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시편 105편의 전반부이다. 여호와 하나님을 창조주 및 섭리주로 묘사한 104편에 이어 그 하나님이 언약을 허락하시고 이루어 가시는 분으로 묘사하며 그를 송축할 것을 명령한다. 본 시편에서의 하나님은 언약을 성취하시는 구속주이시다. 본 시편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는데, 본문은 아브라함에게 언약을 주신 사실을 주로 설명한다.
성경에서 언약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히브리어로 “베리트”인데, 이 단어는 기본ㅂ적으로 쌍방 간에 맺는 약속, 즉 계약을 뜻한다. 구약에서 이 단어는 주로 “언약”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하나님과의 언약은 하나님이 주도권을 가지고 이루어 가시는데 대표적으로 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시내산과 모압 언약), 다윗 언약, 새 언약 등이 있다. 이 언약들은 각기 역사적 배경이나 언약의 형태와 성격에 있어 고유한 특징들을 드러내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로 언약이 성취되어 감을 볼 수 있다.
1. 여호와 하나님을 찬양하라(1~6절)
105편은 103편, 104편에 이어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께 감사할 것을 명령한다. 103편은 ‘그를 경외하는 자들을 용서하시는 분’으로, 104편은 창조주요 섭리주로 묘사했다. 이와 같은 여호와 하나님에 대하여 105편은 “언약의 하나님”으로 추가 설명한다. 그중에서 “아브라함 언약”을 선택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106편까지 이어진다.
1~6절은 아브라함 언약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는 첫 부분인데, 1~5절의 동사들이 모두 2인칭 복수 명령형으로 되어 있는 특징을 보인다.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명령이 “너희들”이라고 지칭된 청중에게 주어지는데, 그 청중이 누구인지에 대하여는 6절까지 밝히지 않는다.
1절은 여호와께 감사하고 그 이름을 부르고 그의 행하신 이들을 만민 중에 알게 하라고 명령한다. 2절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 그분의 행하심을 만민 중에 알게 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하나님께 노래하고 찬양하고, 그분의 기이한 일들을 말하라고 권한다. 3절은 그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라”고 명령한다. 이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고, 하나님이 하신 기이한 일들을 말하면 결국 그분의 이름을 자랑하게 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는 점층법이다.
3~4절에서는 청중들을 독특한 하나의 표현으로 규정한다. 바로 “여호와를 구하는 자들”이다. “구하다(다라쉬)”는 “찾고 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1~3절까지의 명령형 동사들을 연결하여 정리해 보면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고 그분의 기이한 일들을 말하는 자들은 결국 “여호와를 구하는 자들”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여호와를 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4절에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이어지는데, “여호와의 능력과 그분의 얼굴을 구하는 것”이다.
5~6절은 여호와의 능력과 얼굴을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참고로 개역개정의 번역은 히브리 원문의 문장 순서를 뒤바꾸어 번역했다. 원문의 순서대로 직역하면, 5절은 “너희는 그가 행하신 기적과 그의 이적과 그의 입의 판단을 기억할지어다”이고 6절은 “그의 종 아브라함의 후손 곧 택하신 야곱의 자손들아”이다. 그리고 5절에서 명령형 동사는 “기억하라”이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을 구하는 것의 결과는 “기억함”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억하라는 것일까? 5절은 하나님이 행하신 기적과 이적 그리고 그 입의 판단을 기억해야 한다고 명령한다. “판단”으로 번역된 “미쉬파트”는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된 상태이고 그 구현의 도구가 되는 원리를 뜻한다. 즉, 하나님의 “미쉬파트”를 기억하는 것이 청중이 해야 할 바로 그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1~5절의 명령형 동사들의 결론이다. 6절은 1~5절의 명령형 동사의 대상인 청중의 정체성을 밝혀준다. 그들은 바로 “여호와의 종, 아브라함의 후손, 택하신 야곱의 자손”이다. 곧 이스라엘을 가리킨다.
1~6절을 통해 시인은 이스라엘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브라함의 후손들에게 하나님께서 행하신 통치를 구현하는 그 입의 판단(미쉬파트)”이다.
2. 아브라함 언약에 대한 소개(7~11절)
본 단락은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게 여호와께서 어떻게 행하셨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7절을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다”라는 표현을 통해 언약 공식을 제시한다. 또한 “그의 판단(미쉬파트)”이 온 땅에 있다고 선포함으로서 하나님의 통치가 온 땅에 있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하나님 통치의 공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 구체적인 내용이 8절부터 나타난다.
