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찬송시”인 108편은 시편의 마지막 모음집인 5권의 시작이다. 독특한 점은 57편과 60편의 각 후반부 본문이 함께 배합되어 있다(1~5절은 57:6~11에서, 6~13절은 60:5~12에서 왔다). 57편은 개인 탄식시로 다윗이 사울을 피해서 굴에 있던 때 지어졌다. 하나님의 구원을 요청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하나님께 확정되었기에 하나님의 인자와 영광을 노래하겠다는 결단을 노래했다. 60편은 공동체 탄식시로 요압이 에돔을 소금 골짜기에서 물리쳤을 때 다윗이 지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도와 에돔을 물리치게 해달라고 간구하는 내용이다. 이 두 시편이 108편에서 합쳐져서 개인적인 간구로부터 공동체를 위한 간구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승리를 기대하게 한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찬양하겠다는 결단과 이스라엘을 도우실 여호와를 바라보는 소망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공동체 탄식시의 절정을 형성한다. 다윗은 하나님의 능력과 영광이 만물 가운데 있으므로 열방을 향한 승리를 거두게 된다고 찬양한다.
1. 하나님께 정해진 마음(1~2절)
1~5절이 시편 57:6~11절에서 왔는데,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굴에 있던 상황이 배경이다. 그래서 주제가 명확한데, ‘고난 중에서 구원해달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108편의 경우는 다윗이 개인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고백과 결단으로 곧바로 시가 시작한다. 하나님을 향한 결단과 찬양에 초점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1절은 다윗이 자신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여 정해졌음을 선언하고, 2절은 이렇게 찬양을 시작하는 것은 새벽을 깨우기 위함임을 밝힌다. “새벽을 깨운다”라는 새벽이 오도록 만든다고 직역할 수 있는데, 하나님의 구원 새날이 시작될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겠다는 의미다.
2.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영광에 대한 찬양(3~5절)
다윗은 하나님을 향한 찬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3절은 자신이 찬양하려는 내용, 즉 새벽을 깨우는 노래가 단순히 이스라엘 중에서 드려지는 것이 아니라 열방 가운데서 드려지는 것임을 밝힌다. 4절은 하나님의 언약적 성실성을 뜻하는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노래한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하늘 위에서 크고 그의 진실하심은 궁창에까지 이른다고 노래한다. 인자(헤세드)와 진실(에메트)은 출애굽기 34:6에서 처음 등장하며 사용된 일종의 단어 쌍이다. 서로 다른 두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관용적으로 함께 쓰여서 “여호와의 언약적 성실성”을 뜻하는 단어 쌍으로 쓰인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하늘 위와 그 가운데 충만하다는 것이다.
3절은 열방으로, 4~5절은 피조 세계 전체로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진실하심의 지평을 확장한다. 5절의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고 주의 영광이 온 땅에 높임 받으시기를 원한다는 고백은 3~4절의 내용을 연결하여 확장한다. 하나님이 온 땅의 주인이 되시는 왕이시기에 열방을 다스리시고 이방 민족들까지 그 뜻대로 주장하심을 선포하며 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을 향한 언약을 이방 민족들 가운데서도 능히 지키실 수 있음을 단언한다.
한편 아직 이스라엘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나오지 않았지만, 3~5절의 내용은 이스라엘을 열방 중에서 구원해 주셔야 한다고 말하기 위한 도입부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한다.
3. 구원 요청과 성소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6~13절)
6~13절은 시편 60:5~12에서 왔다. 6절에서 구원 요청이 드려지고, 7~10절은 그 요청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 말씀을, 11~13절은 그 말씀을 들은 후 다시 한번 구원 요청을 드리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6절은 하나님께서 그 사랑하는 자들을 건지실 것과 그 오른손을 구원하실 것을 기대하며 요청한다. “우리에게 응답하소서”라고 요청하는데, “우리”라는 일인칭 복수형을 사용하여 언약 공동체 전체를 위해 하나님께 드리는 구원 요청의 기도임을 밝힌다.
7절부터는 이 구원 요청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열방을 제어하시고 승리를 거두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성소에서 하나님께서 스스로 기뻐하실 것을 선언하시는데, 이는 전쟁의 승리에 대한 하나님의 확신을 가리킨다. 특히 세겜과 숙곳이 언급되는데, 세겜은 여호수아에서 이스라엘이 가나안 정복 전쟁을 할 때 중심이 되는 거처였고, 또한 지파들에게 땅을 분배한 곳이기도 하다. 숙곳 골짜기를 측량한다는 것은 곧 땅을 분배한다는 의미이다.
8절은 길르앗과 므낫세가 여호와의 것임을 선언한 후 에브라임과 유다를 여호와의 투구와 규로 묘사한다. 여호와께서 이들 지파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통치하신다는 것이다. 9절에서는 하나님께서 모압을 목욕통 삼아 전쟁의 피를 씻어내시며, 에돔에는 신발을 놓으실 것이고, 블레셋을 향해서 승리의 함성을 외치신다. 10절의 해석은 다양하다. 견고하다고 알려진 에돔으로 누가 여호와를 이끌고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그 누구도 여호와를 인도할 자는 없으며, 오직 여호와 홀로 에돔을 치시고 승리하심에 대한 강조의 수사적인 표현이다.
