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끝에서부터 시작된 불평의 바람은 이제 모세의 가장 가까운 측근에게까지 다달았다.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의 리더십을 공공연하게 반대하면서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심각한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하나님은 모세가 찾지도 않았지만 먼저 나타나셔서 모세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그것이 하나님의 권위로부터 나왔음을 확언하셨다.
1.비방의 구실(1-2절)
기브롯 하다아와에서 큰 재앙을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세롯(촌락들)에 이르러 진을 친다. 기대와 희망을 품고 가나안을 향해 나섰지만, 진영 안의 “불만”이라는 암초를 만나 큰 슬픔을 당했다. 자신들의 탐욕이 불러온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확실한지 경험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하세롯에 진을 쳤다.
그런데 이 하세롯에서 이번에는 미리암과 아론에 의해 모세에게 불평을 드러낸다. 언듯 보기에 하나님을 향하여 토해낸 불평이 아니고 모세를 향한 것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셨다. 먼저 미리암과 아론이 왜 모세에게 불평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본문에서는 “모세가 구스 여인을 취한 것(1절)” 때문이라고 밝힌다.
모세의 아내는 십보라이다. 그녀는 미디안 여인이었다. 그리고 이미 두 아들도 있었다. 구스 여인을 취했다는 말이 다른 지역의 여인을 취하였다고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 미디안과 구스는 동일지역을 뜻한다는 주장이 있기에 참고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십보라는 모세가 출애굽을 위해 애굽으로 돌아갈 때 잠시 헤어져 있다가 출애굽한 후 두 아들을 데리고 광야에서 다시 만났다. 그런데 십보라와 두 아들과의 재회는 12장의 사건이 있은 후 1년 정도 흐른 뒤에 일어난다. 전통적으로 구스 지역은 에티오피아 지역을 가리키기도 하고 하박국에서는 구스를 구산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특정해서 상황을 가정할 수 없다.
미리암과 아론은 곧장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 하셨느냐?”(2절)고 불평하며 모세의 권위를 나누기를 원했다. 미리암과 아론은 구스 여인의 정체보다 이것을 핑계로 모세의 지도력에 의문을 집중한다. 이런 불평에 모세가 반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반응하셨다.
2.하나님의 진노(3-10절)
모세는 침묵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들의 말을 들으셨다. 3절은 모세의 성품을 먼저 소개해 준다. “모세는 온 땅에서 가장 온유한 사람이라고 했다. 미리암과 아론이 이렇게 말로서 공격하는데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그가 온유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모세는 무대응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 하나님께서 갑자기 세 사람을 회막으로 부르신다. 그리고 구름 기둥 가운데로 임재하시고 아론과 미리암을 재차 앞으로 나오라고 하신다(4-5절).
그리고서 하나님께서 직접 모세와 아론, 미리암의 차이점을 말씀해 주신다. 하나님께서 밝히신 모세의 특별한 점은 “다른 선지자들은 꿈이나 환상을 통해 말하지만, 모세는 충성되어서 대면하여 명백히 말씀하신다. 모세만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신 것이다. 특히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내 종”으로 표현하신다. 충성됨을 강조하기 위해 특별하게 사용하신 것이다. 대면하여 명백하게 말씀하신다는 것은 모세와는 은밀하거나 모호하게 만나시지 않는다. 오히려 모세는 직접은 아니지만 지나가시는 하나님의 형상까지 뵈었다(출 33:21).
그러므로 “너희가 어찌하여 내 종 모세 비방하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고 책망하시면서 되물으신다. 이는 미리암과 아론이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에 대한 대답이셨다. 모세는 하나님과 차원이 다른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다. 이런 그의 리더십의 권위를 흔든 것에 대하여 진노하시고 그들에게서 떠나셨다. 떠나시자 마자 미리암의 몸에 피부병이 돌았고, 그녀의 몸은 눈과 같이 희게 되었다. 아론은 두려움에 떨며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3.아론의 간청과 모세의 중보, 하나님의 응답(11-14절)
아론은 서둘러 모세에게 간청한다. 이로써 지도력 논쟁은 일단락 되었다. 모세에게 간청함으로서 그의 특별한 지위를 받아들인다. 특히 아론은 모세를 “내 주여”라고 부르며 자신들이 어리석은 일을 행하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두려워 하며 미리암에게 내린 벌이 자신에게 내리지 않기를, 또 미리암이 더 악화 되지 않고 거두어 주시기를 요청했다(12절).
아론의 요청을 들은 모세가 즉각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아론이 모세에게 요청한 것을 모세는 여호와께 요청했다. 중보자로서 단순하나 확실하게 요청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미리암이 지은 죄의 심각성을 알게 하시기 위해 7일간 수치 가운데 있도록 하셨다. 미리암은 즉각적으로 진 밖으로 내쳐져 7일간을 갇혀 지내게 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7일만에 진영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신 것은 율법의 명령과는 차이가 있다. 율법은 나병으로부터 회복되어 진영 안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최소 14일이 소요 되었다.
