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왕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통해 아말렉을 진멸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사울은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는 역사의 통로적 도구로 부름을 받았다. 이는 사울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왕인지 시험하는 의미도 되었다. 어쩌면 이 시험을 순종하여 통과하면 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13:13-14)은 유보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울은 아말렉의 왕 아각과 일부 가축을 살려 둠으로써 하나님의 진멸 명령을 온전하게 순종하지 않는다. 더구나 사무엘이 찾아와 불순종에 대한 회개의 기회를 여러 차례 주었지만 사울은 회개하지 않고 하나님의 최종 심판 선고를 듣게 된다.



1.다시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1-3절)
*하나님은 죄인이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원하셔서 기회를 주시는 분이시다. 13:14에서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고 선포된 후 하나님께서는 사무엘을 부르시고 다시 한번 사울에게 순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다.

*왕은 여호와의 말씀을 듣는 자이다. 사무엘은 지금까지 사울이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것을 두 번이나 어긴 것을 염두하여 당부한다. 블레셋의 수비대를 공격하는 것과(10:7-8) 길갈에서 사무엘을 기다리라는 명령(13:9-10)이었다. 그러니 “이제(이번 만은) 왕은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소서(1절)” 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사무엘이 사울에게 전한 명령은 “아말렉을 진멸(헤렘)하라”는 것이었다. 이번 전쟁은 매우 특별한 전쟁이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 어린이, 젖먹이, 소, 양, 낙타, 나귀 등 모든 생명을 죽이라는 명령이었다. 신명기 25장 17-19절에 근거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광야를 지날 때 뒤에 처진 약한 이들만 골라 야비하게 괴롭혔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잊지 않고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되면 아말렉의 이름을 천하에서 도말하라고 명령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사울에게 들려진 이 명령은 하나님의 말씀을 성취하는 전쟁이다. 사울이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경제적) 전쟁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명예를 위한 “성전”이다. 성전 이었기에 아무것도 취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성경에 기록된 이런 명령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매우 거북스러운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고대 전쟁의 유형을 이해하면 이런 명령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고대 전쟁의 유형은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전쟁과 “성전”, 즉 자신들이 섬기는 신을 위한 전쟁으로 구분되었다. 대부분의 전쟁은 경제전쟁 이었지만, 만약 신을 위한 성전으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모든 승리의 제물은 신께 바쳐져야 했다. 그것은 호흡을 가진 모든 것이 죽임을 당하고 금과 은과 같은 귀중품들은 신전에 바쳐지는 전쟁이었다. 이런 성전은 고대 근동지방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국한된 전쟁이 아니었다. 고대 기록에서도 “모압”이 그모스의 명령을 받아 당시 이스라엘 도시 중 하나인 느보를 진멸 했다는 석비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일부 안티기독인들이 주장하는 사막에서 유래한 “야만스러운” 여호와만이 진멸 전쟁을 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성취하는 명령이었기에 사울의 온전한 순종은 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주신 마지막 기회였다.



2.사울의 돌출행동(4-6절)
여호와의 전쟁에 백성을 소집하니 모두 21만 명이었다. 암몬의 나하스 왕과 싸울 때 모인 백성의 수가 3만 3천이었으니 7배, 블레셋과 믹마스 전투에 모인 1만명의 21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들이 출정하여 아말렉 성(5절) 근처 골짜기에 매복하여 개전을 준비한다.

이때 사울이 사무엘이 명하지도 않은 돌출행동을 한다. 성 안의 “겐 사람들”에게 미리 떠나라고 알려 준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의 “모든 소유”를 진멸하라고 하셨는데, 당시 겐 사람과 사울 왕의 관계가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말렉 성에 거주하였다면 그들의 종으로 살았을 가능성이 큰 그들을 임의로 살려 준 것이다.

*사울의 불순종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어났다.



3.사울의 불순종과 변명(7-9절, 12-15절)
*사울은 대승을 가져온다. 아말렉 족속의 유목생활 반경(하우리라에서 애굽 앞 술(수르광야)까지)의 모든 지역을 정복했다. 문제는 사울이 아말렉의 왕 아각을 생포 했다는 것이다(8절). 뿐 만 아니라 그의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 기름진 것, 어린 양, 모든 좋은 것을 남긴다(9절). 아말렉 백성들과 가치 없고 하찮은 것은 진멸한다(8, 9절). 하나님의 진멸 명령을 불순종했다. 왜 그랬을까?

구체적인 이유를 선명하게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유추해 볼 수 있는 사울왕의 행동들은 있다. 먼저 9절의 “남기고(바야하몰)”라는 동사이다. 이는 9절의 주어는 “사울과 백성”이기 때문에 문맥상 “남기고”는 복수 동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의도적으로 단수를 사용했다. 이는 아각과 좋은 짐승들을 남긴 이유가 사울의 결정 때문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3절의 “남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 된다. 여기에 “남기다(하말)”의 뜻이 “아까워 하다”의 의미도 있기에 사울이 아까워서 남겼을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가질 수 있다.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기 위해 남겼다(15절)의 사울의 말은 변명인 것이다. 사울이 고의적으로 불순종 하였다.

