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묵상
주님의 당당한 인정, 베드로의 구차한 부인 [막 14:53-72]
 – 2024년 03월 27일
– 2024년 03월 27일 –
제자들은 모두 도망하고 홀로 남겨진 주님은 체포되어 대제사장에게 끌려간다. 대제사장과 온 회는 주님을 처형하기 위한 증거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한다. 거짓 증언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그들은 예수를 처형할 증거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급기야 대제사장이 나서서 예수를 경멸하며 그가 진정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인지 묻는다. 주님이 그렇다고 인정하자 그들은 예수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정죄하고 모욕한다. 이어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 세 번째 부인 후 주님이 예언한 대로 닭이 두 번째 운다.
    
    
    
1. 공회 앞에 서신 예수(53~65절)
예수를 끌고 간 장소는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이었다. 마가는 이미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예수를 죽일 길을 찾고 있었으며(11:18), 그를 체포할 방법을 궁리하고(12:12), 흉계로 잡아 죽일 방도를 구하고 있었다(14:1)고 기록했다. 베드로는 자신이 예수의 제자인 것이 밝혀질까 두려워하면서도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멀찌감치 따라가서 대제사장의 뜰 안까지 들어가게 된다.
    
예수를 체포하는 것을 달성한 종교 지도자들은 이제 예수를 죽일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유대 땅을 통치하고 있던 로마의 총독 빌라도를 설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증거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가는 그 이유를 증언하는 자가 많기는 했지만, 그들의 증언이 거짓이었고 그조차도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증언한다(55~56절).
    
마가는 그들의 증언 중 하나를 소개하며 특징을 이렇게 정리한다. “더러는 일어나서, 그에게 불리하게, 거짓으로 증언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가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허물고, 손으로 짓지 않은 다른 성전을 사흘 만에 세우겠다’ 하였습니다.” (새번역_57~58절) “불리하게, 거짓으로” 지어낸 증언을 소개하며 그날 저녁 대제사장의 재판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부각시킨다. 마가는 거짓 증언(56, 57절), “서로 일치하지 않더라(56, 59절)”를 반복 사용하며 그들이 거짓 증언으로 예수를 모함하려 했다는 것과 이 재판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독자들이 판단하게 한다. 특히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내가 헐고 손으로 짓지 아니한 다른 성전을 사흘 동안 지으리라”라는 증언은 요 2:19에서 비슷한 내용이 등장하기는 하나, 주님은 한 번도 땅에 성전을 다시 짓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기에 거짓일 수밖에 없었다. 마가는 15:18에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을 때 성전이 파괴되어 속죄의 기능이 끝났고(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은 이제 더 이상 건물이나 장소와는 상관없는 것(행 7:48; 17:24)임을 확인시켜 주는 의미로 이 거짓 증언을 첨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님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신다(60절). 이 역시 예언된 말씀대로 성취하는 과정이었다(사 53:7; 시 38:12-15. 침묵은 거짓 증언에 대한 항거의 한 방법이며, 성경적이다.) 급기야 대제사장이 나서서 주님을 직접 심문한다.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61절)” 그런데 그 질문 자체에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이 담겨 있었다. 마가복음에서 처음으로 종교 지도자 중에 “찬송 받을 이의 아들(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언어가 등장한다. 귀신들(3:11; 5:7)과 하늘에서 난 소리(1:11; 9:7)만이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렀었다. 또한 마가복음에서 처음으로 주님께서 공개적으로 자기가 메시아인 것을 인정한다. 십자가의 죽음이 예견되는 그 자리에서는 이제껏 드러내지 않으셨던 “하나님의 아들 되심, 메시아 되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신 것이다(62절).
    
주님은 자신의 정체를 인정하면 사형에 처할 것을 아셨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신 것이다. 주님의 메시아 되심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용기가 어디에서 왔을까? 그것은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님은 장차 자신이 인자로서 하나님(권능자)의 우편에 앉으실 것을 예언하셨다. 하나님의 우편 보좌는 권능과 권세의 상징이다. 이 자리는 통치자의 자리요, 심판자의 자리이다(시 110:1; 단 7:13). *지금은 주님께서 심판받고 계시지만, 그때는 종교 지도자들이 심판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하늘 구름을 타고 영광 가운데 다시 오실 것이다(13:26). *주님은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이 주실 궁극적인 승리를 이미 바라보고 계셨다.
    
대제사장은 매우 분노했다. 자기 옷을 찢는 행동(63절)은 극한의 분노나 슬픔을 뜻한다. 그는 주님의 말을 모두 신성모독으로 단정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예수에 대한 사형을 정죄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수를 모욕하고 조롱했다(65절). “어떤 사람은 그에게 침을 뱉으며 그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며 이르되 선지자 노릇을 하라 하고 하인들은 손바닥으로 치더라” 특히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면서 ‘선지자 노릇하라(프로페튜손)’라고 조롱한 것은 “누가 때렸는지 맞혀 보아라”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지혜로 어려운 것도 아는 선지자처럼 얼굴을 가리고 치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보라는 것이다. 즉, 네가 선지자인 것을 증명해 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조롱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 장로들과 그들의 하인들만 알아보지 못하고 베드로의 세 번 부인을 통해 주님의 주님 되심이 증명된다. 등장인물들은 알지 못하고 저자와 이 마가복음을 읽는 독자들은 알고 있다. 주님은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이미 베드로에게 닭이 두 번 울기 전 세 번 주님을 부인할 것을 예언하셨고, 이제 이루어진다.
    
