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묵상
슬로브핫의 딸들 이야기 [민 27:1-11]
 – 2023년 05월 12일
– 2023년 05월 12일 –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주신 율법은 백성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판단하고 결정할 만큼 정교하지 못했다. 27장부터는 새롭게 들어갈 가나안 땅에서 발생하게 될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슬로브핫의 딸들이 예로 등장하고 ‘어떤 사람이 아들이 없는 상태에서 죽었을 경우 그 기업을 어떻게 유업으로 물려줄지에 대대해’ 등 실제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일들을 다루면서 율법에 대한 추가적인 규정을 제정한다.
 
본문은 므낫세 지파의 가족 중 슬로브핫은 아들이 없이 죽어서 기업을 이을 사람이 없었다. 슬로브핫의 딸들이 일어나 아버지의 기업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한다. 앞서 두 번째 인구조사에서 매우 특이하게 슬로브핫의 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이유이기도 하다(26:33).
 
모세는 자신도 확실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하나님께 아뢴다. 하나님께서는 슬로브핫의 딸들의 청원이 옳다며 그녀들의 요청을 들어주신다. 이 일로 인해 아들이 없이 죽은 사람의 기업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규례를 말씀해 주신다.
 
 
 
1.슬로브핫의 딸들의 요청(1-5절)
민수기 26장에서 므낫세 지파의 슬로브핫의 딸들 이름이 구체적으로 표기된 이유를 밝힌다. 므낫세가 마길을, 마길이 길르앗을, 길르앗이 헤벨을, 헤벨에게서 슬르브핫으로 이어졌다. 슬로브핫의 딸들은 말라, 노아, 호글라, 밀가, 디르사이다. 그녀들이 회막 문 앞으로 나아와 모세에게 요청했다.
 
요청은 간단하다. 아버지에게 아들이 없이 죽었으니 아버지의 몫으로 받을 기업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으니 딸들인 자신들에게 기업으로 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모세는 이 요청에 대해 하나님께 묻는다.
 
모세가 슬로브핫의 딸들의 요청에 이렇게 반응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미 주어진 율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땅을 상속받는 다는 것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들에게 주어진 권리였다. 따라서 슬로브핫의 경우처럼 아들이 없이 죽고 딸들만 남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다.
 
전통적인 것은 딸들에게는 기업이 주어지지 않고 대신 결혼할 때 아버지가 결혼 지참금을 주어 기업을 대신하게 했다. 주로 돈, 의복, 보석 등이 제공되었고 부유한 경우는 여종과 땅까지 주어지기도 했다. 결혼 지참금을 가진 딸은 결혼한 집안의 남편을 통해 기업을 받게 된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문제 제기는 역사상 처음 제기된 문제였고 이후 이와관련된 이야기는 성경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그러므로 본문의 예는 이스라엘 안에서 딸들에 대한 상속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님의 지침이 된다.
 
슬로브핫의 다섯 딸들과 관련된 언급은 먼저 26장에서 언급되었고본문과 36장에서 다시 언급된다. 또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여호수아 17장에서 므낫세 지파가 서쪽 땅을 차지할 때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주의깊게 보아야 할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슬로브핫의 딸들이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길 땅을 상속받겠다는 뜻이지만, 본문 4절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그녀들의 진심이었다. 이렇게 요청하는 근거는 자신들의 아버지는 광야에서 죽었으나 고라의 무리에 들지 않고 자기 죄로 죽었다는(3절) 것이다. 이는 고라의 반란으로 죽은 자들은 상속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죽었다면 땅을 상속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공개적인 요청에 모세와 엘르아살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모세가 그들의 요청을 하나님 앞으로 가지고 나가 판결을 기다린다.
 
 
 
2.하나님의 판결(6-11절)
이에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규례를 주신다. 그녀들의 문제제기는 정당하며 그녀들에게 반드시 아버지의 기업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하나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추가 규례를 주셨다.
 
먼저 어떤 사람이 아들이 없이 죽으면, 그 딸들이 상속해야 한다. 또, 만약 아들도 딸도 없이 죽었다면 그 땅은 형제에게 상속된다. 그러나 형제도 없다면 그 기업은 아버지의 형제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아버지의 형제도 없다면 그 기업은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넘어간다고 규정 하셨다.
 
