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묵상
에돔의 거부와 아론의 죽음을 통해 생각해 보는 하나님 나라[민 20:14-29]
 – 2023년 04월 30일
– 2023년 04월 30일 –
므리바에서의 불행을 뒤로한 채 에돔을 향해 이동한다. 모세가 이끄는 경로는 분명했다. 에돔을 지나 모압평지를 거쳐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가려는 모양새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에돔 땅을 조용히 통과만 하겠노라고 정중하게 요청한다. 그러나 에돔의 왕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들과 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모세는 에돔을 가로지르는 계획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이 와중에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끈 아론이 죽음을 맞이한다.
 
 
 
1.에돔과 조우하다(14-21절)
므리바 사건을 경험하고 가나안 땅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한 경로는 에돔을 가로질러 왕의 대로를 따라 모압 평지를 거쳐 요단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모세는 에돔 왕에서 사신을 보내어 정중하게 에돔 땅을 통과만 하겠다고 요청한다. 이때 “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이라고 표현하며 에서의 후손인 그들에게 부탁했다. 또 오랜 광야 생활에 지쳐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호소하며 동정심을 기대했다. 어떤 경제적인 손실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에돔 왕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한다. 단지 통과 하는 것만을 거절하지 않고 칼을 들고 대적할 수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18절). 모세는 거듭 우리는 단지 그 땅을 지나갈 뿐이며 심지어 물을 마셔도 그 값을 치루겠다고 했다. 상당한 경제적인 댓가를 치루겠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돔 왕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말로만 거절하지 않고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군사를 동원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에돔 땅 통과를 저지한다. 에돔왕은 철저하게 이스라엘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 훗날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기억하고 아모스 선지자를 통해 에돔을 향한 심판을 선언하실 때 심판의 원인으로 말씀하셨다(암 1:11). 
 
결국 이스라엘은 애초에 가고자 했던 왕의 대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에돔과 모압 족속의 땅의 서쪽 변병인 모압 광야 길을 따라 모압 평지에 이르고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에돔을 우회하여 홍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먼 길을 따라 계속 광야로만 행진하게 된다(21:4). 훗날 요단 동편의 전쟁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에돔을 정복할 수 있었을 터인데 모세와 이스라엘은 에돔을 우회하였다. 이는 하나님께서 에돔은 이스라엘의 형제 나라이고 에서에게 이 땅을 기업으로 주었으니 그들과 전쟁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신 2:4-5).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이렇게 막으시는 길이었는데 모세는 왜 이 길을 통과하기 위해 에돔 왕에게 사신까지 보냈을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본문에서는 하나님께서 에돔 길을 택하라고 말씀하신 기록이 없다.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에돔 왕에게 사신을 보낸 것은 모세만의 판단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세는 므리바와 에돔 사건을 통해 그동안 “온유함”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므리바 사건의 핵심은 하나님의 거룩하심(불평하는 백성들에게 자비와 사랑으로 물을 내어 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었다. 에돔 사건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철저하게 따르지 못하는 모세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혹스럽게도 모세는 40년간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끌었다. 그런 그가 광야 생활의 막바지에 보이는 온유하지 못한 모습과 철저하게 신뢰하며 따르지 못하는 모습이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마무리이다. 사역의 시작 만큼이나 사역의 마무리도 중요하다. 하나님의 철저한 인도하심과 은혜에 순종하며 시작했다면, 역시 마무리도 하나님의 철저한 인도하심과 은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모세의 모습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온유하였던 그의 모습에서 예기치 못한 분노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철저하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른 그였지만, 에돔 길을 결정할 때는 하나님께 구하지도, 하나님의 명령도 없었는데 에돔에 사신을 보내 길을 개척한다.
 
