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절망과 고통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노래하는 시이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하나님께 밤낮 부르짖는다. 그만큼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가능한 깊은 탄식의 기도이다. 하나님은 이렇게 탄식하는 자의 기도를 들으신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신뢰가 없으면 지속해서 할 수 없다. 마음 속 깊은 탄식도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면 할 수 없다.

본문의 기도는 매우 절망적이다. 절망으로 탄식하며 시작한 시는 절망적으로 마쳐진다. 탄식시로 분류되는 시편들 중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고백이나 찬양의 맹세조차 없이 고통의 소리만 생생하게 들린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절망하게 하였을까? 그 절망과 탄식에서 시인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1.절망과 절망이 이어지는 인생
“마할랏 르안놋”은 “재난의 고통”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시의 저자는 “에스라인 헤만”인데 고핫 족속을 대표하는 찬양 인도자로 임명된 사람이다. 게르손 자손을 대표하는 아삽, 므라리 자손을 대표하는 여두둔과 함께 다윗이 세운 찬양 대장 중 한 명 이다.

그가 절망하며 하나님을 찾는다. 자신의 삶에 “재난”이 가득하고, “스올”에 가까웠으며(3절), 무덤에 내려자는 자와 같고, 힘없는 용사(4절), 죽음에 던져진 자, 무덤에 누운 자이기에 주님께서도 기억하지 않는 버려진 자(5절)라고 탄식한다.

시인은 “주님의 기억에서 사라진 자와 같고, 주님의 손에서 끊어진 자와 같기에(새번역_5절)” 절망하고 탄식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하나님이 죽은 자에 대한 어떤 관심도 없으신 분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 오해는 “죽은 자에게 기적이 일어나겠는가? 혼백들이 일어나 찬송하겠는가? 주님의 성실하심을 선포할 수 있겠는가?라는 좌절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흑암 속에서 주님의 기적을, 망각의 땅에서 주님의 정의를 경험할 수 있겠습니까?(새번역_12절)” 라며 절망한다.

*시인의 절망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고통을 겪었고,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몸이기에, 주님께로부터 오는 그 형벌이 무서워서, 내 기력이 다 쇠잔해지고 말았습니다.(새번역_15절)” 라고 고백한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갔다 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얼마나 질긴 고통의 시간들 이었기에 절망에서 절망으로 탄식할까….

*해결되지 않는 고통의 문제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연약하게 한다. 하나님의 회복의 은혜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상황은 절망과 벗하게 만든다…. 이 안타까운 상황을 어찌할까… 어떻게 헤어 나올 수 있을까…


2.그러나 기도하고 기도하다
시인은 만성적인 고난으로 거의 죽을 지경이었지만, 소생할 힘이 없을 만큼 무기력하고 죽은 채 방치된 자 같고, 침상은 무덤처럼 여겨졌지만, 그러나 “내 구원의 하나님(1절)”이라는 절박한 고백에서 하나님을 향한 끈질긴 신뢰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절망이 끊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주야로(1절)”, “매일(9절)” 기도하고 기도하였다.

‘부르짖었사오니(1절)’, ‘나의 부르짖음에(2절)’, ‘부르짖었사오니(13절)’ 라며 반복하여 기도한다. 특히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도 계속 브르짖었다는 것이 놀랍다. 시인은 스스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얼굴을 숨기셨고 기억하지 않으신다고(5절) 생각하여 괴로워 한다. 여기에 가까운 친구들마저 그를 혐오하였다(8절). 그는 궁지에 몰리고 수렁에 빠져 극삼한 고통에 허우적 거리며 눈까지 쇠약해 졌다(9절).

하지만 그럼에도 시인은 기도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회복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으니 남은 한 줌의 소망도 그분께 건다.

*고통의 이유를 모르지만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다. 순종은 순종의 이유를 알고서야 순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믿음이 왜 필요할까? 하나님께 대한 신뢰의 열매를 바라보지 못할 고통과 절망이 이어지더라도 “주야로”, “매일”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신뢰하는 것이 믿음이다.