8절은 “언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그 언약의 말씀을 하나님께서 기억하셨다고 선언한다. 이미 5절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여 언약의 자손들이 하나님의 미쉬파트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바로 그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언약을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기억하시기에, 백성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언약이 무엇일까? 9~10절에서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언약이 아브라함에게 주어져서 그의 후손들에게 이어졌음을 설명한다. 아브라함과 이삭을 언급하고(9절), 야곱과 이스라엘을 언급한다(10절). 이는 단순한 족보 리스트가 아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이 이삭에게 이어지고 그 후 야곱에게 이어져서 그 열두 아들들에게 전달되고 결국 이스라엘 민족 열두 지파에게로 연결되었음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절은 이 언약이 “영원하다”는 사실까지 강조한다.
이 언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11절에서 소개된다. 아브라함 언약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내용은 창 12:1~3에서 “후손이 큰 민족을 이루는 것”과 그 후손이 “하나님이 주신 땅을 얻게 되는 것”이다. 11절은 이 두 가지 내용 중에서 “땅을 주신다는 약속”을 언급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셔서 할당된 소유가 되게 해주신다고 약속해 주신 것이다. “소유(나할라)”로 번역된 단어는 구약 성경에서 대개 “기업(inheritance)”으로 번역된다.
*”기업”이란 하나님께서 그의 통치 가운데 들어온 자들에게 그 나라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눠주시는 삶의 터전을 뜻한다. 열방 중에 이스라엘을 언약백성으로 불러내셨기에 온 땅 중에서 그들에게 언약의 땅의 분깃을 나눠주시고 그 땅을 여호와 하나님의 안식이 충만한 땅으로 만들어나가서 결국 열방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복의 통로로 사용하기 원하셨다. 이를 위해 주신 땅이 곧 기업이다. 이스라엘 열 두 지파에게 각각 기업을 나눠주셨고, 각 가족에게도 기업을 나눠주셨다. 기업은 하나님께서 나눠주셔서 가족, 지파, 민족이 얻은 분깃(몫)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나는?
-시인은 주님의 백성에게 “주님이 하신 일”을 널리 알리고 그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양하라(새번역_1절)고 권하며 105편을 시작한다. 그리고 주님이 하신 일을 “놀라운 일(2, 5절)”, “이적(5절)”이라고 말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 기술한 것이 아브라함과 맺은 약속을 기억하여 그 후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신 것임을 밝힌다. 하나님은 온 세상을 다스리실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맺은 약속을 기억하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하나님의 하신 일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나안 땅을 허락하신 일이다(11절).
-시인은 본 단락에서 무려 열 개의 동사를 사용하여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행하신 구원의 역사를 1)찬양하고 2)선포하고 3)감사하며 4)자랑하라고 한다. 악인들을 심판하시고 이적을 행하신 그 하나님의 능력을 5)기억하고 6)구하고 그것으로 마음의 즐거움을 7)누리라고 한다.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8)인정하고 9)기억하고 그 하나님을 10)가시화하는 것이 구원받은 백성이 사는 이유이고 삶의 조건임을 노래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천 대에 걸쳐 명령하신 영원한 언약을 주셨고 기억하셨다. 이삭에게도, 그의 아들 야곱의 시대에도 하나님은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소유하고 상속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성취하고 계셨다. 하나님의 기억이 하나님의 신실함이듯이 그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를 신실한 믿음의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 살 수 있는 이유는 언약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함 때문이다.
*하나님의 얼굴을 찾고 그의 권능을 구하는 자는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 하나님이 행하신 놀라운 일들에 대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분을 찬양하는 일 외에 아무것도 없다. 하나님 나라 백성은 하나님을 자랑하고, 알리고, 찬양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찾고 구하자는 시인의 절박하고 촉박한 마음을 나의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찾고 그의 힘을 구하라”는 말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도가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 전도의 막중함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의 백성이 먼저 하나님을 찾고 일상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누린다면, 그 감동을 기꺼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
*언약의 하나님은 계약을 맺으시고 만대에 내리신 말씀을 영원히 잊지 않으신다. 족장들에게 인도되던 이 작은 무리에게 하나님의 약속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이 미약하고 보잘것없을 때도 그들을 위해 역사하셨다. 그 약속을 신실하게 오늘까지 지키고 이루고 계신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님, 하나님 통치가 언약하신대로 신실하게 이루어 가시는 능력으로 오늘에까지 이어졌으니 그 구원의 은혜가 나에게도 여전함을 믿습니다.
*주님, 하나님이 언약하신대로 신실하게 이루시는 능력이 나의 구원의 삶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음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