*어쩌면 므리바 사건에서도 그랬듯이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외치던 그 모습이 하나님의 심판 선언 이후에도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가 에돔 왕을 설득해서 에돔 땅을 가로질러 왕의 대로를 따라 모압 평지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 가겠다” 라는 자기 의지와 욕심, 자기 확신이 엿보인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모세의 모습을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12절)”라고 진단하셨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끝까지 신뢰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했지만, 40년을 기다린 광야 생활의 마지막을 아주 조금도 기다리지 못했다. 본문을 묵상하며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벌써부터 은퇴할 때의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본문의 모세의 모습이 나타나면 안되는데….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끝까지 믿고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데… 변치않는 모습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대며 걸어가야 할 텐데….
 
 
 
2.아론의 죽음(22-29절)
결국 모세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모세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지도력이 훼손 될 수 밖에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에돔과 싸우지 않고 에돔을 우회하는 광야길로 우회하여 행진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우회하기 위해 광야 길을 나서 호르산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곳에서 하나님께서는 므리바 사건에서 예고한 것처럼 먼저 아론의 죽음을 알리신다. “이제 아론은 그의 조상 곁으로 간다. 므리바 샘에서 너희들이 나의 명령을 거역하여 나와 다투었기 때문에, 아론은,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그 땅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너는 아론과 그의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 산으로 올라가서,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혀라. 아론은 그의 조상 곁으로 간다. 그는 거기서 죽을 것이다.””(새번역_24-26절)
 
모세와 아론과 엘르아살은 이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고 호르산으로 함께 오른다.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모세는 아론의 대제사장 옷을 벗겨 그의 셋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혀준다. 출애굽 1세대 광야의 대제사장이 이제 가나안에서의 새로운 대제사장에게로 그 권위가 옮겨진다. 바로 그곳에서 아론은 죽는다. *엘르아살은 시내산 언약과 제사장 위임식에서 제사장으로 위임이 되었기에 20세가 넘는 출애굽 1세대가 확실했지만, 대제사장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된 세 번째 사람이 되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다.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의 대제사장 옷을 입은 엘르아살만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아론의 죽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아론을 위해 30일간 애도의 기간을 갖는다. 그만큼 백성들에게는 큰 지도자였다. 훗날 모세가 죽었을 때도 백성들은 30일 동안 애도하였다.
 
*대제사장의 옷이 아론에게 엘르아살에게 입혀진 것은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사명은 이어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제사장직이 가지는 의미로 볼 때 비록 사람은 하나님이 정하신 수명이 차면 이 땅을 떠날 수 밖에 없겠지만, 대제사장을 통해 흘려 보내는 하나님의 은혜는 이 땅에 남은 사람들에게 계속 흐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은 가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일을 만나더라도 그 속에 함께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은혜의 섭리를 신뢰하며 나아가야 할 것을 깨닫는다.
 
 
 
나는?
-처음과 나중이 동일하기가 이토록 어렵다. 모세와 같은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온유한 사람도 광야 40년 끝자락에서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한 것을 보게 된다. 온유함으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진실하게 보여 주어야 할 그의 사역이 “자기 이름, 자기 감정”을 확연하게 드러낸 채 감당되고 있음을 바라본다. 그래서 일관되게 하나님을 섬기며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모르겠다.
 
-나의 목양 사역이 처음의 간절함과 겸손함이 마무리할 때에도 변치 않아 “처음과 끝이 동일한 목사”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하나님의 인도함이 없는 에돔길을 고집하는 모세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은 새로운 시작을 연결시킨다. 옛 시대 지도자의 죽음은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아론에게서 벗겨진 대제사장 옷은 엘르아살에게 입혀진다. 사람은 정한 때가 되면 죽음의 길을 피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이어져 이 땅에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이어진 하나님 나라 복음의 은혜가 나에게까지 왔고, 나도 이 땅을 떠날 때까지 다음 사람에게 이 하나님 나라 복음의 옷을 벗어 줄 수 있도록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하나님 나라 복음의 사역을 다음 주자에게 승계할 때까지 충성을 다하며 감당하겠다.
 
 
 
 
*주님, 시작과 끝이 동일한 사역자가 되겠습니다. 늘 깨우쳐 주십시오.
*주님, 다음 주자에게 승계할 하나님 나라 복음의 옷을 잘 입고 있다가 벗어서 입혀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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