7~10절은 6절의 구원 요청에 대하여 여호와께서 응답하시되, 여호와께서는 스스로를 표현하시기를, 이스라엘에게 기업을 분배하시는 분이고, 그 지파들을 소유하신 분이며, 열방과 전쟁하여 승리하시되 스스로 능력과 주권으로 모든 것을 이루시는 분임을 선포한 것이다.
11~13절은 여호와의 말씀을 들은 언약 공동체인 이스라엘이 다시 한번 하나님께 요청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11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나아가지 않고 계십니다’로 요약된다. 이는 절망의 표현이 아니라 구원에 대한 강력한 요청이다. 이어지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12~13절의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12절은 ‘우리를 도우소서’라고 말한 후 ‘사람의 도움은 헛됩니다’라고 고백한다.
7~10절이 여호와의 주권적 구원을 선언했다면 12절은 그 신탁의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여호와만이 구원할 능력이 있으심을 고백한다. 13절은 그 하나님과 함께 그분의 능력으로 싸울 것이며, 그 하나님께서 대적을 밝으실 것을 신뢰하며 노래한다. 정리하면 11~13절은 7~10절의 신탁에 대해 매우 명확한 공동체 신앙적 응답이다. 구원 요청이지만, 동시에 신앙 고백이다.
본 시편은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열방으로부터 구원하시는 여호와의 성실하심으로 이해하면서, 그 하나님에 대하여 마음이 정해졌으므로 찬양하겠다고 선포하는 공동체의 신앙 선언이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 깨어있는 자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찬양이다. 다윗은 자신의 영혼을 깨우고 수금과 비파를 깨우고 새벽을 찬양으로 깨운다. 흑암의 고통에서 건져 빛나는 해방의 새날을 열어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다윗처럼 나와 우리 공동체도 형식적이고 진부하기만 한 습관적인 껍데기 언어를 벗어버리고 깊이 잠든 영적 감수성을 깨우도록 요청받는다. 온 땅과 열방을 깨울 만큼 큰 소리로, 하늘 위, 온 세계 위에 하나님을 높여드릴 새 노래를 부르라고 선포한다.
-이처럼 새벽을 깨우며 드리는 우리의 묵상이, 구원의 감격이 묻어난 찬양이, 그리고 다시 살아난 생명이 약동하는 노래가 되게 하라고 요청한다. 이 요청에 진심으로 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찬양은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자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다윗은 곤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사랑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을 건지시기 위하여 기도에 응답하시고 주의 강한 오른손으로 구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다윗은 하나님의 약속을 떠올린다. 적들에게 유린당했지만, 여전히 가나안 땅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었다. 지금 이스라엘에게 큰 위협 거리가 되는 모압과 에돔과 블레셋은 사실 하나님 앞에서는 발 씻을 물통에 불과하고 하나님을 높이는 수단일 뿐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힘겨운 상황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뒤흔들 수 없다. 흔들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 자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찬양이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패배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버리고 이스라엘의 군대와 동행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시인한다. 인간의 구원이 얼마나 헛된지 깨달았다. 하지만 하나님만 앞장서신다면 주님만 의지하여 용감히 싸우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난공불락의 산성인 에돔의 수도 페트라마저 뚫고 들어가서 대적을 밟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여호와의 이름을 꿋꿋이 부르며 찬양하게 하였다. 나에게도 이 찬양이 있는가!
*다윗은 전쟁을 앞두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기에 앞서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한다(1~5절). 다윗은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기로 마음을 정했다(12, 13절). 전쟁 직전 산만했던 그 마음의 생각들이 하나님의 능력을 묵상하면서 정리되었다. 진정한 영성은 하루에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갈라지지 않고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마음을 정하고 하나님을 노래하리라”를 선언하여 머리를 든 다윗처럼 나의 온갖 복잡한 생각들을 떨치고 하나님만 찬양하고 나아가야 하리라!
*다윗은 찬양에 이어 하나님의 백성을 구해 달라고 청원한다(6~13절). 나라를 위해 대표 기도를 드리는 형국이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를 대적에게서 구원해 주실 것을 기도한다. 전쟁은 하나님께 속했다. 나라와 개인의 영적 싸움을 위해 하나님의 능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열방과 권세자들의 주권자이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주변국인 모압과 에돔까지 주권적으로 통치하시며 블레셋을 물리쳐 승전가를 부르신다. 모압을 대야라고 부르시며 에돔 위에 신발을 던지시는 하나님의 권세와 위엄을 다윗은 진심으로 공감했다.
*포로기 이후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침략할 때 길을 안내했던 에돔 족속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얼마나 시원했을까?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의 삶을 속박하는 온갖 세상의 무게들은 하나님에게는 그저 발을 씻으시는 대야일 뿐이다. 우리의 마음을 시원케 하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
*하나님은 나를 도와 대적을 치실 분이다(12~13절). 사람의 구원은 헛것이다. 사람의 도움과 하나님의 도움, 이 양자는 각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의 도움은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것이다.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은 도움의 실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하라. 하나님이 사람과 환경을 동원하여 도우실 것이다.
*나의 도움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뿐이시다.
*주님, 나의 도움이 여호와로부터 오는 것을 찬양합니다. 마음을 정하고 하나님을 노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