이는 이스라엘 회중 앞에서 미리암이 모세를 향하여 지은 죄악으로 인해 수치를 당하는 특별한 기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이 기간동안 이스라엘의 행진도 멈춘다. 단순히 미리암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중요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미리암이 지은 죄로 인한 징계에 함께 동참하며 회개와 회복의 기간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광야 행진을 지도자들의 불평으로 인해 늦춰진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이스라엘 백성들도 다베라와 기브롯 핫다아와에서의 재앙들로 인한 돌아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미리암과 아론은 겉으로 모세가 구스 여인과 결혼한 것을 비방했으나 실제로는 자기들도 모세와 동등한 자임을 내세우려 한 것이다. 혹시 내 안에 지도자들을 은근히 비방하면서 나를 높이려는 미리암과 아론과 같은 마음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모세의 지도력을 문제 삼은 이들은 아론과 미리암이었다. 아론은 모세의 형이고, 미리암은 누나이다. 아론은 모세의 대언자로서 말주변이 없는 그를 대신하여 바로를 상대하고 회의적이던 백성들을 설득했다. 출애굽에서 아론의 역할은 지대했다. 미리암은 모세가 출생 했을 때 나일 강에 던져지는 험악한 시대를 그를 돌보아 주었던 누이였다. 두 사람의 출애굽에서의 역할은 모세에게 너무도 큰 힘이었고 도움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모세의 지도력을 불평한 것이다.
-또 이들이 불평을 제기한 때는 “다베라”와 “기브롯 핫다아와”의 재앙이 끝난 직후였다. 어수선한 시기에 한 마음으로 재앙 이후 이스라엘을 추스려도 부족할 판이었다. 그런데 “구스 여인”을 취하였다는 구실로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2절)”라고 했다. 그들의 내면에 시기와 비교가 담겨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행위보다 아론과 미리암의 행위를 더 악하게 보셨다. 그들을 외면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에서 아론과 미리암에 불순한 의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미리암에게 나병을 발병하게 하여 순수하지 못한 내면의 의도를 심판하신다. 아론은 큰 두려움으로 모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모세는 지체하지 않고 하나님께 중보했다.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였다(3절). 미리암이 자신을 비방하여도 반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 중보기도하며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낸다. 이것 자체가 온유한 사람의 승리이다. 나는 나를 험담하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하나님께서는 도전받는 지도자의 권위를 먼저 지켜주신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세의 권위에 도전하는 미리암과 아론을 모세와 함께 부르시고 단호하고 극적으로 일을 처리하신다.
*4절은 이 일을 행하실 때 “갑자기” 행하셨다고 기록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도자들인 이들의 시기와 불평은 하나님의 편에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하고 급박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하나님 보시기에만 그럴까? 공동체 내에서도 지도자들의 연합이 깨지고 불편한 관계에 있거나 서로에게 공격성 있게 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사소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미루고 미루어 처리해도 될 문제 아니라 “갑자기” 우선순위를 정해 감당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합하여 기브롯 핫다아와의 재앙을 추스리며 광야를 행진해 나가는 것도 버거울 것이 분명한데, 지도자들이 스스로 시기와 불평하며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이와같은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이런 모습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중보를 들으시고 즉시로 미리암을 회복시켜 주시지 않는다. “…. 미리암의 얼굴에 그의 아버지가 침을 뱉었어도, 그가 이레 동안은 부끄러워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그를 이레 동안 진 밖에 가두었다가, 그 뒤에 돌아오게 하여라.”(새번역_14절) 모세의 지도력을 시기하여 비방한 것에 대한 회개의 댓가를 요구하시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백성들의 행진도 멈추었다. 모세와 이스라엘 공동체는 이 일을 바라보며 다베라와 기브롯 핫다아와를 거치며 공동체 안에 일어났던 불평의 고리들로 인해 댓가를 치루어야 했던 고통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야 했다.
*아론은 미리암에게 나병이 발병된 것을 보고서 “여호와께서 우리에게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고 말한 대로 하나님께 직접 나아가서 중보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과 기도하는 것 마저도 스스로 제약한다. 자신들이 모세와 무엇인 다른지를 철저히 자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모세는 면전에서 아론과 미리암의 비방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반응하지 않았다. 자신을 비방하는 말들에 대해 할 말이 왜 없었을까? 그런데 일절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모세의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억울할 법 한데 변명하지 않는다.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굳은 신뢰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와같은 억울한 상황을 인내함으로 온유하게 처신하는 모세의 모습은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다.”(3절)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나의 목양에서도 모세와 같은 온유함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하나님 앞에서 교만한 사람은 낮아지고 마음이 겸손한 사람은 영예를 얻는다(잠 29:23; 약 4:6) 온유한 모세는 자신을 비방한 미리암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중보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5)
*주님, 온유한 모세를 세워주시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주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공동체는 연합된 관계, 서로 배려의 관계임을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