하나님이시다(10~12절). 팔려 간 친족의 몸값을 지불하여 생명을 구하는 친족처럼 자기 백성을 구하신다. 따라서 그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을 온 천하가 보게 될 것이다.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가? 혹시 삶이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문제는 내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돌아온 백성들의 필요를 채워주신다(13~14절).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님의 위로로 즐거워하게 하시고, 기업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것으로 만족하게 하신다.
*소망이 끊어진 자에게 소망이 되는 하나님이시다(15~17절). 기업을 이을 자식들이 적기로 끌려갔기 때문에 애통해하는 어미에게 그 자녀를 돌아오게 하신다는 말씀보다 더 큰 위로는 없다. 무엇에 소망을 두는 삶인가?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는 삶이어야 할 것이다.
*회개하는 자식을 기뻐하시며 긍휼히 여기시는 아버지 하나님이시다(18~20절). 제멋대로 굴다가 아버지를 떠난 아들을 절대 잊지 않고 그 자식이 고통당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신다. 그러나 아들이 용서를 구하며, 돌아오면 “너는 내 사랑이다, 내 기쁨이다”라며 춤을 추며 반기신다. 하나님께 죄송해서 도저히 용서를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잘못을 참으로 깨달은 사람을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간구해야 할 것이다.
*주님, 자기 백성을 지키시고, 필요를 채우시며, 소망이 되어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이 나를 붙잡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늘 아버지 하나님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