    
    
2. 베드로의 세 번 부인(66~72절)
54절에 따르면 베드로는 “멀찍이” 붙잡히신 주님을 뒤따라 대제사장의 집안 뜰까지 들어갔다. 마가는 54절 베드로, 55~65절 심문받으시는 주님, 그리고 다시 66절부터 베드로가 예고된 대로 세 번 부인하는 부분을 기록했다. 이런 “베드로-예수-베드로”의 구조는 당당하고도 의연하게 심문을 받으시는 주님과 반면에 주님을 부인하는 비겁한 베드로를 대조적으로 보여 준다.
    
첫 번째 부인은 대제사장 집에서 일하는 여종이 베드로가 예수와 함께 있었다고 말하자 그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66~68절). 베드로는 그동안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분이 행하시는 이적을 보았지만, 이 순간 그 사실을 부인해 버렸다.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있기 위해 그들을 택하셨음을(3:14) 잊어버린 것이다. 베드로의 부인은 주님이 자기를 부르신 근본적인 이유까지 부인한 셈이었다.
    
또다시 여종은 곁에 있는 자들에게 베드로도 예수와 한패라고(69절) 말하자, 베드로는 “또 부인했다(70절 상).”
    
세 번째로 이제는 베드로 곁이 있던 사람들이 “네가 갈릴리 사람이니 틀림없이 저들과 한패다(70절)”라고 말한다. 아마도 베드로의 억양에서 갈릴리 사람인 것이 드러났을 것이다(마 26:73). 앞서 여종이 베드로에게 “당신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주님이 나사렛 사람이기에 베드로가 갈릴리 사람일 것은 곧 예수님과 같은 출신, 같은 패거리라는 의미다.
    
    
주님의 제자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8:34~35). 그러나 베드로는 자기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예수를 부인했다. 더 나아가 저주하며 맹세까지 했다. 베드로가 주님을 저주했는지, 자신을 저주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유대인들은 사람들이 자기 말이 진실임을 보이기를 원하여 만약 자기 말이 거짓이라면 내게 저주가 임해도 좋다고 말하는 관행이 있었다. 베드로는 이 관행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베드로가 예수와 한패임을 적극 부인하기 위해 예수님을 부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저 사람을 알지 못하오”라고 변명하는데,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했던 그가 지금, 이 순간은 “저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다.
    
    
*같은 시간 대제사장 집 안에서 주님은 종교 지도자들 앞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임을 당당하게 밝히셨다. 또 영광 가운데 재림할 것도 선포하셨다. 겟세마네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던 주님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당당하셨으나 깨어 기도하지 못한 베드로는 세 번씩 예수님을 부인하는 나약하고 비겁한 제자가 되고 말았다. 세 번째 부인한 직후 두 번째 닭이 울 때야 주님께서 자신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나 엎드려 운다. 마가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마지막 모습이다. 다른 복음서에는 베드로가 주님의 빈 무덤을 찾아가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만 마가복음은 이 모습이 마지막이다.
    
*자신의 배반을 예언하신 주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서 땅바닥에 엎드려 우는 베드로는 그래도 희망이 엿보인다. 어찌 되었든 참회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이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다시 보자고 하신 것이 아닐지 싶다(14:28; 16:7).
    
    
    
나는?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이 우리 대신 정죄 받고 사형 판결까지 받으신다. 사람들의 고소 내용에는 주님의 몸이 성전이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고, 대제사장의 심문을 통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또 예수님이 권능자의 우편에 앉으실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실 것을 말씀하심으로 주님이 하나님이 성경에서 약속하신 메시아이심을 분명하게 알려준다(시 110:1; 단 7:13).
    
-대제사장의 질문 자체에, 예수님에 대한 정체성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주님은 신성모독으로 규정되어 사형이 선고 될 것이다. 이를 잘 아시고도 주님은 자신에 대한 대답을 머뭇거리지 않으신 것이다. 말씀을 이루시기 위한 걸음을 주저하지 않으신다.
    
-대제사장은 예수님을 하나님을 모독한 죄인으로 규정한다(61~64절). 그저 주님을 죽이려는 목적에 사로잡혀 구원과 영생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떼를 지어 저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의 삶 속에서도 나의 욕망에 사로잡혀 더 귀한 하나님 나라 가치를 놓치고 있지 않을까?
    
-죄는 지을수록 더 강해진다(66~72절). 베드로는 처음에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지만, 세 번째는 저주와 맹세까지 곁들여 강력하게 부인한다. 애초에 신분을 감추고 멀찍이 따라갔으니(54절), 행동으로는 이미 주님을 부인한 상태였다. *나는 어떨까? 하나님 나라 백성의 신분을 감춘 채 세상의 낙을 즐기기를 더 선호하여 좁은 길을 외면하며 주님을 멀찌감치 따르는 단계가 아닌가? *한 번 부인하면 두세 번은 더 쉽게 한다. 시작 단계부터 단호하게 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주님의 말씀이 결국 회개의 원동력이다. 주님의 말씀은 회개의 기회와 동력이다. 베드로는 이미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했지만, 닭 울음소리를 듣고 주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나 울며 회개한다. 닭 울음소리를 듣고 주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나 엎드려 운다. ‘누가’는 베드로를 위해 기도해 주셨기에 베드로가 회개할 수 있었다(눅 22:31~32)고 증언한다. *기억하자. 주님의 말씀이 생각나면, 닭 울음소리가 들려오거든 얼른 알아듣고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자. 주님이 베드로를 위해 기도해 주셨던 것처럼 여전히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고 계신다.
    
    
    
*주님, 저를 위해 모욕과 고난을 겪으신 주님을 생각하며, 주님의 말씀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주님, 말씀이 “기억되어”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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