*또 갈멜에 승전기념비를 세웠다(12절). 온 밤을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밤을 센 사무엘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 오는데, 전쟁을 마치고 기브아로 돌아왔어야 할 사울이 갈멜로 내려가서 승전기념비를 세우고 다시 길갈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갈멜은 헤브론 근처 유대 광야의 마을이다. 길갈에서 직선 거리로 40km 떨어진 지역이다. 갈멜에서 아말렉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그곳에서 승리했으니 승전 기념비를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쟁은 하나님의 성전이었다. 하나님을 위한 전쟁이었다. 사울이 자기의 승리를 기념하여 승전비를 세우는 것은 매우 황당한 처사이다. 한편 “승전비(야드)”는 “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사울이 하나님의 손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그렇다면 사울은 이미 한참이나 엇나갔다.

*길갈은 사울에게 불순종의 장소였다. 사무엘과 사울의 마지막 만남이 길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말씀에 순종해야 할 왕이어야 함을 요청 받은 두 번의 기회를 날려버린 곳이 길갈이었다. 기름부음을 받고 블레셋 진영을 습격하고 길갈에서 기다리라(9:7-8)는 사명에 불순종했고, 아들 요나단의 기습 공격에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 블레셋과의 전쟁에 대비하려고 길갈에 보였다가 사무엘을 기다리라는 명령에 순종하지 못했다. 이쉽게도 사울은 다시 한번 기회를 받은 마지막 시험이 실패하였음을 확인하는 장소인 길갈에 먼저 가 있는 것이다.



4.하나님의 후회, 사무엘의 근심(10-11절)
사울의 고의적인 불순종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 하셨다.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한다(11절)”… 하나님의 선택과 결정에 후회가 발생한다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후회는 하나님 편에서의 후회가 아니라 사울이 “돌이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발생된 것이다. “후회(나함)”의 원뜻은 “슬퍼하다, 불쌍히 여기다”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자신의 실수에 대한 뒤늦은 한탄의 의미가 아니라 사울의 불순종을 심히 안타까워 하시며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슬픔을 가리킨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후회하심을 듣고 “근심하여 온 밤을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근심하다(하라)”는 말의 기본 의미는 “불타다”이다. 사무엘은 매우 격정적으로 분노한 것이다. 하나님과 사무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울의 불순종은 하나님에게나 사무엘에게나 너무도 분노되는 일이었다.



5.변명, 변명….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13-15절)
사울이 뻔뻔하다. 사무엘을 만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호와께 복을 받으소서” 이어서 묻지도 않았지만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행하였나이다(13절)”라고 말한다.

*사울이 갑자기 말이 많아 졌다. 기름부음을 받은 직후 짐보따리 속에서 숨어 있던 모습과 너무도 다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듯 하다.

*사무엘은 사울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내 귀에 들려오는 이 “양의 소리”…”소의 소리”는 어찜이니이까?(14절)” 이라고 묻는다. “소리(콜)”가 반복되어 사용된다. 사울은 하나님의 소리(콜), 즉 말씀을 듣도록 부름을 받았다. 그런데 하나님의 소리에 따르면 들려오지 말았어야 할 아말렉의 양의 소리, 소의 소리가 들려 온다. 그 소리에 하나님의 소리가 파묻혀 버렸다.

*사울이 어설프게 변명한다.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듣고 알고 온 사무엘이다. 사무엘이 “하나님의 소리에 대한 응답은 없고 양, 소의 소리만 난무한다”고 말할 때, 사울은 회개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런데도 사울은 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백성들이 하나님께 제사드릴 좋은 제물을 남겨 둔 것이라며 거짓말 한다. *자신의 불순종이 아니라 백성들의 불순종이라는 것이다. 또 이 모든 행동은 여호와 하나님을 위한 것(제사 드리기 위해) 으로 합리화 한다.

*영적인 촉이 완전히 무뎌 졌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음에도 깨닫지 못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이 한 일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사울이 길갈로 내려온 사무엘을 맞이하며 했던 말들이 의미심장하다.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행하였나이다(13절)… 그것은 백성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하려 하여 …. 가장 좋은 것을 남김이요…(15절)” 사울은 정말 흥분하여 말하였던 것이다. 자신이 온전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였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다.

*영적인 촉이 완전히 무뎌지고 무너진 사람들의 정형적인 특징이다. 여전히 자신이 하나님과 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면서 삶에서는 하나님의 말씀과 상관 없이,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입술로는 “잘 믿고 있다”며 자부한다….. 아떻게 해야 할까?



**주님, 당황스럽습니다. 사울처럼 되지 않도록 깨어있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주님, 온전한 순종은 말씀 하신대로 순종하는 것임을 마음에 새깁니다. 돌발행동, 좋은 것에 대한 욕심, 명예욕, 자기 합리화… 이런 것으로 신앙을 채우지 않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