*끊임없이 기도하고 기도하여도 다음 날이 변하지 않고 그런 날이 계속 이어졌다. 절망이 절망을 불러 왔다. 낙심이 심란한 날들을 채워 갔다. 시인은 이것을 주님의 진노, 무서운 공격이라고 표현하고 그것이 자신을 삼키고, 파멸시키며, 에워싸고, 둘러쌌다고 고백한다(새번역_16-17절).

*급기야 이 고통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을 내게서 떼어놓았다고 고백한다. 오직 어둠 만이 자신의 친구일 뿐이라고 한탄한다. 긴 병에 장사(효자)없다고 했다. 끝이 봉지 않는 병치레는 본인도 낙심하고 절망하지만,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3.살아야 할 이유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가 시인에게 있을까? 그가 부르는 절망의 노래가 안쓰럽다. “죽은 사람에게 기적을 베푸시렵니까?…일어나 주님을 찬양하겠습니까? 무덤에서 주님의 사랑과 성실하심을 이야기 할수 있을까요? 흑암 중에서 주님의 기적을, 망각의 땅에서 주님의 정의를 경험할 수 있겠습니다?(새번역_10-12절)”

한 없는 푸념인듯 들리지만, 심정적으로 강력한 반어법처럼 들린다. 마치 “기적을 보고 싶습니다. 찬양하고 싶습니다. 사랑과 성실하심을 이야기 하렵니다. 주님의 기적과 정의를 경ㅎㅁ하고 싶습니다.” 외치는 듯 하다.

상황은 끝없는 절망 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도는 희망을 이어가는 귀중한 에너지다. 절망 속에서 기도를 끊임없이 이어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기도를 포기하지 않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고립으로 내몰리고 있었지만, 더욱 더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고 몸부림 친다. 이것이 믿음 아니겠나!

그리고 이 믿음의 목적은 결국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나님께서 절망의 나락에서 자신을 붙잡아 평안의 반석위에 세우시기까지 행하신 놀라운 일을 들려주며 증거 하려는 찬양이다.

*시인의 삶에 대한 동기는 하나님을 찬양하고픈 마음이다.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뢰의 열매를 꼭 맛보고 찬양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지금은 비록 계속 절망되는 상황 속에 있지만, 절망이 자신을 붙잡아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둠에 거하지만, 어둠에 끌려다니는 인생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절망이 절망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내가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자세일까? 이만하면 됐다 싶은 만족감이 사치가 되고 해결되지 않는 절망이 또 다른 절망을 불러오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나의 마음은 과연 온전할까?

-기도를 드렸지만, 응답되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도리어 더 심란한 상황으로 떨어져 절망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과연 희망을 붙잡고 싶은 용기가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닫는 것은 “절망이 기도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리어 절망이 기도의 불씨를 더욱 일으켰다. 하나님의 외면과 저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기도의 습관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따라 갈 수 있을까? 기도가 기도로 이어주는 것 때문에 절망이 절망을 불러 오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인내할 수 있을까?

-당장 인내하여 해결되는 응답이 확실하다면야 얼마든지 인내할 수 있겠지만, 거절과, 무응답이 반복되면서 하나님께 기도한 것인지, 그저 아무 소리나 해 댔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 절망 속에서 여전히 “주야로, 매일” 기도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나를 버리셨다는 상실감과 배신감이 가시지 않도록 연이어 이어지는 좌절 속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하나님의 선하심을 굳건하게 신뢰할 수 있을까?

-시인은 절망으로 시작하여 절망의 고백으로 노래를 마무리하지만, 이를 묵상하는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만 이어질 뿐이다.


*주님, 세상에서 경험하는 절망이 하나님을 버리지 않도록 끝까지 신뢰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 결국 기도가 기도를 불러오고 기도가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도가 인내하게 한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맷집을 단단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