이와 같은 규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전제되어 있는 것은 원래부터 땅 분배는 한 사람이나 가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파별로 주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 땅의 유업이 다른 지파에게로 넘어가면 안되는 것이다. 이는 추가 규례에서 상속의 권리를 갖게 되는 딸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딸들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것은 36장에서 더 구체적인 규정으로 제공된다. 이미 결혼한 딸들은 결혼 지참금을 받았기에 유산 상속에 대한 권리가 사라진다. 36장에서 슬로브핫의 딸들의 땅 분배 이야기가 다시 언급될 때 모세는 슬로브핫의 딸들에게 다른 지파 남자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슬로브핫의 딸들에게 “마음대로 시집가려니와 오직 그 조상 지파의 종족에게로만 시집갈지니”(36:6) 라고 규정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문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뿐만 아니라 모세도 이 문제를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응답하신다. 여성들의 상속에 대한 문제있어 당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슬로브핫 딸들의 담대한 요청에 즉각 응답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연약한 이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시는 분이시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판결의 규례로 남게 된 이 일은 이후 비슷한 상황을 만나는 이들에게 선례가 되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나는?
-딸들의 당당한 요구를 자기 생각대로 판단하지 않고 존중하여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께서도 마땅히 여기시며 추가 규례를 허락하셨다. 이 부분은 당시 고대 사회에서 하나님의 공동체가 얼마나 소통에 익숙하고 서로 성별의 차이로 인해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였는지 보게하는 기분 좋은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도 겨우 몇년 전에 딸들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할 정도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장자와 적자 중심의 관습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과 저자들이 실제로 받은 차별과 불편이 있었고,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스라엘 공동체는 무려 대략 3,500여년 전에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 그지 없다. 하나님이시기에 가능한 것이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당당한 요청은 그녀들 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다른 딸들에게 기업이 상속되게 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이름이 기억되게 하기 위해 이 일에 대해 부탁이나 호소, 요청이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녀들의 기개가 대단하다. 광야의 이스라엘 사회는 그 만큼 깨어 있었다는 의미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당당한 요구에 하나님께서는 추가 규례를 더욱 구체적으로 세워 주셨다. 이 규례로 인해 그녀들과 비슷한 처지에 이쓴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었다. “당당하게” 요구한 그 모습을 보며 최근 한일 양국의 지도자간에 일어났던 통탄한 일이 생각났다. 너무도 당연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비굴하게 허리를 조아린 모습이 수치스럽다. 역사의 피해자가  부끄러울 필요가 없지만 스스로 비하하며 일본에게 선의를 기대하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슬로브핫의 딸들보다 못한 지도자가 못내 부끄럽다.
 
*하지만 나는 어떨까? 하나님의 말씀에 직면하여 당당하게 선포하고 가르쳐야 할 사명을 받았는데, 스스로 위축되고 비굴해 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마음에 지난 사역을 되돌아 보게 한다. 지나치게 성도의 마음을 살피려다 하나님의 말씀과 상관 없는 인간적인 공감을 과하게 한다거나, 시의 적절하게 말씀의 뜻을 바르게 알려 주아야 할 때 상황과 여건을 살피며 입을 다물거나, 외면하지는 않았을지 되돌아보게 된다. 적어도 슬로브핫의 딸들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 모습과 모세가 하나님께 그녀들의 요구를 존중하며 가르침을 구하는 모습을 꼭 기억하겠다.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는 남성 중심의 사고도 되돌아 보아야 한다. 특히 교회 공동체 안에서 여성 차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묵상이 너무 깊어졌나 싶기도).
 
*교회안의 전통이라고 불리는 견고한 관습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공평과 정의에 맞지 않고 미치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될 때 주저하지 않고 수정이나 보완, 혹은 폐기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잘못된 규범이 전통이나 문화로 당연히 여겨지고 있을 때 침묵하지 않고 좀 더 하나님 나라 공동체 다운 더 나은 것을 요청할 수 있는 “당당함”과 이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하나님 나라 공동체에 더욱 필요할 것이다.
 
*모세의 모습을 나의 사역에 깊이 이식해야 함을 깨닫는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요구를 하나님께 아뢰며 하나님의 판결을 구하는 모습은 문제를 제기하는 백성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그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모세처럼 성도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들려주시는 것을 더 잘 들으려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겠다. 잘 듣는 것이 위대하고 훌륭한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도자가 국민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서글프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더온누리공동체 각각의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둔감하고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는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결정한다면, 공동체가 사사시대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나로 인해 성도들이 서글프지 않게 성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하나님께로 가져가 하나님의 목소리를 더욱 잘 들으며 사역하겠다. 하나님도 나로 인해 서글프지 않으시도록….
 
 
 
*주님, 잘 듣고, 잘 들으려 더욱 무릎을 꿇고 말씀을 펼치겠습니다.
*주님, 모세와 같은 자질을 순식간에 구비할 수 없겠지만, 오늘을 잘 들으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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